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41) - 간호사님 저도 착해요 (1)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18. 15:19

간호사님,  남편도 착하지만 나는  착해요 (1)

 
어제 방문한 환자의 남편과 간호사의 대화 중에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았다

 남편의 말을 전해주며 남편이  착한  같다고 간호사가 칭찬을  주자 

환자가 웃으며 대꾸한 말입니다. 

간호사와 함께 환하게 웃는 얼굴에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가득히 

배어 있었습니다. 

비록 하반신이 마비되고 왼쪽 팔만 간신히 움직일 뿐이었지만 자신의 운명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밝은 모습으로 지내셨습니다.  

처음 꽃마을에 입원할 때의 모습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느라 야위긴 했지만 

눈망울이 맑고 조용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기품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오랜 기간 고통과 인고의 시간들을 통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숙

해졌기 때문 일겁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동안 수술을 7번이나 했는데 자궁외임신으로 인한 

나팔관 수술, 유방암 수술, 다리 수술   두 번만 해도 끔찍한 것을 7차례나 

했으니 정신적 고통 또한 컸을 것입니다. 

본인 말로는  번째는  모르고 하고  번째는 마지막이다 싶기도 해서 

집안을  정리하고 (반찬, 이불빨래 등) 수술을 했고 

 번째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 다섯 , 여섯 번째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은 수술 잘해서 어떻게든 걸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신에게 간절히 

의탁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으니 차라리 얼른 죽고만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누워 똥오줌을 싸고 있어도 살아만 있어 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왕이면 걸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라고 

하는데 자꾸 짐이 되고 있으니 죄송하고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고통에도 익숙해지나 봐요,  

처음엔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하고 하느님을 많이 원망했지만 

이제는 뭔가 뜻이 있으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씩 대화 중에 튀어나오는 말들을 보면 이미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에 

도를 닦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닥쳐올 죽음들에 대해 초연함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죽음이 두렵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니 

이미 수술을 7 하는 동안에도 수 차례 죽었다 깨어났는데    죽는 게

뭐가 두렵겠어요’ 

하며 그저 깊은  한번  자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말에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내로써  엄마로써 몫을  하지 못하고 가는 것에 

대해서 죄스럽지만  빈자리는 하느님이 채워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맡기고   있다 

자기는 천국에 가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26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보다도 시어머니가 자기를  좋아해 

곧바로 결혼날짜를 잡았다며 남편보다도 시부모의 사랑을 먼저 받았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아버님이 폐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을 때에도  옆에서 

간호하며 힘이 되어 드렸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해서 투병 생활하는 동안   있는  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었습니다. 

남편이 지금까지  해준 게  한가지가 있어요.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해요.

누가 사람 뼈 가루가 좋다는 말을 했는지 남편이  얘기를 듣고는.. 

화장터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는 뼈 가루를 얻을  없느냐고 했더니 

 사람들이 여기가 어딘데 당신 정신이 돌은 사람 아니냐고 해서 쫓겨났다고 

해요. 그래서 구하지 못하고 나왔다는데  얘기를 듣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착잡했어요. 

그렇게 까지 생각해 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복이지요?”  

덕분에 친정식구들은 물론이고 남편을 아는 사람들은 좋은 남편 만나 시집 

  거라고 귀따갑게 얘기한다며 자신이 생각해도 평생 살아가면서 받아야

 남편 사랑 여한 없이  받고 간다고 말했습니다.   

슬하에  둘과 아들 하나를 남겼는데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은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한 것들이 너무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식들과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글로 남겼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