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창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이 자신감을 느끼는 분야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살림과 육아, 자녀교육과 관련된 분야들이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많은 주부들이 아동복전문점이나 출산용품전문점에 도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아동복전문점은 아동의류판매업이므로 비교적 손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출산물 전문점은 신중하게 창업해야 한다.
김모씨의 경우 어린 자녀를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면서 부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별다른 사업 지식이 없었던 그녀는 비교적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하기로 하고 아동관련 사업을 택했다. 대인관계가 좋고, 화술도 뛰어나 주변에서 김씨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결과는 완전한 실패였다. 그녀가 택한 업종은 출산물전문점인데, 실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출산물전문점과 아동복전문점을 동일한 사업으로 착각한데 있었다.
출산물전문점과 아동복전문점은 시장 수요가 다르다. 아동복은 시장 수요가 크고, 소비회전이 빨라 상권반경이 좁고, 덩달아 적은 투자비로 시작할 수도 있다. 대신 경쟁이 치열해 점포당 매출은 낮은 편이다.
반면 출산물은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돌까지의 영아를 대상으로 하므로 시장 수요는 아동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때문에 넓은 상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하며 입지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시장규모는 아동복에 비해서 작은 편이지만 아동복보다 불황을 덜타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아동복전문점은 아동의류가 90% 이상이지만 출산물할인점은 아동복 비율이 30%이내이며 각종 출산용품이 주상품이다.
사업에 실패했던 김씨의 경우 창업자금이 부족해 전문적인 브랜드 체인점을 선택할 수 없었다. 출산물을 중간 유통하는 업자에게 물건을 공급받기로 하고, 아동의류는 남대문시장에서 직접 사입했다. 점포는 비교적 쉽게 얻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마침 빈 점포가 나오자 자신의 역량만 믿고 고민 없이 계약을 했다. 3천 세대가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의 오픈 매장이었다. 3천 세대가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나마 다 바로 앞에 대형 슈퍼마켓이 생기는 바람에 김씨의 점포가 있는 상가 이용 고객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상가 안에는 아동복가게가 3개 정도 더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상가가 낡아 인근의 유입 고객이 점점 줄어들 뿐 아니라 3천 세대 내의 출산횟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장사가 안되면서 점포 관리에 소홀하기 시작했고, 상품이나 청결관리도 제대로 안되는 점포에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리 만무했다. 결국 김씨는 1년만에 가게를 정리하고 말았다.
하지만 김씨와 달리 출산물 전문점의 특성을 이해, 제대로 투자하고 신중하게 입지를 선정해서 창업한 경우는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전업주부였던 박선옥(42세, 프랜드리베이비 금호점 점주)씨의 경우 육아 및 소비 체험에서 업종을 선정한 케이스다. 평소 주변 친지와 친구들에게 출산이나 돌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점포를 자주 이용하다가 아예 본인이 창업에 나선 케이스다. 그녀가 이용하던 가게는 프랜드리베이비라는 출산물 할인점이었는데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30% 정도 더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선물을 할 수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입소문을 내주곤 했었다. 꽤 솔솔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손님으로 점포를 드나들면서 사업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갔다. 이용해본 사람들의 반응도 체크하고 단골가게 주인에게 사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얻기도 했다.
그 결과 아동복전문점과 달리 입지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1~2만세대 이상 포용할 수 있고 간판이 눈에 잘 띄는 곳이어야 하며, 주차도 편리한 곳이 좋다는 걸 알게됐다. 좋은 입지를 찾기 위해 남편과 함께 수많은 점포를 방문했다. 그런 노고 끝에 금호동 금남시장 끝자락에서 마음에 쏙 드는 점포를 발견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고,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로보다 가로가 넓은 매장이라서 노출 효과가 큰 가게였다. 창업에 든 비용은 가맹비 5백만원, 인테리어비 평단 120만원, 초도물품비 8백만원 등 4천 3백만원과 20평 점포의 권리금 3천만원, 보증금 2천만원으로 총 9천 3백만원이다. 현재 월 매출은 2천만원 정도. 처음 오픈할 당시 1천만원이었던 매출이 꾸준히 올라 지금은 두 배가 되었다. 인건비, 월세 등을 제하면 평균 4백만원 가량이 고스란히 순익으로 남는다.
박씨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장을 운영한다. 주로 한가한 오전 시간에는 인근 산부인과에 홍보를 하러 다닌다고. 성동구 전체에 8개 정도의 산부인과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꼬박꼬박 들러 홍보 전단을 비치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홍보가 매출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박씨는 말한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20평 남짓의 넓은 매장에 있다. 제품 특성상 유모차를 끌고 오시는 고객들이 많은데, 매장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와도 쇼핑을 하기에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냇저고리에서부터 유모차까지 출산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고객 대부분이 산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곳에서 모든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 된다. 고객관리도 철저하다. 회원카드를 작성, 회원이 된 고객에게는 5% 할인해 주는 혜택도 주고 있다. 실패한 김씨가 자신의 화술과 대인관계 역량만 믿고 전혀 고객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손님들이 몰리는 시각은 보통 오후 3, 4시경. 7시 이후에 퇴근하는 남편과 함께 오는 고객도 많다. 주로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도 확보해 놓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품구입이 가능해, 온라인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체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젊은 층은 간편하게 클릭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김씨와 박씨의 사례를 보면 사업성공은 업종을 선정할 때부터 입지선정,
고객관리, 판촉, 서비스 제공에 이르기까지 마치 연약한 화초를 키우듯이 세심하고 정성스런 노력이 전제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출산물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자녀수가 적은 만큼 제대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욕구 때문이다.
출산물전문점을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입지와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정한 수준의 투자를 해야 한다. 대충 작은 아동복가게 하나 여는 생각으로 창업했다가는 실패를 면할 수 없다. 둘째 같은 금액이라도 보다 많은 세대의 눈에 띄는 대로변 점포를 얻거나 구단위의 인구를 내 고객으로 할 수 있는 점포를 얻는 게 유리하다. 셋째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기보다는 바깥으로 적극적으로 뛰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 즉 산부인과 등에 적극 홍보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대형 산부인과 옆에 점포를 얻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넷째, 의외로 선물수요가 많고 보통 비슷한 또래의 고객들은 친구사이이므로 구전 홍보도 중요하다. 따라서 한 벌 할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좋은 제품,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출산물전문점은 아동복가게보다 훨씬 객단가가 높다. 한 번에 보통 10만원이상 구매하며, 가족과 함께 와서 구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일정금액 이상 구입시 선물 증정 등 판촉증진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는 게 도움이 된다.
출산용품전문점 창업 성공 요인 / 실패 요인
<클릭 ! 성공 >
1. 모든 출산준비물을 한번에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다.
2.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여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3. 인근에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소아과 등이 자리잡고 있는 곳에 점포를 낸다.
4. 상권 반경이 넓고, 주차 공간이 넓게 확보되어 있다.
5. 끊임없는 제품개발로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6. 매장이 넓어서 유모차를 가지고 쇼핑이 가능하다.
7. 매장이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눈에 잘 띈다.
8. 매장 전면이 넓어서 노출 효과가 좋다.
9.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서도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10. 회원 관리 카드를 작성, 회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줘 고정 고객을 확보한다.
11. 점주가 출산용품에 대해 고객에게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다.
<클릭 ! 실패>
1.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출산준비 특성상 오래 쇼핑하기가 어렵다.
2. 매장이 좁아 유모차가 들어오기에 불편하다.
3. 매장이 2층에 위치하고 있어 산모들의 이동이 불편하다.
4. 출산용품은 세트로 구매하는 경향이 많은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5. 점주가 출산용품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해 초보 산모들에게 상담이 불가능하다.
8. 매장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9. 인테리어가 깔끔하지 못하고 매장 내에 상품이 어지럽게 진열되어 있어 쇼핑에 불편을 준다.
10. 매장 위치상 인근에 흡수할 수 있는 세대수가 작아 시장규모가 협소하다.
자료: 한국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ok.com)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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