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제1독서 : 지혜 6,1-11
그러면 왕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깨달아라.
땅의 끝에서 끝까지를 다스리는 통치자들아 배워라.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하들을 자랑하는 자들은 귀를 기울여라.
그대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그대들의 주권 또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신 것이다.
따라서 주님께서는 그대들의 업적을 굽어 보시고
그대들의 계략을 낱낱이 살피실 것이다.
만일 주님의 나라를 맡은 통치자로서 그대들이 정의로 다스리지
않았거나
율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하느님의 뜻에 맞게 처신하지 않았으면
주님께서 지체 없이 무서운 힘으로 그대들을 엄습하실 것이다.
권세 있는 자들에게는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미천한 사람들은 자비로운 용서를 받겠지만
권력자들은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만인의 주님은 어떤 인간도 두려워하시지 않고
힘센 자라고 해서 위해 주시는 법이 없다.
그분은 대소만물을 친히 지으셨고
따라서 만인을 똑같이 대하신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엄하게 다스리신다.
그러므로 세상의 군주들이여, 그대들을 위해서 하는 내 말을 듣고
지혜를 배워서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라.
거룩한 것을 거룩하게 지키는 사람들은 거룩한 사람이 된다.
그들에게서 배운 사람들 또한 심판 날, 답변에 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열심히 음미하면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루카 17장 11-19절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 가시게 되었다.
어떤 마을에 들어 가시다가 나병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 와
그 발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 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그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고 말씀하셨다.
<회색 빛 나날들>
돌아보니 제 "신앙생활"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길이었습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평탄하고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때가 있는가 하면
가파른 오르막이나 아슬아슬한 절벽 사이를 기어갈 때도 있지요.
지난 제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로 희망과 설렘으로만 가득 찼던 맑은 날이 있었는가 하면,
답답함과 좌절과 쓰라림뿐이었던 회색빛깔의 나날들도 많았습니다.
아버지와 이웃들 앞에
떳떳하고 의기양양하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만 싶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절실하고 감미로운 하느님 체험으로 가슴 뛰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과연 하느님이 계시기는 하는가? 이게 도대체 뭔가?"하며
막막해하던 시절도 많았습니다.
제 신앙여정 안에서
참으로 피하고 싶었던 불행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물론 그 순간은 현실적으로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제 삶 전체가 뒤흔들렸던 위기의 순간들이었지요.
어떤 체험들은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떠올리기조차 싫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조금씩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좌절의 순간이야말로 은총의 순간이었습니다.
좌절의 순간이야말로
제 삶 안에 큰 쉼표를 찍게 된 보물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불행했다고 여겨지던 그 순간이 비록 육체적으로 괴로웠지만
제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바라다 볼 수 있었던
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병고의 십자가를 지고 가던 순간이야말로
진한 하느님의 은총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희망과 구원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한평생 나병으로 시달리던 사람들을
말끔히 치유하시는 예수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예수님은 언제나 인간의 병고를 모른척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 함께 아파하며 함께 고통 당하시며
함께 눈물 흘리시는 연민의 예수님이십니다.
우리가 고통 당할 때, 거듭되는 실패 속에 헤맬 때도
우리가 결코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가지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를 외면한다 할지라도
예수님 그분만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간다 할지라도
그분만은 끝까지 우리를 떠나가지 않으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고통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고통 안에 계심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노화마저 거부하지 않습니다.
봄이 오면 고목의 등걸에서
연녹색 푸른 싹이 돋아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죽음마저도 내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마저 물리치셨음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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