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기업 청산한 사례
中 진출 한국기업의 '아름다운 철수'
"밀린 밥값 500위안 대신 갚아달라"
(둥관<東莞>=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야반도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퇴장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노동, 세제, 환경 등
전방위에 걸친 압박으로 살벌한 경영상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기업의 이름을 알리며 당당하게 떠나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둥관 한인상공회 감사를 맡고 있는 김홍근 미영실업 사장은 1일,
지금은 한국으로 떠나버린 한 동료 한국인 기업주의 아름다운 철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96년 둥관시 랴오부(寮步)진의 헝컹(橫坑)공단에 진출한 완구기업
Y사. K(55) 사장은 당시 기술만 갖고 이곳으로 넘어온 둥관 내 한국
기업의 선두주자였다.
당시 외자기업 유치에 안달하던 현지 정부로선 한국기업 진출의 문호를
열어젖힌 공로자였던 셈이다.
촌 정부 관계자들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깊은 '관시(關係)'를 쌓았음은
물론이다.
후발 한국기업의 진출을 소개해준 대가로 주어진 10만 위안을
헝컹(橫坑)촌 정부에게 돌려줘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건실하게 운영되던 Y사는 그러나 중국 내 외자기업과 완구 납품업체에게
불어온 인력난, 클레임 등 압박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K 사장은 지난해 10월초 청산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주변에선 무단철수, 감금 사례가 잇따랐지만 K 사장은 폐업 신청을
낸지 3일만인 10월6일 편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K 사장의 애로를 전해들은 촌정부 서기는 청산을 쾌히 승낙했다.
K 사장은 촌 정부에 밀린 수도료, 전기요금, 토지임대료 등 16만
위안을 모두 지불한 다음 일사천리로 노동자 100여명의 임금을 비행기
탑승 하루 전날까지 모두 내줬다.
나머지는 공장 설비, 집기 등으로 정산키로 했다.
그간의 경영난에 청산을 짐작하고 있던 직원들도 임금지급을 깨끗이
마무리해준 K 사장을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 보냈다.
마지막에 다른 마음을 품은 경비원 한 명이 산업재해를 이유로 10만
위안을 뜯어내려 했으나 촌정부 서기의 협조와 선처로 3만 위안으로
합의한 뒤 K 사장은 편하게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K 사장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게 하나 남아 있었다.
K 사장은 공항 대기실에서 친구였던 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공장 앞 식당에 밀린 밥값 500위안이 남아 있다며 대신 갚아줄 것을
'중국 창업을 준비하며 > 동네북님의 중국소무역경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계의 공장’ 중국 둥관 혁신 코웃음치다가 몰락 (0) | 2016.02.05 |
---|---|
저탄소시대, 중국 히트상품 (0) | 2011.04.18 |
中 기업 청산절차 대체 어떻길래…오죽하면 야반 도주 (0) | 2008.02.04 |
요즈음 남대문 (0) | 2008.01.28 |
한세상의 보따리 이야기 – 일본으로 일본으로 (0) | 2007.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