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37) – 어머니에게 내 병을 알리지...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16. 07:31

                       어머니에게  병을 알리지 말아 주세요

 

46세의  폐암말기 환자가 계십니다. 

발병하기 전에는 감기 한번  앓을 정도로 건강했던 분입니다. 

인테리어 업을 하고 있던 분인데 지붕에서 작업을 하던   갑자기 어지러움

증이 심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폐암 말기인데 너무 늦어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고 남들이 그러는 것처럼 절망과 좌절,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남겨두고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도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팔순의 노모에게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자기의 병을 알리지 않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우리말에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말이 있습니다. 

 환자도 어머니보다 먼저 가는 자식으로 인해 가슴에 못을 박을까 두려웠고

 충격으로 어머니까지 잘못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입원당시 소양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어머니에게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을 한다고 하고는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꽃마을에 들어오신 후에도 전화를 가끔씩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기운이 

 나고 목소리가 잘나올  같으면 전화를 드리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걱정하실  같아서요. 

어머니는   같은 말을 하신 답니다. 

'몸은  어떠냐,   챙겨 먹어야 한다. 빨리 완쾌돼서 집에 오너라" 
 
이미  먹기가 많이 힘들어 졌는데, 통증도 점점 심해져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에는 60mg 쓰다가 지금은 240mg 써야  정도로 늘어나 

말하기도 힘겨운데 어머니의 바램을 들어 드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전화를

끊고 나면 눈물이 앞을 가려 한참을 울어야 했습니다. 

결혼에 실패만  했더라면 손주들을 안겨드려 기쁘게  드릴  있었는데, 

어머니보다 앞서 가도  죄송했을 건데 그것이 못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며칠 전에는 어머니 생신이라서 가족들이  모이는데 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몸으로   거리를 갔다 온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기 때문에 

전화나 드리라고 해도, 혹시라도 눈치를 채실 수도 있고 마지막 생신을 챙겨 

드리는 일이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머리가  빠졌어도  부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 

통증이 와도 이를 악물면서 진통제로 버티는 아들을 보시고도 눈치를 

 채셨으니 마지막 효도를 성공적으로 하고  셈입니다.   
 
이제는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옆에서 며칠을 같이 지내시던 환자 분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보면

나도 나갈 때는 저렇게 가겠지, 다음은  차례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 지지만 그러나 어차피  거라면 편히 가게  주십시오

하고 기도할 뿐이에요.

하면서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시 한번 건강을 주신다면 정말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위해 보람 있게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내가 가진 기술로 집도 고쳐주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는 부질없는 바램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