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16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16. 07:41

11 16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1독서 : 지혜 13,1-9

하느님을 모르는 자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어서

눈에 보이는 좋은 것을 보고도 존재하시는 분을 알아 보지 못하였고,

업적을 보고도 그것을 이룩하신 분을 알아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불이나 바람이나 빠른 공기,

또는 별의 회전, 혹은 도도하게 흐르는 물,

하늘에서 빛나는 것들을 세상을 지배하는 신들로 여겼다.

만일 이런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을 신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것들의 주님이 얼마나 더 훌륭하신가를 알아야 했을 터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창조하신 분이 바로 아름다움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이런 것들의 능력과 힘에 놀랐다면

마땅히 이런 것들을 만드신 분의 힘이 얼마나 더 큰가를

깨달아야 했을 터이다.

피조물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는 그들을 만드신 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크게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은 아마 하느님을 찾으려고 열렬히 노력하다가

빗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하느님의 업적 가운데에서 살면서 열심히 모색하다가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도 아름다와서

그 겉모양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

만일 그들이 세계를 탐지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능력이 있다면

어찌하여 세계를 만드신 분을 일찍이 찾아 내지 못했는가.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복음 : 루가 17,26-37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 간 바로 그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다가 마침내 홍수에 휩쓸려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 짓고 하다가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 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자

그들은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 날 지붕에 올라 가 있던 사람은 집 안에 있는 세간을 꺼내려

내려 오지 말라.

밭에 있던 사람도 그와 같이 집으로 돌아 가서는 안 된다.

롯의 아내를 생각해 보아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잘 들어 두어라.

그 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누워 있다면

하나는 데려 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 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이 "주님,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 드는 법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끝 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하는 밤 시간,

성직자들은 마무리 기도로 ‘성무일도’ 가운데

가장 마지막 기도인 ‘끝 기도’를 바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본의 아니게 자주 빼먹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빼먹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해봅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드리는 끝 기도 내용 한 구절 한 구절은

얼마나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가슴 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주님,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님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수행생활에 투신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 끝 기도를 바치는 시간은

‘작은 죽음’의 순간입니다.

끝 기도를 바칠 때 마다 저희는

“또 하루가 저무는구나. 또 한 번 죽는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경당을 빠져 나와 침실로 올라가는 저희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주님의 손에 제 영혼을 맡기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일어날 광경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말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엄청난 홍수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늘에서는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릴 것이라고 하십니다.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데려가시고

한 명은 버려두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광경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펼쳐질 미래입니다.

잘 준비된 사람들에게 주어질 상급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팔팔하게’ ‘싱싱하게’ ‘새파랗게’ 살아있을 때부터

종말을 잘 준비한 사람들,

죽음을 당연한 인간의 현실로 여기고 기꺼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사람들,

평소부터 당당하게 죽음에 직면하는 연습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그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게 될 때

주어지는 은총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우리 인간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식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위선적인 삶에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그렇게 하찮아 보이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다가오게 될 주님의 날,

갑자기 바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마주치게 될 마지막 날, 허둥대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무덤에서 편히 쉬신 아드님과 같이 우리도 편히 쉬게 되었으니,

내일도 잠에서 깨어나 부활하신 그분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이 묵상글을 올리고 골목대장은 몇일 간 출장을 떠납니다.

안 보이더라도 찾지 마시고..

잘 계십시오.

돌아와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