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청도의 친구, 노년의 친구

주님의 착한 종 2009. 1. 3. 16:54

 

요즘 주일날 성당에 가면

소록소록 재미가 생겨납니다.

미사 드리는 내내 덜덜덜~~ 떠는 것만 제외하고는..

 

성당 문을 들어서면

벌써 눈도장을 살큼 찍어주는 형제분들도 계시고

예쁘게 속으로 목례를 해주는 자매님들도 두 분쯤 계십니다.

강론 때, 책망을 하시다가는 마지막 한 마디 위트로

긴장을 풀어주시는 신부님도 정이 가고(?)

오늘 내 뒤에 앉아 콜록 콜록, 훌쩍거리던

귀여운 서양 소녀에게 장난을 거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쯤되면 청도에 와서 장족의 발전을 했네요. 그렇지요?

 

미사 후에는

몇몇 홀아비와 몇몇 부부가 함께 식사하며

교회 이야기며 가정과 신앙을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건 요즘 말로 짱이었습니다.

 

헤어져 돌아오면서 문득 친구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서로 형제 자매라고 부르지만

정말로 형제며 자매로 생각하며 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형제까지라고는 하지 않더라도

신앙부터 사업이며 가정사까지..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함께 기뻐하고 걱정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라도 될 수 있으면, 얻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억울하기는 하지만,

50 중반이 훌쩍 넘어간 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외로울 노년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저와 함께 미사를 드렸던 여러분께

주님의 평화가 함꼐 하시기를 빕니다.    

 

오늘 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분들께

나이의 차이는 뒤로하고 (나이는 모두 차뿌뚜어..이니까요)

앞으로 맞을 제 노년기에 친구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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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사라지고 그리움도 사라진
인생 나이 육십이 훌쩍 넘어서면

남은 세월만 먹고 살아야 합니다
.

얽매인 삶 풀어 놓고 여유로움에

노을 진 나이에 건강도 하여

자유를 찾아 기쁨도 누리고


술 한 잔에

독을 나누고 정도 나누며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먼 타국에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친구 몇이 있으면

당신의 남은 여생은

매일이 기쁘고 즐겁습니다
.


산이 좋아 산에 가자 하면 관절이 아파서
..
그리워 심심해서 술 한잔 하자고 하면

건강이 안 좋아 술을 끊었다며 거절하고
..
함께 여행을 하고 싶어도 취향이 맞지 않으니

황혼의 나이에는 여건이 같은 친구 만나기 어렵습니다
.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는 사람


젊음의 의욕 넘치는 활력으로

남은 세월 즐거움으로 가꾸어 갈 수 있는


그런 벗이 함께 한다면

그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청도에 와서,

본당에서, 친교에 집에서,

허름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바깥 세상보다는, 주님의 이야기를 나눈

여러분들이 그런 벗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나도 그런 벗이 되기를 힘쓰겠습니다.

언제간 청도를 떠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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