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N. Mark Lam
[中间人[zhōng jiān rén] 중개자
미국인이 중국에서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려면 반드시 "중개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특별히 이유가 없으면, 또는 이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신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면 일단 의심하고 본다.
중국의 실업계에서는 신용은 자기가 거머쥐는 게 아니고 ―본디 신용이
없으면 첫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관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즉 새로운 거래처를 찾을 때는 믿을만한 기존의 거래처에 부탁해서
믿을만한 사람을 소개 받아야 한다.
이런 사전협의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로 하는 조직과 경영간부의
개인적인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관계란 출신지, 가족, 학교, 예전 직업 등을 통한 관계로,
여기에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공통항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얘기가 진행된다.
먼저 옛날 급우에게 연락을 해서 그의 친구 가운데 알고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급 식당에 자리를 하나 잡아서 (이건
중요하다) 급우의 친구를 만난다.
그 자리에서 얘기가 잘 되면 급우의 친구는 중개자 역할을 맡아줄 것이다.
즉 급우의 친구는 미래의 클라이언트,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당신의
대화를 세팅해 주는 것이다.
유능한 중개자는 두 번째 이후의 만남에도 동석한다.
중국인과 구미인의 협상은 계속 엇박자로 간다.
중국인은 딱 부러지게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화제를 바꾸거나,
침묵하거나, 다른 질문을 하거나, 아니면 애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도가 있고 게다가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말을 한다.
예를 들어 " 还不错 huanbucuo (호안부쩌,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든가,
" 还好[hái hǎo] (하이하오, 좋은 것 같다)라든가,
"还可以[hái kě yǐ] (하이커이, 그럭저럭 괜찮다)라고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정식 협상의 분위기,
예를 들면 중국인이 사용하는 말의 억양, 표정, 바디랭귀지의 의미는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
이해를 못할 뿐만 아니라 설명도 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는 사람은 중개자 밖에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기다림에 지친 구미인이
"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얘기를 듣고 싶다"고 다그치면
상대 중국인은 한결같이 "看看"(칸칸), 혹은 "硏究硏究"(얀지우얀지우) 한다.
"살펴봅시다", "검토해 보지요" 하는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제안에는 손톱 끝 만큼도 신경을 안 쓰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럴 때 중개자가 나서야 한다.
중개자가 통역을 하는 것은 말보다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끼리 얘기할 수 없는 것도 중개자에게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적도 있다.
중국에서는 의제를 정하고, 말문을 트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고,
중개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얘기를 정리하는 것도 대개는 중개자이다.
실제로 우리는 중개자가 양쪽의 의견차이를 처리하고, 얘기를 매듭짓는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 소프트웨어회사가 중국의 연구기관과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北京에 바이스 프레지던트를 파견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중개자는 과거에 상급간부로서 이 연구기관에서 일하던 인물이었다.
중개자의 주선으로 시작된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바이스 프레지던트도 일의 전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3일 후, 지적재산권 일로 암초에 걸렸고, 양측 주장은 헛바퀴
돌기만 할 뿐 좀처럼 진척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측 협상자는 이래서는 체면을 잃겠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떠 버렸다.
그날 밤, 바이스 프레지던트와 현지 매니저는 함께 중개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중개자는 연구소 소장에게 전화를 해서 어떤 마법을
부렸다. 결국 지적재산권은 공동으로 소유하게 되었고, 계약은 무사히
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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