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외환위기(IMF)
당시 부도를 맞고 쓰러졌던
중소기업 사장이 닭꼬치구이
행상으로 변신해 다시 일어
섰다.
조선대학교 정문에는 매일
오후 6시 ‘특별한’ 닭꼬치구이
행상이나타난다.
다른 행상들이 오뎅·탕수육·
순대·핫도그 등 다양한 먹거리
를 진열해 놓고 파는 것과
달리, 이 행상은 오직 닭꼬치
만 판다.
이 닭꼬치는 가스레인지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참숯으로
굽는 ‘숯불구이 닭꼬치’다.
특별한 닭꼬치를 팔고 있는
사람은 전영근(49)씨.
전씨는 지난 1997년까지만
해도 대전에서 ‘아세아 종합
개발’이라는 중소기업을 운영
한 ‘사장님’이었다.
지하수를 개발했던 이 회사는
한 때 직원이 30명이 넘을
정도로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경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10억원의 어음이 부도를
맞으면서 문을 닫게 됐다.
회사와 기계들을 매각했어도 1억원이 넘는 빚이 전씨에게 떨어졌고,
한 식구처럼 아끼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전씨는 낯선 광주로 이사와 포장마차를 차렸다.
광산구 송정동과 북구 운암동 등으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장사를 한 지 6년.
하지만 점점 늙어 가는 아버지(78)를 모시기도 벅찼고
사범대학에 합격한 딸(22)의 등록금을 내줄 형편도 못됐다.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거듭하던 전씨에게 번개처럼 떠오른 것이
어릴 적 숯불로 구워먹었던 닭고기.
숯불로 익힌 닭고기는 느끼하지 않아 친구들과 배가 터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숯불구이 닭꼬치라는 한가지 아이템에 ‘올인’했다.
대신 닭꼬치만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만들 생각이었다.
전씨의 하루는 오전 7시30분 시장에 가면서 시작된다.
닭꼬치에 끼울 떡과 신선한 야채를 고르고, 전날 밤 잡은 신선한 닭을 산다.
장보기를 끝내고 돌아온 후엔, 고기를 썰고 야채를 잘라 막대에 끼운다.
하루에 만드는 꼬치는 300∼400여개.
장사 준비가 끝나면 오후 3∼4시, 이때부터 행상 나가기 전까지 2시간여동안
눈을 붙인다.
이 같은 생활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된다.
쉬는 날이라면 앓아눕는 날 뿐이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자식뻘 되는 학생들이 쳐다보는 눈빛 때문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장사도 되지 않아 하루에 100개(1개 1천원)를 팔기도 힘들었다.
팔지 못한 닭꼬치를 집으로 들고 갈 때는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이 전씨의 아이템을 인정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기름기가 없어 바삭바삭하고 입에서 녹는 느낌이다” 등의 소문이
점점 퍼진 것이다.
일년이 지난 지금은 꼬치가 없어서 못 판다.
한달 매출은 1천만원 남짓, 재료 값 등을 빼도 500여만원 이상이 남는다고 한다.
손님 대부분은 단골들이다.
학생들은 치킨집에서 맥주에 통닭을 먹는 것보다 전씨의 숯불꼬치를 더
좋아한다. 그 숯불 닭꼬치는 이제 가족의 생활비와 대학교에 다니는 딸의 학비,
그리고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이 되고 있다.
전씨는 “인생의 역전홈런을 칠 수 있는 기회는 누구나 똑같다”면서
“다만 그 같은 기회는 꾸준히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임주형기자 jhl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