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23일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23. 08:26

11 23일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오늘은 특별히 ㅎㅎㅎ 클레멘스 교황 순교자 축일입니다.

 골목대장의 영명축일이지요.

오늘 이 묵상글을 읽으실 때, 골목대장을 기억하여 주시는 분은

아주 행복한 날이 되도록 기도 드리겠습니다. ㅎㅎ)

 

1독서 : 1마카 4,36-37.52-59

유다와 그의 형제들은,

 "이제 적을 다 무찔렀으니

올라 가서 성소를 정화하여 다시 봉헌합시다."

하고 말했다. 그리하여 전군이 집합하여 시온산으로 올라 갔다.

맥 사십 팔년 기슬레우월 즉 구월 이십 오일 이른 아침에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율법대로 새로 만든 번제제단에 희생제물을 바쳤다.

이방인들이 그 제단을 더럽혔던 바로 그 날과 그 때에

그들은 노래와 비파와 퉁소와 꽹과리로 연주를 하며

그 제단을 다시 바쳤다. 모든 백성은 땅에 엎드려

그들에게 성공을 가져다 주는 하늘을 경배하며 찬양하였다.

제단봉헌 축제는 팔 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구원의 제물과 감사의 제물을 드렸다.

그들은 성전의 정면을 금으로 만든 왕관과 방패로 장식하고

사제들의 방을 수리하여 문을 달았다.

이방인들이 주고 간 치욕의 흔적이 가셔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유다와 그의 형제들과 이스라엘의 온 회중들은

매년 기슬레우월 이십 오일부터 팔 일간

기쁜 마음으로 제단봉헌 축일을 지키기로 정하였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복음 : 루가 19,45-48

예수께서 성전 뜰 안으로 들아 가 상인들을 쫓아내시며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 로 만들었다"

하고 나무라셨다.

예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는데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듣느라고

그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잘 들리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한 할머니와 오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노인성 난청이 와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기에

때로 글로 쓰기도 하고, 때로 손짓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증세가 워낙 중해서 보청기를 착용해도

거추장스럽기만 하지 별 효과도 없다고,

그리고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기에 그저 불편함을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제 마음을 몹시 흔들어놓았습니다.

 

잘 안 들려서 불편한 것, 일상적인 의사소통 잘 안 되는 것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노라고,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미사 때 마다 신부님들이 하시는 그 좋은 강론말씀을 제대로 못 들으니

얼마나 마음이 괴로운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저 성체모시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낙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귀가 잘 들릴 때, 건강할 때, 좋은 말씀 듣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기도도 건강할 때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소리조차도 짱짱하게 들려오는

‘성능 좋은’ 귀를 지니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 좋은 귀로 매일 선포되는 그 좋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건강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축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령성월을 맞아 존경하는 원로수사님을 초청해

‘죽음’을 주제로 한 피정강의를 들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의 병고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으셨던 수사님이셨기에,

한 말씀 한 말씀이 다 소중했습니다.

 

수사님께서 강의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투병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서 통증이 심해지면, 정신도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그에 따라서 기도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도 건강할 때 열심히 바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

건강할 때 부디 기도 많이 하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성전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십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성전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묵상하고, 되새기고, 기도하는 집인데,

당시 예수님께서 들른 성전은 소란한 시장터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제물을 미리 미리 준비해오면 좋을 텐데,

겨우 성전 마당에 와서 제물을 준비하려다 보니,

성전 앞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제물로 바칠 짐승을 파는 상인들,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사람들,

환전상들, 고리대금업자들, 야바위꾼들,

소매치기들 등으로 우글거렸습니다.

 

거룩해야 할 성전, 조용히 기도 안에 하느님과 일치해야 할 성전이

각종 매매행위로 더럽혀진 것을 보신 예수님은 진노하십니다.

그 뻔뻔스런 상인들을 내쫓으십니다.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우리 신앙인 개인 각자 각자도 어떤 의미에서 성전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마음도 성전 정화대상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기초로 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나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심으로 가득 찬

우리 마음 역시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거룩한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질투심, 시기심, 교만, 음행, 사악함, 거짓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은

우선적인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그토록 좋은 말씀이 선포됨에도 불구하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우리의 불성실한 모습

역시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