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순교자 기념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22. 08:32

11 22일 목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1독서 : 1마카 2,15-29

안티오쿠스왕은 유다인들에게 배교를 강요하고

이교제사를 드리게 하려고 자기 부하들을 모데인시로 보냈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을 따랐지만

마따디아와 그의 아들들은 따로 떨어져 한데 뭉쳤다.

그러자 왕의 부하들이 마따디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들들과 형제들의 지지를 받는 당신은

이 도시의 훌륭하고 힘있는 지도자요.

모든 이방인들과 유다의 지도자들과 예루살렘에 남은 사람들이

다 왕명에 복종하고 있는 터에 당신이 앞장 선다면

당신과 당신의 아들들은 왕의 총애를 받게 될 것이고

금과 은과 많은 선물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오."

그러나 마따디아는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왕의 영토 안에 사는 모든 이방인이 왕명에 굴복하여 각기 조상들의

종교를 버리고 그를 따르기로 작정했다 하더라도

나와 내 아들들과 형제들은 우리 조상들이 맺은 계약을 끝까지 지킬

결심이오. 우리는 하늘이 주신 율법과 규칙을 절대로 버릴 수 없소.

우리는 왕의 명령을 따를 수 없을뿐더러

우리의 종교를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소."

마따디아의 말이 끝났을 때 어떤 유다인 한 사람이 나와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왕명대로 모데인 제단에다 희생제물을

드리려 했다. 이것을 본 마따디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치를 떨고,

의분을 참지 못하여 앞으로 뛰어 올라 가 제단 위에서 그자를

죽여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교제사를 강요하기 위하여 온

왕의 사신까지 죽이고 제단을 헐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마따디아는 전에 비느하스가 살루의 아들 지므리를

찔러 죽였을 때처럼 율법에 대한 열성을 과시하였다.

그리고 마따디아는 거리에 나서서,

"율법에 대한 열성이 있고 우리 조상들이 맺은 계약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나를 따라 나서시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모든 재산을 그 도시에 버려 둔 채 자기 아들들을 데리고

산으로 피해 갔다. 정의와 율법을 따라 살려는 많은 사람들이

정착할 곳을 찾아 나아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복음 : 루가 19,41-44

예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 이르러

그 도시를 내려다 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한탄하셨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이제 네 원수들이 돌아 가며 진을 쳐서 너를 에워 싸고

사방에서 쳐들어 와 너를 쳐부수고

너의 성안에 사는 백성을 모조리 짓밟아 버릴 것이다.

그리고 네 성안에 있는 돌은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 얹혀있지 못할 것이다.

너는 하느님께서 구원하러 오신 때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쌓아 올린 사랑인데>

 

“어떻게 맺어진 인연인데, 어떻게 쌓아 올린 사랑인데,

그 사랑이 변할 수 있니?

라고 부르짖는 사람에게

“인간은 늘 흔들리는 갈대니까”

“인간은 본성상 한 사람에게만 만족할 수 없는 존재라던데”라며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간의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하든

한때 죽도록 사랑했던 대상이 떠나갈 때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슬픔, 허전함, 안타까움, 배신감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너무나 안쓰러워서, 너무나 가엾어서, 너무나 측은해서

더 많은 사랑을 주었던 아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챙겨주었던 아이,

그래서 기대감도 컸던 아이가 또 다시 배신을 때릴 때,

와 닿는 배신감은 다른 배신감과는 격이 다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떠나가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물까지 흘리십니다. 예수님의 연인(戀人)이었던 예루살렘은

극진한 예수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너무나 사랑이 컸던 나머지 울면서,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돌아와 줄 것을 당부하지만

예루살렘은 끝내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돌아섰습니다.

 

언젠가 잠시 예루살렘에 들렀을 때가 기억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예루살렘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고색창연한 도시,

견고한 성곽 안에 자리한 그 자태가

남다르게 사랑스럽던 도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시였습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도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던 도시,

하느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던 말씀의 중심지였습니다.

또한 예루살렘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수도였습니다.

 

예수님의 눈에도 예루살렘은 당신 신앙의 본향인 도시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동경해왔던 거룩한 도읍이었습니다.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자리,

어쩔 수 없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스런 도시 예루살렘의 멸망을

당신 입으로 친히 예언하십니다.

머지않아 일어날 예루살렘의 완전한 파괴를,

그 비극의 현장을 미리 내다보십니다.

동족들이 끔찍하게도 살육되고,

성전은 벽돌 한 장 성한 것 없이 남김없이 유린되는 그 현장을 바라보니

예수님의 눈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인 예루살렘의 끔찍한 최후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셨겠습니다.

상심의 정도가 얼마나 컸으면 한탄까지 하시고

눈물을 철철 흘리셨습니다.

 

끝까지 당신 사랑을 몰라주는 예루살렘,

렇게 알아듣게 설명해도 정신 못 차리는 예루살렘,

죽음의 길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희희낙락거리며

엉뚱한 길을 걸어가는 예루살렘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흘리신 그 눈물,

그 한탄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깨달았더라면...

 

예수님의 눈물, 한탄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가 이토록 변덕스럽고 밥 먹듯이 배신을 거듭하지만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은 늘 한결같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우리가 떠나가도 늘 그 자리에 서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우리의 돌아섬을 기다리는 분이

우리 주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