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어떤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기도

주님의 착한 종 2007. 6. 6. 12:14
      처음엔 믿었습니다 내가 안다고 나의 하느님 당신을 안다고 나를 안다고 또 나의 소명을 안다고 당신과 나와 나의 소명에 관하여 남들에게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안다고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적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이 관념을 여지없이 부수셨습니다 사물에 대한 이러한 개념을 이제 모든 것이 내게서 사라집니다 당신도 사라지시고 점점 잡지 못할 분 이름 모를 분으로 되어 가십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멀어지고 또 피를 흘리고 시들어집니다 나의 모든 논리적인 근거 정당화하고 합리화했던 모든 이론들이 희미해집니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을 지키는 것 어떤 안정적인 개념도 정의도 내릴 수 없다는 그뿐 이제 나는 자신있던 모든 확실성에서 벗어났습니다 미련하게도 얄팍한 사랑으로 행해 온 그 동안의 모든 것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어디에 안착하지 못한 채 밤길을 서성거리고 허공 속에 헤매며 어둠 속을 더듬고 있습니다 당신 아드님의 보이지 않는 운명의 난간을 따라서 나는 허약한 가운데 당신 말씀의 메마른 빵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감사합니다 당신이 나를 유혹하셨기에 당신을 향한 배고픔과 목마름이 사람들의 온갖 판단보다 맛있는 양식이기에 지상의 어느 집보다도 당신을 위한 타향살이가 더 확실히 나를 보호해 주기에 감사합니다 나날이 나를 붙들어 세워 주신 당신이 비록 내가 길을 보지는 못할지라도 머뭇거리는 나의 발걸음마다 다음 발걸음을 마련해 주시기에 (Drutnar Cremer 편, Sing mir das Lied meiner Erde. Bitten um den Geist, 뷔르츠부르그 1978, 94쪽에서) 너에게 샛별을 주리라 -삶의 길들을 위한 말씀들- 요하네스 부어스,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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