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연중 제9주간 금요일-마르코 12장 35-37절
“내 오른쪽에 앉아라,
내가 너의 원수들을 네 발 아래 잡아 놓을 때 까지”
<강물에게 빨리 흐르라고 재촉하지 마십시오>
운전 중에 들은 우연히 들은 말씀인데,
생각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씀이었습니다.
“다친 달팽이를 치료해주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물에게 빨리 흐르라고 재촉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부모님들, 자녀들과의 관계 안에서
곰곰이 성찰해봐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조급함 때문에, 과잉반응 때문에
오히려 자녀교육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우선 답답하더라도, 우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 한심해보이더라도
일단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어른들 시각에서는 엄청 ‘깝깝하게’ 보이지만
자녀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지나온 제 인생을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저를 바라보셨던 하느님 아버지께서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요즘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도록 기다리시고 기다리시고 또 기다리셨던 분이
하느님이셨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한심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제게 온전한 자유의지를 허락하신 분이 하느님이셨습니다.
죄에 떨어졌을 때도 즉시 벌하지 않으시고 스스로 잘못을 자각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던 분이 하느님이셨습니다.
큰 과오 앞에서도 ‘왜 그 따위로 처신했냐?’고 따지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오랜 세월이 묵묵히 기다려주셨습니다.
조금씩 깨닫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토록 대자대비하신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셨습니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돌아갈 곳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철저하게도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던 지난날,
늘 잔뜩 호기심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던 지난날을 청산해야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느님을 우리 생활의 가장 외곽으로 밀쳐놓아서는
안되겠습니다.
다른 어떤 가치관에 앞서, 다른 어떤 피조물에 앞서 하느님께 우선권을
두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깍듯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속적 처신을 잘 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 윗사람들 위해 간도 쓸개도 목숨까지도 완전히 바칩니다.
90도로 인사까지 합니다.
전화기에 대고도 굽신 거립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다 겁니다.
그를 위해 내 가족까지도 뒷전이 됩니다.
내 생활마저도 희생시킵니다.
자존심을 던져 버린 지 오랩니다.
마치도 우상숭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처신처럼 위험한 처신이 또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명망가라 할지라도,
아무리 위엄을 갖춘 분이라 할지라도
따지고 보면 하느님 앞에 한 줌 흙입니다.
그도 사실 나약하고 부족한 피조물일 따름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할지라도, 아무리 대 스승이라 할지라도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아무리 잘 나가는 꽃이라 할지라도 열흘 붉은 꽃이 드믑니다.
‘난다긴다’ 하는 사람도 오래지 않아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가라 할지라도 연세가 드시면서 사리분별이
흐려집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에 의지해야 합니까?
결국 영원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변하지 않는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최종적인 희망은 결국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인으로서 취해야 할 첫 번째 자세는
하느님께 우선권을 두는 자세입니다.
하느님은 세속적 권력을 훨씬 능가하십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가치를 훨씬 초월하십니다.
세상 모든 것 위에 우리의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가톨릭인터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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