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20. 07:50

11 20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1독서 : 2마카 6,18-31

 

그 때에 뛰어난 율법학자들 중에 엘르아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미 나이도 많았고 풍채도 당당한 사람이었다.

박해자들은 강제로 그의 입을 열고 돼지고기를 먹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생활을 더럽히고 살아 가는 것보다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낫다고 하여 자진하여 태형대로 가면서 그 돼지고기를 뱉아 버렸다.

참된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물리칠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엘르아잘이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돼지고기를 뱉아

버렸던 것이다. 율법에 어긋나는 이 희생제를 관장하는 사람 중에서

엘르아잘과 오랜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그를 따로 불러, 그에게 율법에

어긋나지 않은 다른 고기를 준비했다가 그것을 가져오도록 권하면서

왕의 명령대로 희생제에 바쳐진 고기를 먹는 체하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기만 하면 엘르아잘은 오랜 친분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인정을

이용해서 자기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노인은 자기의

나이에 따르는 위엄과 백발이 된 머리를 생각하고, 어렸을 적부터 나무랄

데 없이 살아 온 자기 생애를 돌이켜 보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율법에 따라야겠다고 생각하여 고결한 결심을 꺾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빨리 죽여 달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만일 그런 짓을 한다면 구십이 다 된 엘르아잘이 이방인들의 풍습을

따랐다고 많은 젊은이들이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 아까워서 그런 가장된 행동을 한다면 그들도 나 때문에 그릇된

길로 빠지게 될 것이고 이 늙은이에게 치욕과 불명예가 돌아 올

것입니다. 내가 당장에는 인간의 벌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전능하신 분의 손길을 피할 도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나는 용감하게 죽어 나이값을 하고자 합니다.

또 나는 숭고하고 거룩한 율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상하고 훌륭한

죽음을 택하여 젊은이들에게 좋은 표본을 남기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태형대로 직행하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엘르아잘에게 호의를 베풀던 사람들이 엘르아잘이 한 말을 듣고

미친 놈의 소리라고 생각하여 돌변하여 그에게 악의를 품게 되었다.

엘르아잘은 모진 매에 못 이겨 거의 죽어 가면서 신음하는 소리로

말하였다. "주님은 거룩한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내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매를 맞아 무서운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하느님을 경애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 고통을

달게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이렇게 그는 자기의 죽음을 젊은이에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포들에게 용기의 모범과 덕행의 본보기로 남기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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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복음 : 루가 19 1-10

예수께서 예리고에 이르러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거기에 자캐오라는 돈 많은 세관장이 있었는데 예수가 어떤 분인지

보려고 애썼으나 키가 작아서 군중에 가리워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길을 앞질러 달려 가서 길가에 있는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 갔다.

예수께서 그 곳을 지나시다가 그를 쳐다보시며

"자캐오야, 어서 내려 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자캐오는 이 말씀을 듣고 얼른 나무에서 내려 와

기쁜 마음으로 예수를 자기 집에 모셨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 사람이 죄인의 집에 들어 가 묵는구나!" 하며 못마땅해 하였다.

그러자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 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은 갚아 주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자캐오를 보시며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희망의 복음>

 

‘자캐오’란 이름은 ‘바르다’ 혹은 ‘깨끗하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관장 자캐오의 삶은 자신이 지닌 이름처럼

바르거나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의 삶은 오랜 세월 제 갈 길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했습니다.

그의 생애는 부정부패, 중상모략, 권모술수, 이중적인 생활, 착취로

얼룩진 흠이 많은 나날이었습니다.

 

그는 히브리 사람이었지만, 직책상 히브리 사람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던

사람이었습니다. 동족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민족의 원수였던

로마제국에 세금을 갖다 바쳤습니다.

 

말단 직원으로 출발했던 자캐오는 업무능력이 꽤 출중했던가 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삥 뜯어내는 데’ 연륜이 쌓이면서 윗사람들에게

잘 보였겠지요. 그는 세리들 가운데 으뜸인 세관장이 되었습니다.

 

‘돈 많은’이란 표현을 통해 자태오가 세관장이란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상당한 부를 축척하였던 걸로 여겨집니다.

 

그에게는 한 가지 큰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 정도가 유달리 심한 ‘숏다리’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세리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자연히 세관장이었던 자캐오는 ‘죄인 중의 죄인’ ‘대표 죄인’

‘죄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자캐오는 ‘숏다리’였으니 군중들의 수근거름과 비아냥,

손가락질을 극에 달했습니다.

 

자캐오는 심심풀이 껌이나 땅콩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단골 놀림감, 첫 째 가는 조롱거리, 즐겨 씹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당시 분위기를 자캐오 본인이 몰랐을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아마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래, 좋아! 너희들, 마음대로 갖고 놀아라.

언젠가 단단히 혼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죽어라고 돈을 모았습니다.

자캐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돈이었습니다.

유일한 위안은 모아진 돈을 흐뭇한 마음으로 헤아려보는 일이었습니다.

돈을 모으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고 과제였기에,

그 방법도 잘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막대한 부를 축척하게 되었습니다.

 

동족들로부터 당한 심한 왕따, 눈총, 욕설과 로마제국으로부터 받은

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의 결과가 수전노 자캐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분노에 찬 그는 돈으로 복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속여도 먹었습니다. 말도 못하게 삥땅도 했습니다.

고리대금업도 시작하면서 악착같이 이자를 챙겼습니다.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혹독한 방법으로 복수했습니다.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죽을 죄인인 자캐오, 지옥이 확실하다고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던 자캐오에게 예수님은 천국을 선포하십니다.

죽을 인간 자캐오에게 구원을 확증하십니다.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노력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구원받았다고 단언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희망의 복음입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데, 이렇게 지은 죄가 많은데,

이토록 죄질이 심각한데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우리 죄인들에게도 구원을 확증하는 희망의 복음입니다.

 

비록 우리 죄가 진홍빛 같을지라도

그분의 자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죄가 하늘을 찌를지라도 우리가 그분께로 돌아서기만 한다면,

우리가 그분의 자비에 매달리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즉시 새 삶을,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주심을 믿고

다시 한 번 새 출발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