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스크랩] 한송이 나의 장미를..............

주님의 착한 종 2007. 5. 15. 08:48
 

  한송이 나의 장미를


아시잖아요 성모님

제가 요즘 너무 바쁘고 힘들어요. 당연한 일이긴하지만,제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어요.

제 마음은 그런게 아닌데, 오해받는 경우도 많구요. 억울하기도하고.또 그런사람들이 싫기도해요. 그래선 안되는줄 알면서도 요즘은 혼자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선 안되는 줄 알면서도 성당도 자주 못가고 묵주기도도 잘 못 드려요.


아시잖아요 성모님

제 어머니 홍마리아가 요즘 많이 쇠약해졌어요. 침대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며느리가 매일 기저귀를 갈아드려야해요. 원래부터 예쁘진 않았지만 연세도 90이 넘다보니 얼굴도 맨 주름투성이고 말씀도 아주 멋대가리가 없어서 어디 한 군데 정 가는곳이 없어요.

한번은 며느리가 아픈 친정어머니 때문에 자릴 비운사이에 제가 기저귀를 갈아드렸어요.


아시잖아요 성모님

저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 기저귀를 갈아드리는데, 왜 갑자기 그렇게 구역질이 나는지,어머니 앞에서 참느라 애를 먹었어요, 그리고 급기야는 화장실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어머니 늙으신게 서럽고 그런 어머니의 똥냄새를 맡고 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서럽고 또 거기다가 밖에서 잘 풀리지 않는 일 때문에 생겼던 억을한 감정이 함께 겹쳐져서 더 서러웠던것같아요.


그런데요,성모님

그런 어머니가 어느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막 현관을 나서는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데 그 모습 때문에 제가 막 눈물이 나는거예요.

혼자 맞아야 하는 죽음, 어머니의 모습은 그런 죽음 그 자체였어요,

아니 혼자 죽음을 맞아야하는 단독자로서의 외로움, 어머니의 모습은 그렇게 이 세상에 둘도없는 지독한 외로움 그 자체였어요.

차를 몰고 출근을 하면서도 어머니 그 못생긴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거예요.

성모님, 그때 들으셨잖아요. 제 어머니 홍마리아께 당신의 평화를 허락해달라던 ,죽음까지도 은총으로 우리 어머니께 내려달라던 저의 기도를 기억하시잖아요.


그래요, 성모님

처음에 당신은 제게 거짓과 위선이었어요.

언제 어디서 뵈어도 늘 순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셨거든요.

자식을 낳아 기른 어머니가 어떻게 저렇게 순결하고 극한의 고통속에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의 표정이 어떻게 저렇게 고요로운 평화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거든요.


그런데요, 성모님

그날 제가 울음으로 운전을 하면서 우리어머니의 구원을 빌고 또 빌면서 느낀것은 세상을 구하는 진정한 사랑은 모든 아름다움과 추함 또한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배운것도 없는 우리 어머니, 다른 사람이 봐서는 절대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그 손에 나고 자란 저에겐 이미 아름다움과 추함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가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당신을 내려다보면서 예수님 얼마나 못견디게 가슴이 아프셨을까. 십자가 등에지고 발자욱뗄떼마다 가슴으로 핏물받아매며 함께 오르시던 당신. 내 속으로 난 자식이 아무 잘못도 없이 그 무지막지한 못에박혀 돌아가실 때, 목마르다 목마르다 예수님 말씀하실 때,  당신은 또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그런 사랑의 당신이 어찌 순결치 않고 어찌 고요로운 평화 아닐수 있을런지요.

그 사랑의 순결과 고요로운 평화가 어찌 하잘것 없는 세상의 그 무엇에의해 깨질수가 있겠는지요.


그래요. 성모님

당신의 아름다움은 그냥 순결하고 그냥 고요하고 그냥 무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가시로 가슴을 후비는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는 위대한 사랑의 결과라는 것을 알았어요.

당신의 하늘 오름은 그냥 오르심이 아니라 그 극한의 고통과 서러움을 이겨낸 ,아니 그 극한의 고통과 서러움을 온전히 맛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하늘 오름이에요.

그 극한의 고통과 서러움으로 당신은 하늘문을 열 수 있으셨던거예요.

들어올리심 받으실 수 있었던거예요.


나의 어머니시고 또 내 어머니 홍마리아의 어머니이신,

아니 세상 모든이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당신께 장미꽃을 드리고싶어요.

다른꽃이아니라 꼭 나의 장미꽃을 드리고싶어요.


그 무조건의 믿음과  그 무조건의 희생과,그 무한한 고통과 서러움이 빚어낸 그 고요로운 하늘의 평화를위해 장미꽃을 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장미가 아닌 나만의 장미, 한송이 나의 장미를....


사랑합니다.어머니............



                            2007.5.11

                            성모상경의밤에  임승빈 멜키올

 

************윗글은 청주 신봉동성당에서 성모상경의밤에  임승빈님이 올린 글입니다.

출처 : 추억의 유니가동
글쓴이 : 소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