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큰딸 생일 축하해..

주님의 착한 종 2008. 12. 9. 12:47

 

우리 큰딸,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내 큰딸 생일 축하한다.

너를 이 세상에서 만남으로 인해 아빠는 참으로 많이 웃을 수 있었단다.

그래, 하느님은 너를 나의 딸로 이 세상에 보내심으로..

아빠에게 신비와 환희의 체험을 갖게 하셨던 거지. 

 

만약에 내가 다음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또 다시 너의 엄마와 결혼해서 너의 아빠로 살고 싶단다.

왜냐하면, 잘 몰라서 너에게 해주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그 때는 다 해주고 싶기 때문이란다.

 

아빠 자신은 언제나 뒤로 미루고 너와 소영이와 다른 가족들의 부양과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 다 가버린 것 같은데

너를 보면서 많이 깨달았단다.

늘 풍족하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가 가야 할

곳을 잘 찾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지금 정년퇴직을 하고 혼자 중국 땅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사실 가족부양이란 아빠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엄마를 안아주고, 엄마가 기댈 수 있는 기둥이 되어주는 너에게

아빠는 많이 배우며 고마워하고 있단다.

 

그래서 나도 이제부터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사실 아빠는 지금까지 밥을 해본 적도 없고, 빨래도 해본 적이 없었어.

군대시절에서라도 해봤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러다 보니 중국생활이 쉬운 게 아니더라.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보다 다른 삶을 살려고 마음먹고 생활하다 보니

진짜로 많이 웃을 일이 생기더구나.

엄마가 알려준 대로 된장을 풀고 이것저것 넣어 끓인 된장찌개도

그럴 듯하고 김치찌개도 제법 그럴싸 하니 재미있고

뽀득뽀득 소리가 나도록 설거지를 하고 나면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짜증스럽던 일들을 이젠 웃으면서 할 수 있으니

참 많이도 발전했지?

 

저녁에 커피 한 잔을 타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며 마시다가

잠자기 전에는 핸드폰을 꺼내 내 가족들과 뽀야의 꼬리치는 모습까지

보면, 그래 아직도 우린 행복하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생겨.

 

예전부터 나는 항상 잘 웃었던 사람이니까

중국에서도 웃을 일만 생기면 언제든 웃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별로 웃을 일이 생기지 않더라.

그런데 지금은 일단 좋은 일이 생기든 안 생기든 일단 한번 웃고

매사에 감사하고 현재에 만족하고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지려고 하고 있고

또 웃을 거리를 찾을 줄도 알게 되었단다.

 

내 큰딸 보영아.

너로 인해 좋은 것을 배우고 있는 아빠도 힘내서 열심히 살게.

너도 항상 건강하고, 아빠가 없는 집에서 엄마 위로도 해주고

소영이도 잘 토닥거려주며 살길 바래.

그리고 할머니 항암치료 받으실 때는 꼭 안부 여쭙고

소영이 방학하면 같이 찾아 뵙고..

 

15일 저녁에 아빠가 서울 갈 거니까

그날 아빠랑 얼큰한 김치찌개와 함께 소주잔을 나누자.

 

보영아, 내 딸 박보영!!

사랑한다!!

그럼 다음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