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어느 날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던 종탑을 바라보며
성당을 찾았었습니다.
마침 성당 뜰을 묵주기도를 드리며 산책을 하시던
(그땐 십자가 달린 염주인가? 생각했었지만..)
꼭 아랑드롱 처럼 잘 생기신 프랑스 신부님을 만난 것이
제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영세를 받은 후, 1년쯤 되어 어머니와 동생들이 신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그러고도 20년이 더 흘러 교우가 되셨습니다.
제가 영세를 받던 날이 바로 성탄 성야 자정미사 직전이었는데
영세를 받고는 그날 복사를 섰으니, 그것도 시종복사를..
정말 크나큰 축복을 받은 날입니다.
그날 이후 성탄과 부활 미사는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가족과 함께 드렸었는데...
어제 저녁, 드디어 혼자 드리게 된 성탄 성야미사..
날씨는 차갑고, 난방이 되지 않은 성당은 추웠지만
먼 길을 떠나와서도 이렇게 주님의 품 안으로 모여
거룩한 성탄을 축하하는 교우님들의 모습을 보니
비록 제 옆에 실비아와 루시아, 글라라가 없었지만
정말 감격스럽고 마음만은 훈훈했습니다.
파이프 올갠의 음향도 상상했던 것 보다 훌륭했고,
특히 성가대의 합창은 황홀했습니다.
형제님들도 같이 한복을 입으신 모습도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때문에 무척 추우셨지요?
라틴어 미사곡은...
마침 제가 잘 아는 곡이라,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었는데
테너 솔로를 부르신 형제님.
세례명은 기억 못하지만(죄송합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지휘자 자매님과 짝꿍 되시죠?
지휘자님도 컨닥터를 하시랴, 소프라노 솔로까지 하시랴 애쓰셨습니다.
부부의 음색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준비하신 미사곡.. 정말 나무랄 데 없이 준비하셨는데,
특히 ‘아뉴스데이’는 너무너무 훌륭했습니다. 덕분에 눈물을 찔끔..
마이크 설비가 좀더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성탄 미사곡을 준비할 때는 ‘기리에’도 함께 연습하는데
성야 미사 때는 ‘기리에’를 부르지 않고 곧장 ‘알렐루야’부터
시작하니까 성가대원들이 아쉬워 합니다.
맞죠? ㅎㅎ
하지만 성가대원들은 결코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성가단원들 연습하시느라 고생하셨을 것,
교우분들이 다 아실 것입니다.
뒤늦게 이렇게라도 힘찬 박수를 드립니다.
복사단에서 조금 엇박자가 났던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복사단이 사제를 잘 도와드려야 전례가 안정되거든요.
설사 사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남들이 눈치를 못 채게
사제를 도와드려서 매끄럽게 이어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복사단의 임무이니까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이런 말씀을 드려서..
다음엔 더 잘 하시라는 뜻 외에 다른 의도가 없으니 용서하세요.
변사또 형제님은 여전히 바쁘시네요.
뒤에서, 앞에서 저렇게 묵묵히 봉사하시는 분들이 있어
교회는 늘 아름답습니다.
미사 끝나고 나올 때, 어느 자매님이 목례를 보내주셨는데
아마 친교의 집에서 만났던 분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떡을 하나 받아 들고, ㅎㅎ
성당 문을 나설 때, 신부님께 인사드릴 기회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신부님이 저를 기억하고 계시네요. 놀라운 기억력.. ㅎㅎ
큰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셨을 분들,
사목회, 전례부, 레지오며, 각 단체들..
정말 마음 가득히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분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성탄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의 마음 마음에
갓 태어나신 예수님이 잘 성장하시도록 애쓰시기 바랍니다.
PS : 제 글에 조금 시건방진 느낌이 드신다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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