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39) -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1)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17. 10:39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에요 (1)

 

간신히 숨을 헐떡이며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폐암인데다  거리를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숨이 많이 찼던지 산소를 4리터 

정도 대주고  시간 가량 지나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나이는 46,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가장이었는데 

지나온 세월의 힘겨움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들어갔지만 사춘기 때의 반항 끼와 얼굴에 나는 잡티와 여드름 

등으로 인해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결국 졸업을 못하고 직업 훈련소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면서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 졸업을 마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의 가난으로  이상의 공부는  수가 없어 공장에 다니면서 

집안 살림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80년도에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병원에 갔더니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의 어려움 때문에 수술을  엄두도  

내고 집으로 돌아 와야 했고,   1년간을 아버지는 말기암의 통증과 사투를 

벌이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제들은 각기 흩어져 살길을 찾아 살려고 했으나 

그것도 잠시, 얼마  이번에는 어머니가 간암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 역시 형편이 어려워 수술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이번에도 역시 자식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통증에 시달리다 돌아가시는 

어머니를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조그만 사업을  보았으나 실패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객지에서 만난  여인과 만나 결혼을 하여 살면서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을 두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나름대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질환을 

갖고 있던 부인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인도 얼마  자궁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엄마 없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아가던  

이번에는 자신에게  하나의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하루는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다가 증상이 점점 심해져 병원에 가서 보니 대장암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누님이 집안의 가장으로 형제들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고 도와 

주셨는데 동생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모두 보태고 있었습니다. 

 

6개월이 고비라는 말을 듣고 나름대로 투병생활을 하며 항암치료를 받던 ,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습니다.  

집안의 가장이요 마음의 기둥이었던  누님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충격이 컸던 환자는 병이 악화 되어 수술한지  1년도 안돼 폐로 전이가 

되었고  이상 손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구한 가족들의 수난이 이어졌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