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스크랩] [책소개] 천국의 열쇠

주님의 착한 종 2007. 5. 3. 10:26

세상에는 잣대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사람을 일러 훌륭하다고 한다.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공부도 잘 하는 모범생이라든가, 원칙에 충실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은 뭇사람들의 흠모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흔히 아웃사이더로 불리던 이들이 세상을 감동시키고 메마른 우리의 가슴을 적셔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천국의 열쇠>에는 바로 그런 아웃사이더인 프랜시스 치점 신부가 등장한다.

비록 소설 속 세상이긴 하지만 치점 신부가 산 1차 대전 전후에, 그는 스스로 자신이 신부가 될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살던 시대의 잣대가 그에게는 맞지 않았던 셈. 하지만 그의 심성을 알아본 맥냅 신부의 말처럼, 그는 결국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역시 세상과 그가 평생 몸담은 교단의 잣대로 잴 때, 그는 분명 좋은 신부가 될 수는 없었다.

"천국을 하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천국은 여러분의 손바닥 안에 있다……, 천국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어디에나 있다……, 무신론자라고 해서 다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옥에 가지 않은 무신론자를 한 사람 알고 있다, 지옥은 하느님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자만이 가는 곳이다……, 그리스도는 완전한 인간이다. 그러나 유머감각으로 본다면 그리스도 보다는 공자가 한 수 위이다……."라고 설교하는 치점 신부는 교단의 방식이 아니라 그가 믿는 대로 하느님의 방식을 실천했고, 믿음의 불모지던 중국에서 그야말로 하느님의 권능을 실현해 보였다.

원서 The keys of the kingdom

하지만 그렇게 정직하게 하느님을 섬기고 때로는 인간으로서 자신 내부의 모순과 싸우며, 헌신하는 삶을 살던 그를 세상은 알아주지 않는다. 아니, 알아주기는커녕 제발 핍박하는 무리나 없었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치점 신부의 앞에는 고난이 계속된다.

한편, 치점 신부와는 정반대로 사업가나 하면 딱이겠다 싶은, 치점 신부의 고향 친구 안셀름 밀리는 교단에서 출세가도를 달린다. 밀리가 고위직 신부가 되어, 갖은 고난 끝에 중국에서 그야말로 반석 위에 참다운 교회를 세운 치점 신부에게 돈으로 신자를 샀던 전임 신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핍박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눈에서 불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였을까? 갖은 고난과 핍박에도 꿋꿋한 치점 신부를 보며 이순신 장군을 떠올린 것은. 예전에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며 부당한 곤욕과 핍박에도 이순신 장군이 묵묵히 일을 완수하는 것에 우리나라로서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모진 고난에도 자신의 굳은 의지와 신념을 지켜낸 장군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천국의 열쇠>에서 치점 신부를 만나고 나니 비로소 이순신 장군이 인간으로서 이해가 되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분명 나약하지만, 그 약한 인간에게서 신념을 꺾는 일은 죽임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나온 길이 앞으로의 길의 이유가 된다"는 위치우위(余秋雨)의 말처럼 신념을 지켜온 인간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여태껏 걸어온 그의 인생이 그러했듯, 그 남은 인생도 자신은 신념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치점 신부의 삶을 통해 배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하신 '김고운'님은
책 속 사람들과의 만남이 현실세계의 교제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즐거운 교사. http://blog.naver.com/pantarei79
선행을 베풀고 믿음을 전하는 그들의 권리를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 책 속 밑줄 긋기

"암요. 우스꽝스러운 장난이지요. 하지만 악의는 없군요. 나는 인생살이를 하면서 이따금씩은 농담도 할 줄 아는 젊은이가 좋습디다. 우리는 프랜시스 치점의 성격이 특이하다는 걸 부인하면 안 됩니다. 대단한 괴짜지요. 인생을 보는 그의 시각에는 깊이도 있고, 그의 가슴에는 불길도 있어요. 게다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이어서 우울증에 기우는 경향도 있어요. 하지만 이 청년은 이 모든 것을 고귀한 정신의 이면에다 감추어 두고 있어요. 아시게 되겠지만 이 청년은 투사예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할까요, 어린 아이 같은 소박함과 논리적인 강단이 기묘하게 한데 어우러져 있다고 할까. 게다가 철저한 개체주의자랍니다." (178쪽)

"지난 열흘 동안……, 저는 신부님을 위해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신부님의 신발끈도 끄를 자격이 없는 천하고 속된 사제로부터 신부님께서는 온갖 수모와 경멸을 다 받고도 견디셨습니다. 신부님, 저는 저 자신이 싫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454쪽)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이 문으로 들어간다면 새로 오시는 선교사는 다른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나름의 방법으로 선행을 베풀고 믿음을 전하는 그들의 권리를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도 와서 선행을 베풀고 믿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면, 마땅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466쪽)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낸 작가, A. J. 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
작가 A. J. 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

1896년 7월 19일 스코틀랜드에서 가톨릭 신자인 부친과 프로테스탄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종교 갈등보다는 오히려 양쪽 종교의 조화 속에서 성장했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친척집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글래스고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으며 1925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26년에 런던에서 개업의가 되었으나 건강상 문제로 인해 그만두고 작가 수업에 몰두했고 1931년 문단에 데뷔했다. 1941년 <천국의 열쇠>를 출판함으로써 작가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1981년 몽트뢰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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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앳된 신인 그레고리 펙이 치점 신부를 연기한, 영화 <왕국의 열쇠>
왕국의 열쇠 (The Keys of the Kingdom,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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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추억의 유니가동
글쓴이 : 동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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