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大陸歌-대륙에서 부르는 노래

[스크랩] 대륙가-공장을 짓고..(3)

주님의 착한 종 2008. 5. 4. 12:25

촌정부 바로 접해서 약 2,600평방미터의 유휴지가 있었다.

아무것도 재배하지 않은 잡초만 무성한 정방형의 그런 땅이다. 유서기 말로는 촌정부의 주차장으로 쓰기위해 확보해둔 땅이라 한다. 그리 급한땅이 아니니 공장터로 임대해줄수 있단다. 문제는 조건이다. 이제부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며칠동안 파고촌 주위지역을 조사한 바로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95년기준)

 

토지임대: U$ 1.50//평방미터

건물임대: U$ 13//평방미터(구건물), U$ 17//평방미터(신축건물)

건축비용: U$ 100/평방미터.(신규건축시)

 

시작시 우리에게 필요한 라인크기는 약 800평방이면 충분하다.

달랑 건물만 임대를 한다면 잘 설득해서 깍으면 년 6천~7천정도면 적정하다고 보았다.

기존건물이던, 신축해서 임대하던 그건 가릴바는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제시한 가격이 역시 평균가보다 높았다. 토지만 임대할 테니 건물은 지어서 쓰라는 것이다

스스로 합리적인 목표를 정했다.

 

-신축한 공장으로 임대받을것.(건물.800평방)

-임대료는 년 6천불이 넘지말 것.

-건물주변토지는 무상공급 받을 것.(2600평방)

 

목표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제시한 조건과 무려 배나 차이가 나지만 무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환경과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 이 조건에 근접하지 않으면 아무리 탐나는 지역이라도 선택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유서기 만한 인물도 만나기 어렵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동안 늦게까지 어두컴컴한 사무실에 혼자남아 곰곰히 생각했다.

우선,거래는 상대의 환경을 충분히 이해해야한다. 그걸 모르고는 어뚱한곳을 찍어 관철시킬려면 아예 협상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어느선,어느항목은 죽어도 그들이 동의하지 못할것이며, 어떤항목은 설득여하에 따라 동의를 받아낼수도 못받아낼수도 있는것이다. 그런 환경을 먼저 파악해야한다. 둘째 내가 이익을 얻을려면 반드시 상응하는 이익을 상대에게 줄수있어야 한다.셋째 그외에 덤으로 주변의 사소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상대로 하여금 나에게 호감을 갖도록 해서 호형호제로 지낼정도의 인간적 관계를 맻어야 한다. 그게 뭘까! 어떻게 할까!

 

유서기는 빼주를 마실줄 모른다.

오로지 맥주 타입이다. 주로 칭따오맥주를 마시는데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거짓말 좀 보태서 앉은자리에서 23일정도는 끄떡없이 마신다. 잔말이 별로없고 좀은 과묵한 전형적인 산동호한이다. 술자리에서는 이야기를 주로 듣는 타입이며 중간중간에 화두를 던지고는 본인은 슬그머니 빠지고 나머지 토론은 일행들에게 맡긴다. 노래는 죽어도 안 할려고 한다. 어쩌다 강권에 못이겨 한곡을 뽑으면, 저팔계는 저리 가라다. 본인도 머쓱해 하지만 일행들도 그 한곡 외에는 절대 두번째 곡은 안 권한다. 공산주의식 토의를 오랫동안 주재한 몸에배인 습관으로 합리적 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라면 마작이다. 사무실에 딸린 쪽방에는 고급스런 마작대가 항상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유서기의 형은 진의 지방세무국장이다.

부인 호명명과는 이제 중1년인 유복자를 두고있다. 호명명은 유서기보다 두살아래로 역시 키가 170이 넘는 북방여인족에 속한다. 그녀 역시 철저한 당원으로 남편과는 달리 사회경험이 두루 풍부하다. 결혼전에는 남방에서 개인유통사업을 오랫동안 했으며, 결혼후에는 남편이 서기로 있는 촌의 주임으로 한 몫을 단단히 하고있다. 촌정부의 의사결정의 반은 그의 부인이 좌지우지한다고 할 정도로 활달하고 사회적이다. 유서기는 차자이면서도 칠십넘은 부모를 곁에 모시고 봉양하고있다. 멀리있는 장인장모도 모셔다가 자신의 집은 내어주고 부부는 따로 집을 얻어 살 정도로 중국인으로는 드물게 어른 공양을 잘 하고있다. 그는 약삭빠르고 머리회전이 잘 돌아가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김부장. 유서기 집으로 가자."

 

어느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는 김철주 부장에게 말했다. 유서기의 사무실보다 집을 방문하고 싶었다. 어제 사다논 우황청심환 네갑과 편자환 네갑을 직원을 시켜 두개의 소포장으로 정성스레 포장하도록 하였다.

 

유서기 집은 농촌집으로서는 꽤 도시형이었다. 유서기와 호명명이 문간에서 반갑게 맞는다. 집에 외국인을 맞는 것이 처음이다고 호들갑이다. 큰 거실에는 30인치가 넘어보이는 TV와 대형 오디오세트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한쪽벽에는 모택동,등소평,강택민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있다. 화차를 마시면서 주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습차이, 윗사람에 대한 예의, 칭따오의 변화상과 미래상, 요즘 대학생들에 대한 평가등 업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만 주고받았다. 유서기는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특히 한국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박사장. 소개하겠소. 촌정부의 유펑치 회계요."

 

아까부터 호명명을 도와 차도 나르고, 다과도 준비하던 삼십대 젊은이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가 원래는 집안식구인줄 알았다.  바삭마른 체구에 대머리에다 꽤 날카롭게 생겼다. 유서기 옆의자에 앉아서 한참동안이나 둘의 대화를 듣기만하지 한마디 말이없다. 꽤 긴장한듯이 보였다. 이때까지 유서기는 절대 단독으로 나를 만난적이 없다. 반드시 촌정부직원을 한명이상 합석을 시킨다. 다른 관리를 합석시키므로, 만에 하나 일어날수있는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철저히 막는것이다. 자택인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공산주의의 책임회피와 증거,증인주의의 단면을 보는것같아 실소를 금치못했다. 틀림없이 공장건에대한 협의가 있을것이라 짐작한 유서기가 미리 회계겸 율사인 유주임을 준비한 것이다.

 

맥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실때까지 나는 자질구레한 주변잡기만 말할뿐이지 업무관련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참다못한 유서기가 먼저 언급을 했다.

 

"박사장! 공장은 물색했오?"

"검토중입니다."

"다른사람보다 피요쓰장이 우리촌에 공장을 설립했으면 합니다만.."

"말씀하신 땅은 좋은데,우리가 필요한건 건물이지 나머지 공터는 필요없습니다."

"임대료는 얼마로 생각하시오?"

"800평에 년 6천불 정도..."

"무리겠습니다."

"알아보니 진 전체가 비슷한 가격입니다. 가능하면 유서기가 있는 촌과 연을 맻고싶습니다."

 

마지막말은 유서기에게 한말이 아니라, 유회계가 들어라고 한 말이다. 나는 유서기가 오늘 방문으로 어느정도 호감을 갖고 경계심을 풀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유서기의 결심이 최종적이기는 하나 반드시 촌위원회의 토의를 거쳐야하는 것을 잘 알고있다. 유서기가 편안히 순조롭게 결정할수있도록 유회계가 듣는 자리에서 일부러 간곡한 표현을 쓴 것이다. 유서기가 촌위원회에 얼마나 호의적인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반은 결정난다고 보았다. 유서기가 작심하고 밀어붙여 주기만 해도 9할은 끝난다. 그기까지만 얘기하고 갖고온 선물을 부모님께드리라는 말을 남기고 나와 김철주는 문을 나섰다. 선물은 두개로 포장되어있다. 하나는 유서기 부모앞,나머지는 장인장모앞이다.

겉포장에 <쮸닌션티쩬캉!(건강하시길 축원합니다)>를 친필로 쓰고 이름을 적은것이다.

 

이틀후 김철주 부장이 유서기의 전화를 받았다.

 

"뚜이부치! 부퉁의!'—(불가!).

 

※증인을 동석 시킨다는 것은 절대 개인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만약 내가 개인 거래를 하고 싶으면 나의 직원도 배제하고 직접 1:1 면담할 것.(중국어를 잘 해야 하는 이유)

 

 

스프링/

출처 : 칭다오 한국인 도우미 마을
글쓴이 : 스프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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