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중국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였는가!~ 여덟번째
(출처 : 중여동 글쓴이: 메네시아)
공인들이 파업을 시작하면서 제일 간과했던 것은 시기나 상황이 2년
전보다 더 좋지 않았고, 또한 내게 그들의 속셈과 현재의 정확한
상황을 정확하게 조언해 주는 내 아내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의도한대로 이번 사태를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풀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2007년 무모한 도전... 2 시작합니다..
제 회사는 매월 10일이 급여일 입니다.
회사 설립 후에 하루 이틀 정도면 몰라도 원칙적으로는 제 날짜에
급여를 지급해 왔습니다. 공인들이 파업을 시작한 것은 8월 28일 ..
대부분의 공인들 수중에 현금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본인들 자신이 외지인.. 즉 정당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진심으로 주위 천진 사람들이 도와줄 리 만무하다는 사실도
망각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본인들이 이미 지난달에 도난 문제와 여러 가지 소란을
일으켜 남자 기숙사가 폐쇄되고 대신 공인들에게 주방보조로 일률적으로
매월 50 위안씩 지급해 주는 돈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2003년 파업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제가 노동국, 세무국, 파출소,
공안국 등 관련 기관에 연줄을 대고 있었고, 제 신변 문제 등도 이미
안전을 확보해 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생산 관련 사항도 회사 공인들 이외에 이미 외주 업체 선정을
마무리 하고 시제품이 들어와 샘플 테스트 중이어서 장기간 파업이
아닌 이상 회사 운영에 그다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그들은 제가 지난 2년 동안 이 회사를
사장님 대신 직접 운영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과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몰랐나 봅니다.
파업 첫째 날 ...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파업 개시 3시간 만에 제 주변 지역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고,
거래업체로부터의 괜찮냐는 안부전화나 걸어 왔을 뿐 조용히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전 하루 동안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이번 파업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목적인지 무엇인지,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 이들을 상대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파업 둘째 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위영순에게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스크랩 좀 가져가라!~
위영순 : 벌써..!~ 내일 모레가 가져가는 날 아닌가!~
나 : 능청 떨지 말고 일꾼 중에 양아치 한 10명만 잘 교육시켜 보내라!~
위영순 : 알았어!~ 형!! 몸이나 잘 챙겨..
그리고 나서 노동국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고 최악의
경우 회사의 사규대로 처리를 해도 별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받은 다음에 파출소로 갔습니다.
나 : 수고가 많습니다.
이번에 소요 사태를 일으켜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파출소장 : 김부장이 미안할 건 없지.. 내가 뭐 도와줄 일 없나!~
나 : 아직까지 특별한 것 없습니다.
여기 이번에 파업에 참가한 공인들 명단과 거주증 사본입니다.
내일까지 해결이 안되면 모두 자동 퇴사되어 이 공인들은 제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됩니다.
이에 따른 준비 좀 미리 해주셨으면 합니다.
파출소장 :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무엇을 도와 달라는 것인지 알겠네. 잘 해결되기를 바라네..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총무를 시켜 공고를 냈습니다.
" 노동자와 사용자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무단으로 회사를 이탈한 것은
무단결근으로 간주한다. 회사 사규에 따라 3일 무단결근은 바로 자동
퇴사이고.. 퇴사자는 회사의 권고사직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의해
사직을 했으므로 다음 달 10일 사직서는 경비실에 있으니 사직서를
제출하고 8월 급여를 수령해가기를 바란다.
아울러 지금 이후 회사와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표단 3명을
선임하여 김부장에게 면담 신청을 해주기를 바란다."
위영순의 똘마니들은 이미 와서 회사 안을 어슬렁거리며 스크랩을
차에 싣고 있던 차에.. 공인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 공고 사항을 보더니
웅성웅성 거리면서 갈팡질팡하더군요.
역시 공고의 효과는 컸나 봅니다.
소문이 어수선한 차에 공고까지 내어 원칙대로 처리를 하겠다고 하니..
그동안 공인들에게 외상을 주었던 주위 상점 주인의 외상값 갚으라는
소리, 방을 빼라는 집주인들.. 내일부터 외지인 거주증 단속한다는
파출소의 연출된 소문까지 제 의도대로 흘러 가더군요.
한편으로는 참 중국 인심이 참으로 야박 하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이번에 파업을 주동한 주동자들이 노동국으로 달려간 모양입니다.
하지만 노동국에서 들려준 말은 지금 김부장 회사처럼 너희 외지인들
급여 이외에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
너희들 여기 현지 중국 공장에서 일 안 해보았느냐!~
배부른 투정 말고 회사에 복귀하고 다음달 10일에 급여를 안주면
그때나 찾아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하더군요..
오후에 공인들이 혼란을 일으키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마침 노동국
유주임과 장부주임(노동감시단)이 회사에 찾아 왔습니다.
서로가 웃는 얼굴로 회사 앞에서 담배를 권하며 회사 한 바퀴 둘러보고
가는 길에 악수까지 하면서 돌아가는 순간에 이미 승부는 저에게
기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공인들이 다급했는지..
대표단을 선임하여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나 : 도대체 너희들 요구사항이 뭐냐!~
공인대표 1 : 우리가 옆 회사보다 일을 덜 하는 것도 아닌데,
기본급을 맞추어 달라..
나 : 그러면 모두 복귀할건가!~
공인대표 : 그렇다.
나 : 그렇다면 너희들은 내 회사에 무엇을 해줄 건데...
너희들 요구대로 한다면 급여가 같은 일을 시키면 20% 가 올라가는데..
그만큼 제품 더 생산할 수 있는가!~
공인대표 2 : 열심히 하겠다.
나 : 열심히 말고 그만큼 더 생산할 수 있나!~ 라고 묻고 있는데...
공인대표 : 원자재도 안 좋고, 공인들도 말 안 듣고...
금형도 보수해야 되고..
나 : 그 소리는 2년 전 나 천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왔던 소리야!~
지금 설비나 원재료로 볼 때 그때보다 여건이 훨씬 나은 편인데도
오히려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은 생각 못하나!~
그만큼 너희들이 타성에 젖어 일을 안 한다는 소리는 왜 안 하지..
각 반 책임자들이면 최소한 미리미리 생산스케줄에 따라서 인원
배치하고 연관부서에 요청하여 생산이 최적화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너희들 역할 아니었던가!~ 다시 한번 묻는다.. 할 수 있나!~
공인대표 : 사람들과 협의해 보겠다.
나 : 이게 뭐 하는 짓거리인가!~
최소한 단체행동을 했으면 의견이라도 통일시켜서 내게 와야 되는 것
아닌가!~ 내일 오전까지 시간을 주겠다.
내일 오전까지 결론이 안 나면 모두 회사 규정대로 처리되는 것을
잊지 말아라...
다음 날 아침.. 사장님에게 상황 보고를 하니 수고했다. 솜씨가 좋구만..
계속 밀어붙이지 말고 조금은 양보해 주어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여기서 제가 조금이라도 주동자들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양보를
해준다면 나중에 우리 형제 목에 칼을 들이 댈 놈들입니다.
사건 정리 후 이번 주동자 모두 정리할 생각입니다.
알았다고 하시면서 몸 조심하라는 당부 이외에는 더 이상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더군요.
전화 통화 후에 식당 아줌마들과 총무를 불렀습니다.
공인들 오늘 점심부터 먹어야 되니 준비 좀 잘 해두라고 하자
모두 의아해 하길래 ..
공인들 이틀 넘게 제대로 먹지 못했을 거니 평소보다 음식을 더
준비하고 신경 좀 쓰고.. 사건 마무리 될 때까지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고 입 단속을 시켰습니다.
9시에 2차 면담을 다시 가졌습니다.
공인대표 : 정말로 기본급을 580 위안으로 해줄 수 없는가 !~
나 : 정말 옆 회사와 대우를 똑같이 해주기를 바라는가!~
공인대표 : 그렇다.. 우리 체면이 걸린 문제다.
나 : 그러면 그리 해주지.. 대신 복지와 근무시간도 그 회사와 똑같이
대우해준다는 것을 잊지 마라!~
공인대표 : 무슨 소리인가!~
나 : 앞으로 회사에서 식사는 제공하지 않는다. 너희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거나, 너희들이 요구를 하면 식당을 외주를 줄 테니
너희들이 돈을 내고 사먹어라. 또한 토요일 잔업은 없다.
제품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너희들에게 200% 연장수당 주면서
생산을 시키느니 외주업체에게 잔업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고 저렴하다.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주었던 주택보조 수당, 환경
수당도 모두 철폐된다는 것도 알아두기를 바란다.
공인대표 : 말도 안 된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나 : 말도 안 되는 요구와 행동을 한 것은 너희들 아닌가!~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12시까지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일할 사람은
일을 하든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는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거라.
단 이 시간 이후 출근하는 사람은 원래 회사의 임금 규정을 따르는
사람이고, 옆 회사의 규정을 따르고 싶은 사람은 따로 명단을 제출
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노동 합동서를 작성하고 급여를 조정해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서 경비에게 회사 문을 굳게 잠궈 놓고 11시 30분에 문을
열어놓으라고 했습니다. 사무실 창 밖으로 공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갈팡질팡..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파출소에서도 직원 3명이 나와 있더군요.
시간이 되자... 서로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제가 사무실을 나서자
한 공인이 미안하다고 큰소리로 외치면서 공장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이 공인을 필두로 나머지 대다수의 공인들이 비 맞은 강아지처럼 모두
머리 숙이고 회사 안에 들어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식당 안으로 몰려
갔습니다.
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담배 한대를 물자!~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 아내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사람 하나 제대로 상대를 못하네...
우리 신랑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네..”
하면서 자조 섞인 말을 하더군요 ..
묘한 뉘앙스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파업 종료 후의 공인들 처리 문제와 내가 중국에서 만난
멋진 한국사람, 추한 한국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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