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내가 이레만 더 살 수 있다면

주님의 착한 종 2007. 5. 2. 16:50

                 내가 이레만 더 살 수 있다면 
                                                          허 용 (바오로)

암 선고를 받자마자 세상이 환하게 열린다.

이제 살아서 사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일 분을 이레처럼 이레를 칠순처럼 살아보리라.

가자.
내 기도의 첫 언어가 된 당신을 만나러.
빛 너울 속 햇순이 쑤욱쑤욱 올라오고
꽃대궁이 벙그는 첫정이 든 푸른 언덕으로
당신 품에 안긴 채 나는 고요히 지워지고
가슴은 뛰고 뜨거워진다.

어릴 때처럼 산 속에 들어가
나무 사이를 오래 거닐고 맑은 새소리를 들으리라.
들판에 나가 풀섶을 헤치고 들꽃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풀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을 들여다보리라.
멀리 노을이 지면 별빛 스민 강물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보리라.
대지 위 촉촉하고 따뜻한 숨결들이

온 몸과 영혼을 흔들어 깨우리라.

일찍 일어나 밥상을 차리고
아내와 아이들 이름을 정감 있게 부르리라.
다정하고 소중한 이들과 밥상에 둘러앉아
웃고 이야기 하면서 천천히 식사하리라.

이웃과 친구와 스승도 만나보리라.
다른 이들의 아름다움을 위해

내 부끄러움을 내보이고 더 겸손해지리라.
부드럽게 말하고
친절한 미소로 연민과 정으로 단순하게 살리라.
마음을 열어 내가 따뜻하니 이웃이 좋아하고
내가 섬기는 당신도 기뻐하리라.

침묵을 고요히 맞이하리라.
들리지 않던 화음이 들리고 미소한 것들이 속삭여주고
뿌옇던 시야가 환하다.

앞으로 살날이 짧아질수록 날마다 사랑할 것이
더 많이 보이는구나.
내 존재가 낙엽 한 잎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도
꽃은 피고 새는 노래하리라.

하루 낮과 밤을 새워 성경을 정성 들여 읽어보리라
세상은 한 말씀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었나니
우주 천지의 시원과 끝 날이 보이고
영원한 생명의 이야기가 들린다.
당신이 말씀 하실 때
감동은 얼마나 뜨거웠고 세상은 얼마나 은혜로웠던가?

아 목마르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고 오셨다가
그 진리와 사랑을 못 박아 죽였으니
한 죽음이 그 목마름이
모두를 깨어나 새날을 예비하게 하시니
나 이제 이 세상으로부터 내 몸으로부터
아득히 멀어져 간다.
나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여
온 존재로 당신 이름을 부른다.

사랑이여.

뒤에)

사랑은 고백할 때조차 비밀로 남아 더 아름답습니다.

, 여러 해 전 죽음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하느님께서 내게 7일 동안 이 세상을 다시 주신다면

하나 하나 하고 싶은 걸 유언처럼 쓴 글이에요
지난 일요에 또 입원하여 많이 힘들었는데
시술실에서 박현주님과 여러 님들의 환한 기도소리를 들었어요

퇴원하면 하느님께 드리는 이‘응답시편’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은총이 가이 없으시도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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