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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찻집 창업 실패기 02 – 전통찻집을 개업하다.

주님의 착한 종 2007. 3. 30. 16:46

전통 찻집 창업 실패기 02 – 전통찻집을 개업하다.

 

2. 드디어 전통찻집을 개업하다

<벼룩시장> 등 각종 정보지를 통해 가게를 물색하던 중,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유흥가 골목 2층에 80평 정도 되는 가게가 하나 나왔다.

전세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120만원.

현장을 방문해 보니 옛 김해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지역이었다.

10여 년간 호프집을 하다가 버스터미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함에 따라

예전처럼 장사가 되지 않아 약 1년 전부터 가게를 비워둔 상태였다.

 

가게는 바닥과 벽면 등이 통나무로 되어 있어 전통찻집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았고,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약을 하기로 했다.

전세계약서는 한 달 후에 작성하기로 하고 우선 계약금 50만원을

걸었다.

 

그 다음날부터 전통찻집 분위기에 맞는 실내 장식을 하기 위해

김해, 부산 지역에서 제법 이름난 찻집 30여 곳을 다니며 필요한

부분을 체크했고,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전문적인 부분 외에는

대부분 직접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솔방울, 억새풀을 구하기 위해 산(신어산)을 누볐고,

실내 장식용 가마를 만들기 위해 도공을 찾아 다녔으며,

한지를 이용해 청사초롱을 만들기도 했다.

 

10여 년간 호프집을 하던 곳이라 바닥과 벽면은 껌이 굳은 것처럼

때가 끼어 있어 청소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고, 바퀴벌레가 많아

쓰레기로 쓸어 담아 버릴 정도로 지저분했다.

그러나 돈만 벌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고통은 얼마든지 참고 견딜 수

있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그깟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고 20여 일이 지난 후 초보자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제법 아늑하고 근사하고 아름다운 전통

찻집 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그 속에서 손님을 맞을 기대감에 마음이

흥분되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내 장식을 마무리 짓고 평소 안면이 있는 영축산 도인(道人)를 통해

차인(茶人)을 소개 받았다.

차 연구가 김선생으로부터 백산차(백두산에서 자생하며, 단군신화에는

제례에 올렸던 차라고 소개됨) 등 수십 종류의 차를 소개 받아 가게에

진열하고, 다기와 일반 도자기도 수백 점 진열해 놓고 개업일만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달 안에 받기로 했던 공사 대금을 남편이 받아 오지 않아 전세

계약을 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세금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개업 준비를 마쳤는데···

 

가지고 있는 돈은 700만원밖에 없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에게 공사 대금을 독촉하도록 졸랐으나 허사였다.

하는 수 없이 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에게 통사정을 하고 800만원을

빌려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2001년 1월 11일, 전통찻집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메뉴는 전통차 20여 종에 수제비, 녹차국수 등.

일하는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내던 언니(당시 40세)와 동생(33세).

 

개업 후 한동안은 친구들과 평소 친분을 맺어 둔 지인들이 많이

찾아줘 일손이 바빴다. 일일 매출액은 평균 20만원(최고 35만원,

최저 5만원) 정도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 홍보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손님을 맞았다.

 

찻집을 찾는 손님은 스님, 친구, 다도 회원, 철학인, 맞선 보는 사람

등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나는 이들 손님들을 위해 어떤 때는 팽주

(잔에 차를 부어 돌리는 사람)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떤 때는 그들의 하소연과 시름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출처 : 매일경제 <月刊<창업&프랜차이즈> www.biz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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