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고?
며칠 전 한 젊은이가 어떤 교민 커뮤니티 모임에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라는 취지로 역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말인가 하고 가만히 들어봤더니
“중국은 기회의 땅이니 버티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온다.
성공한 사람이 버틴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곧 성공하는 것이다.
다들 힘을 내라!”는 요지다.
‘버틴다’는 말은 중국에서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며
이곳을 떠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 젊은이의 들뜬 표정과 말하는 투로 보아 “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논리는 거의 종교적 신념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침 그 젊은이가 교회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필자의 머리는 더욱 멍해졌다.
중국에서 돈 좀 번 어떤 얼치기가 저 친구를 저렇게 세뇌시켰을까?
혹시 저 친구는 북경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거창한 진리를
전파하는 양 “중국에서 버티다 보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역설하는
것이 아닐까?
무슨 중국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어떻게 단지 버티면 성공할
수가 있단 말인가?
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는 거짓말이 유령처럼 떠돈다.
사실 필자가 굳이 펜을 든 이유는 그 젊은이뿐 아니라 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는 허황된 신념을 갖고 있는 북경의 ‘떠돌이’
젊은이들을 그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는 ‘버티면 성공한다’는 논리는 이들에게 거의 이데올로기
수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본인의 성공을 위한 마인트 컨트롤 수준이라면 모를까?
그런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그릇된 이념으로 많은 이들까지 현혹
시키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혹시 그 젊은이도 아는 지 모르겠다.
북경에서 선양행 고속도로를 타고 교외로 나가다 보면 제5순환도로
부근에 야트막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우거좡(豆各莊) 구류소다.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머무르는 북경 공안국 산하의 임시 수용시설이다.
그 젊은이처럼 '차이나 드림'을 품고 중국에서 큰 돈을 벌기 위해
입국했으나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귀국조차 포기하고
결국 ‘버티다 버티다’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사람들이 끌려온 곳이다.
‘버티면 성공한다’는 확신의 이면에는 ‘잘못 버티면 쪽박 찬다’는
명제도 등가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왜 ‘중국에서 버티면 성공한다’는 당연한 거짓말이 유령처럼 떠돌며
북경의 젊은이들에게 차이나 드림을 들쑤시는 것일까?
일단 그 전제는 중국을 현실 이상으로 낙관적 과장으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어느 교민 인터넷 커뮤니티에 갔더니 중국 뉴스 관련 게시판에
온통 ‘폭발하는 중국 경제’, ‘중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된다’는 류의
긍정적 기사만을 도배해놨다.
과연 우리가 보는 중국 관련 뉴스에 그런 희망적인 뉴스만 있을까?
아마 그 글을 올리는 이는 선택적으로 중국의 암울한 면은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역시 무지한 차이나 드리머일 가능성이 높다. 온통 장미 빛
전망의 기사만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했을 것이다.
‘봐라! 중국은 이렇게 커가고 발전한다. 나도 할 수 있다.
그 대열에 동참해서 버티다 보면 언젠가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위안이 현실을 직시치 못하고 왜곡하는 병리적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버티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생기겠지”라는 중국은 없다
중국이 눈부시게 변하고 있다.
그 눈부신 변함이 결코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중국의 대부분의 소비재는 공급 과잉을 넘어선지 오래다.
소자본 중소 사업가에게는 틈새 시장이 바늘구멍으로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환영하던 모습이 아니다.
돈 없고, 기술 수준이 낮거나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들은 이제 중국도
사양하고 있다.
그저 저임금만 보고 앞다투어 중국으로 몰려가던 시대는 지났다.
중국은 성장위주의 개발연대를 지나 이제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 대자본 아니고서 소자본 소 사업가들에게
‘13억 인구’란 그저 허상일 뿐이다.
오히려 중국은 지역마다 임금수준, 물가, 법령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국가연합으로 바라 보고 이해하는 편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13억 인구 믿고 중국에 와서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10만도 안 되는
북경의 한국 교민 숫자보고 사업하고 또 그 조차 망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막연히 '중국에서 버티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생기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중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버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버티냐’가 더 중요하다.
무조건 ‘버티면 성공한다’를 외치는 젊은이들 이면에는 왜곡된 물질적
성공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기 때문에 성공해야 한다는 요상한 이데올로기는 때로는 극심한
도덕 불감증을 양산하게 된다.
나의 성공을 위하여 직원을 착취하고 남의 돈을 떼먹고 사기치고 한밤
중에 야반도주 하는 경우가 이 곳 중국 교민 사회에 오죽 많은가?
왜 그들은 중국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삶을 거부 하는가?
중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평범하게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
꼭 중국에서는 물질적으로 성공하여야 하는가?
적은 수입이나마 온 가족이 모여서 오손도손 저녁식사로 된장찌개
먹는 삶은 과연 실패한 삶인가?
개탄할 노릇이다.
중국에 살든 미국에 살든 다시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미국에서 망하면 접시라도 닦지만 중국에서는 그 조차도 없다
한가지를 더 살펴보자.
‘버티면 성공한다’는 논리는 말 그대로 버티다 보니 성공한,
즉 물질적으로 성공의 반열에 든 몇몇 사람들,
특히 ‘신 조선족’들이라고 불리는 초창기 이주자들의 일부 특수한 경험을
보편화 하고 있다.
그들 중 ‘뒤틀린’ 일부는 스스로 지난한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로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후발주자에게 존경 받고 추앙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버티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마 그들 중 극히 일부가 만들어 낸 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의 특수한 경험을 근거로 멋 모르고 중국에 온 사람들을 물귀신
처럼 끌어들여 “하면 된다”, “그래도 가능성 있다”라고 주저앉히고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경우를 필자는 그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성공을 꿈꾸는 북경의 젊은이들이여,
북경의 고급 식당 ‘수복성’ 사장을 배워라.
준비기간만 2년 6개월 걸렸다고 한다.
입지선정을 위해 발 품을 팔다 보니 북경의 택시운전사 보다 더 길을
잘 안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던 땀과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이라는 수렁에 대책 없이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실상을 좀 더 아는 선배 교민들이 이제는 책임감을 갖고 후발
주자들을 잘 타일러야 한다.
중국에 대한 맹목적 차이나 드림에 빠져 온 사람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얘기를 해주자.
매일 ‘중국을 사랑하자’,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류의 당연하고 고상한 말 말고 말이다.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는 카우보이들처럼 한국인들에 대한 중국
짝사랑은 이미 정상적인 수준을 넘었다.
“버티면 성공한다”라는 유해한 위로보다 버티다가 안되면 어서 접고
돌아가라고 솔직하게도 털어놓자.
미국에서 망하면 접시 닦기라도 하고 한국에서 망하면 노숙자라도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 조차도 없다.
극단적인 비관과 맹목적인 낙관, 둘 다 몸에 해로운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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