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중국인을 이해하는 열 가지 핵심 - 9. 금전관과 계산 감각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9. 17:25

       중국인을 이해하는 열 가지 핵심 - 9. 금전관과 계산 감각

 

9. 금전관과 계산감각

 

중국사람들의 상업기질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 그들 특유의

금전관과 계산감각이다.

하기야 상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

민족은 없다. 그러나 돈에 대한 중국사람들의 애착은 그 정도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예를 들어보자.

화교들은 장사에 뛰어나 돈을 많이 버는데 일단 돈이 수중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모른다고 한다. 돈이 늘어나면 이제는 의심이 많아 방바닥을

파낸 다음 묻어둔다는 것이다. 물론 과정이 섞인 이야기겠지만 그들이

돈을 중시하는 일면을 말할 것이라 하겠다.

 

중국사람들이 돈을 중시하는 풍조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등교하기 전에 가게에 나가 일을 거든다.

물론 책가방은 한쪽 구석에 놓아둔 채 일을 한다. 부모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돈을 버는 것」을 중국어로 「�치엔」이라고 하는데 대화 중에 쉽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는 강의중인 교수도 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돈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만 점잖은 신분에 가급적이면 입에

올리지 않으려는 우리와는 다르다.

 

중국에서 구정만큼 큰 명절은 없다. 왁자지껄하고 요란하다.

설날에 우리들이 즐겨 하는 덕담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중국사람들은 그게 아니다.

「꽁시 파 차이」(恭禧發財: 돈 많이 버십시오).

 

중국사람들은 수많은 신을 섬긴다. 아마도 그들만큼 다양한 신이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신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신은 물론 땅의 신, 집의 신, 화장실 신, 대문 신, 심지어는

부뚜막의 신도 있다. 이런 형편인데 돈의 신(錢神)이 있으며 그보다 한

수 높은 재신(財神)도 있다. 각종 재산을 담당하는 신인 셈이다.

 

중국인들이 돈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들만큼 전쟁과 재앙을 많이 겪은 민족도 드물 것이다.

오죽했으면 량 치 차오(梁啓超)가 戮民 이라고 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국이 불안하면 금값이 폭등한다.

전쟁이든 재앙이든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금()밖에 없다.

외양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돈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정확한 계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놀랍게도 중국인들은 계산관념에 있어서도

가히 세계 제일이다. 무려 26백 년 전부터, 그러니까 공자시대

이전부터 수학은 군자가 익혀야 할 기본과목으로 되어 있었으며,

원주율 3.14를 계산해낸 것은 무려 1 8백 여 년 전의 일이다.

 

계산을 중국어로 「쏸」()이라고 한다. 꿍꿍이 속을 신쏸(心算)이라고

하며, 쏸러(算了) 하면 「계산이 완료된 것」으로서 관계가 끝난 상태를

말한다. 심지어 그들은 점을 보는 것도 계산하는 것으로 여겨 쏸밍(算命)

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운명을 계산한다」는 뜻이 된다.

그들에게는 운명조차도 「계산」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계산하는데 필요한 주산을 쏸판(算盤)이라고 하는데, 기록에 의하면

원나라 이전부터 사용했다고 하니까 7백 년은 족히 된 셈이다.

계산기가 발달한 지금도 주산은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어린아이의 돌잔치다.

상을 푸짐하게 차리는 것은 우리와 같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돈과 연필,

그리고 실을 잔치 상에 올리는 데에 비해 그들은 붓과 함께 주산을 올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