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중국의 협상술 (7) - 런지허씨에

주님의 착한 종 2007. 8. 17. 18:22
캘리포니아대 어번캠퍼스 교수 John L. Graham
변호사 N. Mark Lam



[人际和谐 [rén jì hé xié] 우호관계

중국에는 "웃는 얼굴이 아닌 사람은 장사에 맞지 않는다"

"고운 마음씨와 붙임성은 돈을 만들어낸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서는 거래상대와의 우호관계를 그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상하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경의와 의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대등한 인간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은 우정과 호의, 즉 중국어로 말하는

"和諧", 즉 조화이다.


미국에서는 첫 타진, 사전협상을 하는 데 불과 몇 분밖에 안 걸리는데,

중국에서는 여기에 며칠, 혹은 몇 주일,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개월을

들인다. 그 동안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거나, 함께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한다. 게다가 식사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식이고, 그밖에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간을 혹사시키게 될 수도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것은 한 미국기업의 CEO가 중국 대기업의 CEO와

협상 전날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중국기업의 CEO는 시내의 최고급 연회장에 호화로운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건배를 할 때가 되자 "우리의 우정에 건배. 우리 두고두고 잘

지내봅시다. 그런데 오늘 밤 당신이 떡이 될 정도로 곤드레만드레 취하지

않으면 내일 계약은 취소하겠소"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기업의 CEO는 주최자에 맞춰 연신 술을 마셨고,

결국 어떻게 호텔로 돌아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그를 기다린 것은 숙취와 만면 가득한 웃음,

그리고 짭짤한 계약이었다.


실제로 미국인이 성약을 서둘러도 중국인은 마이동풍이다.

중국인은 우호관계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

나는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강경한 태도에 호소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 컴퓨터 제조회사의 바이스 프레지던트가 중국

정부의 교육부와 계약을 하기 위해 北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 회사의 현지 영업팀은 중개자를 통해 반년도 넘게 전부터 이 안건에

착수해 있었다. 그리고 바이스 프레지던트가 北京에 도착한 날,

중개자의 주선으로 교육부 심의관과 함께 하는 만찬회가 열렸다.

식사를 하는 도중, 양측의 협력관계를 축하하여 몇 번씩 축배를 들었지만,

일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일에 관해서는 바이스 프레지던트도 사전에 충분히 얘기를 듣고 왔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그는, 심의관을 찾아갔을 때,

"그런데 계약은 언제쯤 체결하게 될까요?"하고 물어보았다.

전날 상태로 보아 느낌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심의관은 정중한 말투로 "北京에 오신지 얼마 안 되었으니

피곤하시죠? 일단 느긋하게 시내관광이라도 하시지요"하고 대답했다.

결국 일주일 후에 겨우 협상에 재개될 때까지 그는 계속 관광을 했다.


결국 중국의 비즈니스맨은 계약서보다는 신뢰와 우호를 중시한다.

최근까지 중국에는 사실상 재산권이나 계약법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현재 정비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미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아직도

불충분하다.

따라서 중국인이 흠 잡을 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작성된 계약서보다는

신의를 중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젠 중국에서도 계약서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WTO 가입이라는 순풍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인 협상자는 계약의

신의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예의를 중시하는 중국인이, 구미인의 눈으로 보면

무례하지 그지없는 일면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업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음을 태연히 시사하는데,

이것은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협상전술이다.


"兩手
准备"(량쇼우준베이)라고 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다른 회사와도 병행해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을

때도 있다. 구미인들은 협상 상대가 다른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냄새를 풍기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중국인한테는 이게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불신을 초래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즉 이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물건값을 깍는 문화의 일단에 불과한 것이다.

구미인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면 중국인은

그게 아무리 어려운 협상이라도 편의를 도모해 줄 것이다.

구미의 한 제조회사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다.


이 제조회사의 본사 바이스 프레지던트가 중국기업에 계약의 검수완료를

요구하며 서둘러 실행하지 않으면 소송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했을 때의

일이다.

중국기업의 경영간부는 "마음대로 하라. 당신들은 재판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중국시장에서는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음 만남에는 對중화권 담당 제너럴

매니저가 참석했다. 중국인과의 협상에 익숙하고, 이 중국기업의 경영

간부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이 제너럴 매니저는 계약이 쌍방에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중국측은 "협상에는 그런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리도 검수가 빨리 완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