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찻집 창업 실패기 03 – 영업에 소홀해지다
3. 영업에 소홀해지다
그런데 2개월쯤 뒤 친구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겠다며
빌렸던 돈 800만원을 갚아 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말 난감한 지경에
처하게 된 나는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 관계자와 상담을 거쳐
2001년 3월 말에 창업자금을 대출 받기로 했다.
하지만 3월 말이 되어 창업자금을 대출 받기 위해 다시 소상공인지원
센터를 찾았으나, 대출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막막한 처지에 놓이게 되자 하는 수 없이 매일매일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는 일수 돈 500만원을 빌렸는데, 이자가 너무 비싸 경제적 부담이
컸다. 돈 문제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가게 일에 소홀해졌고,
손님 또한 점점 줄어들어 월말이면 종업원(2명) 월급 맞추는 것까지도
힘이 들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월급을 맞춰 주는 등 마치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린 듯했다.
힘든 나날이 계속되자 아침이면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고, 열쇠로 가게 문을 여는 순간 감옥으로 들어가는 심정이 됐다.
몸과 마음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 갔으며, 하루 종일 돈 문제로 고민하다
보면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 손님들 앞에
나서는 것이 꺼려져 손님들과 점점 거리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밝은 표정의 내 모습을 보고 손님들이 찾아주셨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에 정말
짜증이 났다.
4. 아이들도 방황하기 시작하다
가게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 1시경 집에 돌아와 보면
푸근하고 안락해야 할 가정엔 남극보다 더 차가운 싸늘한 기운만이
감돌았고, 그 뒤로 내 작은 아이들은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웅크린
모습으로 잠이 들어 있었다.
아마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쳐 이부자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잠이 들었을 것이다
찡 하는 마음에 콧잔등이 시려왔고,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마음을 아랑곳 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 오락에만 빠져 있었다.
그러한 남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분노를
느껴야 했다. ‘왜 나 혼자 이런 고생을 해야지?’ 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복받쳐 올랐지만 너무 피곤해 싸움을 걸 힘조차 없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 눈치를 보기에 바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고
엄마, 아빠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영업이 잘될 것이라는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내 어깨 위에는 쇳덩이를 올려 놓은 듯 무거운 짐만 올려져
있는 것 같아 삶 자체가 지옥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출처 : 매일경제 <月刊<창업&프랜차이즈> www.biz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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