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제1독서 : 2마카 7,1.20-31
그 때에 일곱 형제를 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왕에게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 끈으로 고문을 당하며 율법에 금지되어 있는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받았다.
그 어머니의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고, 모든 사람이 길이 기억할 만한
훌륭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단 하루 동안에 일곱 아들이 죽는 것을
지켜 보고서도 주님께 희망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픔을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그 어머니는 거룩한 생각을 마음 속에 가득 품고서
여성적인 마음을 남성적인 용기로 북돋우어 자기 나라 말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어떻게 내 뱃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도 모른다.
너희들에게 목숨을 주어 살게 한 것은 내가 아니며,
또 너희들의 신체의 각 부분을 제 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너희들은 지금 너희들 자신보다도 하느님의 율법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사람이 출생할 때에 그 모양을 만들어 주시고 만물을 형성하신
창조주께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안티오쿠스는 자기가 멸시당했다고 생각하고
그 어머니의 말 중에는 자기에 대한 욕설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했다.
마지막 아들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그래서 왕은 그가 만일 조상들의
관습을 버린다면 재물을 많이 주어 행복스럽게 해 줄 뿐 아니라
자기의 친구로 삼고 높은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맹세로써 약속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그 말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건지게 하라고 권고하였다.
왕의 권고를 오랫동안 듣고서 그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설복시켜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잔인한 폭군을 조롱이나 하듯이
자기 아들에게 가까이 가서 자기 나라 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아들아, 이 어미를 불쌍하게 생각하여라.
나는 너를 아홉 달 동안 뱃속에 품었고
너에게 삼 년 동안 젖을 먹였으며
지금 내 나이에 이르기까지 너를 기르고 교육하며 보살펴 왔다.
얘야, 내 부탁을 들어 다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라.
하느님께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인류가 생겨 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도살자를 무서워하지 말고 네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죽음을 달게 받아라. 그러면 하느님의 자비로 내가 너를 너의 형들과
함께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이 말이 끝나자 젊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왜 그리 꾸물거리고 있소.
나는 모세가 우리 선조에게 준 율법이 하라는 대로 할 뿐이오.
왕이 하라는 대로는 절대로 못하겠소. 히브리인들을 괴롭히려고 온갖
종류의 재난을 꾸며 낸 당신은 하느님의 손길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잘 했다. 너는 착한 종이로구나
복음 : 루가 19,11-28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신 것을 보고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에 나타날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또 비유 하나를 들려 주셨다.
"한 귀족이 왕위를 받아 오려고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금화 한 개씩을 나누어 주면서
'내가 돌아 올 때까지 이 돈을 가지고 장사를 해 보아라' 하고 일렀다.
그런데 그의 백성들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대표를 뒤따라 보내어
'우리는 그자가 우리 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고 진정하게 하였다.
그 귀족은 왕위를 받아 가지고 돌아 오자마자 돈을 맡겼던 종들을
불러서 그 동안에 돈을 얼마씩이나 벌었는지를 따져 보았다.
첫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 하나를 열 개로 늘렸습니다'
하고 말하자 주인은
'잘 했다. 너는 착한 종이로구나.
네가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을 다했으니 나는 너에게 열 고을을
다스리게 하겠다' 하며 칭찬하였다.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 하나로 금화 다섯을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자 주인은
'너에게는 다섯 고을을 맡기겠다' 고 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에 온 종의 말은 이러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가 여기 그대로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 두었습니다.
주인님은 지독한 분이라 맡기지도 않은 것을
찾아 가고 심지도 않은 데서 거두시기에 저는 무서워서
이렇게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이 몹쓸 종아, 나는 바로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벌주겠다.
내가 맡기지도 않은 것을 찾아 가고
심지도 않은 것을 거두는 지독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너는 왜 내 돈을 돈 쓰는 사람에게 꾸어 주지 않았느냐?
그랬으면 내가 돌아 와서 이자까지 붙여서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며 호통을 친 다음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저자에게서 금화를 빼앗아 금화 열 개를 가진 사람에게 주어라'
하고 일렀다. 사람들이
'주인님, 그 사람은 금화를 열 개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말하자 주인은
'잘 들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겠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내 원수들은 여기 끌어 내다가
내 앞에서 죽여라'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불꽃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서해바다 한적한 곳에
저희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캠프장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 전, 캠프장에서 일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캠프가 끝나면 참새처럼 재잘대던 아이들이 떠나갑니다.
피정이 끝나면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한적한 바닷가에 남는 것이라곤 끝도 없는 적막함입니다.
그 적막함과 함께 저녁노을이 찾아 듭니다.
붉게 물든 서녁 하늘을 넋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일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일출광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일몰장면은 어쩐지 슬픕니다.
쓸쓸합니다. 그러나 장엄합니다. 찬란합니다.
마치도 달릴 곳을 다 달린 한 영혼이 이제 막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임종의 순간처럼 아름답습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임종이 그랬습니다.
그의 얼굴은 수많은 일과 고뇌와 누적된 피로로 인해 초췌했지만,
그의 신체는 모든 에너지가 완전히 빠져나간 나머지
왜소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의 영혼은 활활 불타오르는 석양과도 같았습니다.
수많은 어린 영혼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이제 모든 것을 다 이루었기에,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그의 영혼은 더 없이 당당했습니다.
돈보스코의 시신을 검안했던 의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그런 시신은 정말 보기 드물었습니다.
마치도 모든 것이 다 타고 이제 겨우 재만 남은 것과도 같은
그런 시신이었습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그의 시신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신에는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며,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완전히 시든 꽃과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금화의 비유’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잘 사용해서 하느님께는 영광을 드리고
이웃들에게는 사랑을 실천하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돈보스코의 임종을 묵상하면서
달란트를 잘 사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육신은, 우리의 손과 발은, 우리의 삶은
그저 살결 매끄럽게, 주름살 없게 잘 가꾸었다가,
고운 모습을 간직한 채 이 세상 하직하라고 주신 선물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 한 몸 잘 먹고 잘 살라고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전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라고 보내셨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세상에 보탬이 되라고,
보다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데 기여하라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하라고 우리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우리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기쁨이 되고 선물이 되라고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셨을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지 말고 불꽃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언젠가 다가올 우리의 마지막 날,
더 노력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웃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도록,
더 기쁘게 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도록,
오늘 우리 자신의 삶을 늘 돌아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하늘을 향한 마음 > 오 하느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년 11월 23일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0) | 2007.11.23 |
---|---|
2007년 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순교자 기념일 (0) | 2007.11.22 |
2007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0) | 2007.11.20 |
2007년 11월 16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0) | 2007.11.16 |
2007년 11월 15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0) | 2007.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