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어떤 '신앙고백'

주님의 착한 종 2007. 5. 28. 10:12
꼭 한달 전, 우리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한 아이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별활동의 일환으로 인솔 교사를 따라 한탄강에 갔다가 하늘나라로 간 것이지요. 아마도 하느님은 눈이 초롱초롱 하던 그 열세 살 사내아이의 깨끗한 영혼을 곁에 두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뻐하셨을 하느님과는 달리 사명감이 강하고 부지런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을 자연과 접하게 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인솔교사는 당황하다 못해 한 동안 넋이 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동료교사들은 그 일이 자신들의 잘못인양 고개를 들지 못했고,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은 것처럼 애통해 했으며, 학생들, 그 중에서 친구를 잃은 같은 반 학생들은 애처로울 정도로 침울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고통스러웠을 사람은 당연히 그 아이의 부모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슬픔은  인솔교사와 모든 교사들, 학부모들, 학생들의 슬픔을 더하고 심지어 아이의 다른 가족들의 슬픔까지 더해도 못 미칠 만큼 그렇게 큰 것이었을 겁니다.  

 

  그 부모는 둘 다 ’열심한’ 가톨릭 신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듣던대로,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 이라는 평판 그대로, 자식의 영전에서 소리 죽여 울며 기도하는 그 분들의 모습에는 돈독한 신앙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부모가 지닌 신앙의 깊이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아이의 삼우제 날, 학교에서 열린 추도 미사 때였습니다.  

  그 아버지가 참석한 사람들에게 들려준 몇 마디 말은 바로 참다운 신자의 ’신앙 고백’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그 아이를 13년간이나 맡겨주시고 돌볼 수 있도록 해 주셨던 것에 대해서 감사하겠다’ ’아이가 우리 가정의 수호 천사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인솔하신 선생님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 혹시라도 인솔선생님께서 마음의 부담을 느끼신다면 꼭 영세를 하시고 우리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한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그 학생의 빈자리에 놓여, 보는 이의 마음을 찌르던 가시 같은 꽃도 사라지고 슬픔 속에서 허둥대던 교사와 학생들도 이제는 안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제는.... 마음속에는 아이를 잃은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게, 아니 어쩌면 더욱 뚜렷하게 살아 있을지라도 그 아이의 부모는 그 큰 신앙의 힘으로  슬픔만은 완전히 이겼으리라 생각됩니다.  

 

   천사가 되었을 아이, 미카엘의 안식과 그 가족의 평화를 빕니다.

 

                               2001. 7.8     김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