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동네북님의 중국소무역경험일기

경험일기 075 - 사천땅 헤집기

주님의 착한 종 2007. 2. 9. 11:32

( 하이윈난, 동네북님의 경험기)

일흔 다섯 번 째 이야기

이제 떠난다.. 북경에서 갖출 것은 대충 갖추었다.

1. 사천성의 성도가 말 그대로 성도 임을 알았고
2. 사천성의 대형 백화점의 이름 정도는 몇 개를 적어가니 되었고
3. 한국에서 가져온 구두의 샘플은 고이 가방에 들어 있고,.
4. 사천성 성도와, 운남성 곤명에서 묵을 호텔의 전화번호는 여행 가이드

책자에서 찾았으니 되었고.,
5. 한국에 통화 결과, 모든 것을 지원 사격 준비 중이라는 내용에

용기 탱천..

이제 가기만 하면 가서, 구두시장 들러보고. 그 비취란 눔..
동네북은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얼른 사천행 열차에 몸을 싣고 싶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괜히 기차를 선택 하였을까?
하는 후회도 생기기 시작할 만큼 조바심이 발동되었습니다.

그리고, 밤11시50분 북경 서역 출발 사천 성도까지 가는 7번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어마어마한 궁전을 연상케 하는 북경서역..
그곳에 혼자 덩그러니 혼자 딸딸이 가방을 끌면서 잠시 외로움이 몰려

왔으나 서쪽으로 간다는 마음의 들뜸에 그러한 외로움은 한낱 낭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내일, 모레 아침 7시면 사천 성도에 다다른다..
7번 열차는 밤을 세워 남으로 남으로만 내려 간다.

새벽녘이 되어서 황하의 누런 거친 물결을 지나가면서 기차는 드디어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잡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온통 서쪽으로 만 달려가면서 온통 황토의 벌판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토벌판...
황토 벌판을 칼로 벤 듯이 잘라 만든 마을도 있고 그 황토 벌판 아래를

파 내려가서 만들어진 마을도 있고,,
그러면서, 마치 지구의 마지막 마을로 온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느닷없이 큰 도시가 나타나고..

이렇게 넓은 황토 벌판을 가로 지르는 황하의 강물이 어찌 황토색을

안 띌 수 있을까...
저녁 늦게 해거름에 기차는 다시 산악 지형으로 접어 듭니다.

그 옛날, 항우와의 싸움에서 패한 유방의 군사가 촉나라로 들어갔었다던

그 길이 이 길이던가..
이 첩첩 산중을 들어가서 다시는 중원으로 나오지 않으려니
그때 항우는 마음 놓으시라는 장량의 술수에 의하여 스스로 선택하여

들어 갔다던 촉 나라...
일본군들도 조차 중국 대륙을 휘젓고 다닐 때에도 이곳은 접근치

못하였다는 그 땅의 입구에서 눈발이 휘날리는 산악의 초입을 맞이합니다

강원도의 어느 동내를 지나는 듯한 착각에 잠시 고국 생각에 젖어봅니다..
그리고 한밤...
기차는 연신 씩씩거리며, 이리 돌고, 저리 돌기를 한참을 합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타 본 기차는 무조건 일직선으로 달려만 가는 것을

타보았는데.. 서쪽으로 들어서니 산악의 지형은 무지하게 험난하기만

한가 봅니다.

그리고, 아직 새벽도 아닌 한밤중인데 시계는 벌서 6시 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니? 시계가 고장난 건가..?
아무리 겨울의 밤이 길다 하더라도 지금이 2월 중순인데?
하지만, 잠시 후 기차는 성도 역에 다다르고 사람들은 모두 꾸역꾸역

밀려 내려 갑니다.

한밤중에 도착한 성도역 앞은 인력거, 택시 등등으로 북적거립니다.
마치 저녁 늦은 시간의 한국의 종로 통 같은 분위기..

역 광장 건너편의 국수 집에서 처음 사천의 식사를 하게 되면서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한참이나 서쪽이다. 그러니, 북경 표준시를 같이 적용하고 있으니
아침 7시라 하더라도 이렇게 한 밤중이지..헐~

그리고 다닳은 성도의 교통 빈관..
성도의 지형은 예전 제갈공명이 설계하였다는 기본 설계, 즉 팔각궤를

기준으로 3개의 원형 순환도로 얽혀 있습니다.

성도에 도착하자, 즉시 매입한 지도를 펼쳐 들고 찾고자 하는 백화점을

찾았고, 드디어 전화를 걸게 됩니다.

아뿔사... 전혀 영어도 통하지 않는다. 나보고 북경화를 하라는 말인듯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중국어가 뻔한 것을...
무턱대고, 구두 샘플과 지도를 가지고 숙소를 벗어나 백화점을 찾아 가는

수 밖에..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고,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담당자는 그러한 눈빛으로 한참을 보더니 한 직원을 데리고 옵니다..
근데 이눔이 무지하게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 눔입니다.
동네북은, 그눔보다 더 혀를 꼬부리면서, 콩글리쉬를 연발합니다.
일단 대화는 된다. 숨통은 트였지만...

결국엔, 그냥 샘플만 두고 가라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샘플비용을 받기는커녕 샘플을 두고 가라는 말만 들어도 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백화점을 또 다시 찾아 갑니다.
동네북은 이미 한판의 협상에서 협상다운 협상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두 번째 백화점으로 향하면서 골똘히 생각합니다

내가 신발에 대하여 뭐를 알고 있는가?
신발의 특수성, 즉 사이즈라는 대목에 있어 재고 부분은 어찌 처리

하여야 한다는 답변은 마련되었는가?
중국산 구두와의 비교에서, 객관적인 우수성으로 무엇을 부각할 것인가?
그럼, 그 부각할만한 내용을 내가 영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가?
도대체 동네북 나는 뭐를 가지고 온 것인가?
온통 머리가 어지럽다.

사천의 날씨는 우중충 하기만 합니다.
두 번째 백화점에선 담당자도 못 만나고 돌아온 동네북은 집으로 전화를

하고선 그냥 아내와 가족의 목소리만 들어봅니다.

그리고 가방에 잔뜩 가져온 구두의 샘플만 숙소에서 주물럭거리면서
그 어떤 방향을 잡아보고자 하지만, 구두란 것을 상품권으로 사서

신어보기만 하여본 동네북이 뭐를 알 수 있을까?

바보다. 나는 바보다.
마음만 급했지. 그래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매입을 하려는 비취나

사러 가자 사천의 밤은 그렇게 쓸쓸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일어나자. 내일은 운남성으로 가자.

다음으로..

(그로부터 딱 2년 후 사천에서 반가운 연락을 받긴 하였습니다. 후후)

 

아쉽게도 이 다음 운남성으로 가서 어떻게 하셨는지..

동네북님의 초보 기행기는 이것으로 끝납니다.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이 이후의 글이 연결되는 것이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