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희야, 중국 광저우에서 새해인사를 올립니다. ^^
저는 작년 10월말, 북경에서 운영하던 가게를 양도한 뒤, 이미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성장한 광동성 광저우행 열차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몸을 실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광저우에 내려오기는 했으나, 지난 10년간의 중화권 유학 및 사업의 휴유증으로 인해 극도로 지친 심신을 다스리느라 지난 3개월간 푸욱 쉬어야만 했습니다. (‘아~~ 개운~~’ ^^)
집을 구하고 대충 집정리가 끝난 후, 거의 매일 병원 아니면 그간 기회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던 골프를 배우기 위해 골프연습장을 오가는 기본 생활 패턴에, 광저우의 가장 큰 특색이라 할 수 있는 각종 도매시장과 무역전시장을 체력단련을 겸해 부담없이 돌아다니는 일을 더했습니다.
사업은 오너의 샘솟는 열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열정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오너의 열정은 직원들에게 전염되고, 다시 종업원을 통해 충만한 열정이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사이클이 쉬지 않고 반복될 때, 비로소 사업은 안정적인 생존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광저우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저는 건강과 열정 모두 그야말로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고갈’의 상태였습니다.
각설하고,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정부는 국제 경쟁력 제로상태에 가까운 국가경제에 대한 경제적 기초체력 형성을 위해 각종 우혜혜택 및 저렴한 노동력을 미끼로 외국 자본과 기술 유치에 주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의 진출 외자기업에 대한 주요 정책변화를 지켜보면 중국 정부는 이미 "자력갱생"의 경제적 기반이 확충되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하긴 자존심강한 중화민족이 현실적 아쉬움 때문에 제 땅에서 그 정도 숨을 죽이고 외세의 돈벌이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이들은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
정부 차원의 토사구팽 광풍 속에 외자기업은 대부분의 우혜정책을 철회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 인건비 및 고용조건마져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 급변은 안정적인 중국 내수확보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 및 포지셔닝 작업을 해왔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자 제조업의 존립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그 여파는 재중 외국인 사회에 강력한 후폭풍의 형태로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사자의 도시(獅城)"라 부르는 광저우의 한인사회 역시 중국정부 정책변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내 주요 공업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우선 제조업 분야는 이미 파장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중국 경제의 대변혁기를 광저우에서 직접 체험하게 되는군요. ^^
저는 위기와 기회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잘 극복하면 위기는 기회가 됩니다. 반대로 기회를 만났으나, 이를 살리지 못하면 기회는 큰 위기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변혁기는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위태롭고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안정기에 찾기 힘들었던 숨은 기회들이 고개를 내미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라는 급작스러운 거시경제의 대변혁에 처했을 때, 다수의 안정적 중산층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예전의 경제상식으로는 사고조차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신흥 부유층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자신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근자의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이기에, 재중 외국인 중 현재의 변화를 자신의 성공으로 가장 잘 이끌어 나아갈 저력이 있는 국민 역시 한국인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 저는 뒤집힌 국가의 운명마져도 다시 뒤집는 저력이 배달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생활 초기 수년간 참으로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TV를 통해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을 봤다.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만일 중국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중국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외환위기 시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국제시세에 따라 국내시세가 결정되는 금은 매도보다 매수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인들은 ‘금 매수는 매국, 매도는 애국’이라는 집단적 보편사고로 결집, 경제 상식과 단호히 맞섰습니다. 결국 한국인들의 강인한 위기극복 의지는 ‘외환위기를 최단기간 내에 졸업한 국가’라는 형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미 우리의 경험은 알고 있습니다. 위기시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냉철한 이성으로 절치부심하는 것이 바로 당신과 나의 피에 면면히 흐르는 배달의 정신입니다.
예로부터 중국인은 우리를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칭하며 두려워 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전통은 현재 한국이 양궁에서, 북한이 사격에서 세계 최강자의 위치를 고수하는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제공항에 가면 누가 한국사람인가는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다소 상기된 표정과 살아있는 눈빛… 빙고! ^^
공복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감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한번 먹이를 물으면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결코 놓지 않는 호랑이의 끈기와 저력이 바로 배달의 기상입니다.
나는 현재 중국의 변화가 우리 배달민족에게 결코 공포스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중국에오셔서 지금 어떤 위치에 처해 있건 사고는 “해볼만 하다!”는 감정으로 충만, 중국의 변화를 냉철히 주시하고 있는 재중 외국인을 만났다면? 또 빙고! ^^:: 십중팔구 배달민족이라 확신하며, 또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월드컵 4강의 열정으로 다함께 다음과 같이 외쳐보고 싶습니다.
“배달의 민족이여, 우리는 강팀이다! 한국인 화이팅!”
이제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심신이 회복되었습니다. 이번 구정기간이 끝나는 대로 그간 정리한 바를 하나 둘 실행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혹한에 눈보라치는 광야를 헤메게 되더라도, 밤이 아무리 길어도 새벽은 온다는 일관된 신념으로 헤쳐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왜 그리 자.신.만.만. 하냐구요? 어험, 제가... 바로... 배달민족, 한국인이걸랑요! ^^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깊이 숨을 들여 마셨다가 내뱉은 뒤, 다소는 삐딱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아 낮은 톤으로 읊조려 봅니다. "운명, 너 뒈.질.랜.드.?" ^^
이 시간에도 향후 지속적인 한중관계의 우호 발전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계신 모든 재중 한국분들, 새해에도 가정과 사업체 그리고 학업에 건강과 화목, 발전과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중국 광저우에서 "희야"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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