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윈난, 동네북님의 경험기)
일흔 네 번 째 이야기
눈이 내렸는가 보다..
북경으로 가는 겨울 밤의 달빛에 비추어지는 드넓은 벌판에 하얀
눈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리고 포근하게 느껴지면서,
중국 빠이주 한잔의 힘을 빌어 흔들리는 침대 칸에서 잠을 청합니다.
52도의 알코올도수를 자랑하는 빠이주를 마시고도, 북경의 첫 대면을
앞둔 마음에 잠이 제대로 들지 못하고 뒤척이면서, 중국의 개척에
또 다시 그림을 그려봅니다.
새벽 먼동이 틀 무렵, 장장 12시간을 곧추 달려 온 기차는
북경역에서 바쁜 숨을 고르면서, 손님들의 하차를 독려합니다.
드디어 북경이다..
중국의 도전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베이스 캠프, 북경..
그렇게 딸딸이 가방을 끌고, 북경역 광장을 나서니 제법 차가운 새벽
공기가 옷깃을 곧추 세우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네북은 곧이어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깐 머뭇거립니다.
북경역 광장에 선혈 빛 빨간 깃발 다섯 개가 겨울 새벽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크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깃발보다도 더 크고, 붉기는 붉다 못해
차마 검은색처럼 느껴지는 검붉은 홍색의 대형 깃발 5개…
아. 역시 중국은 아직 공산주의 국가 (뒤에 사회주의와 구분 되었지만..)
40이 넘어 오면서 몸으로 배운 “빨갱이”이라는 단어의 거부감
일단, 그 깃발 아래를 지나서, 택시를 타러 가야 합니다.
그래서 북경에 약속한 민박집에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합니다.
“예. 그럼 천천히 불러 보세요..적을게요..구지마오 쭝신~”
동네북은 수첩형태로 된 중국어 회화책 뒷면 빈 공간에 또박또박
적어 놓습니다.
“구지마오 쭝씬”
(그때 적은 글이 아직도 내 책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택시 기사는 도통 팅부동~(뭔 말인지 모른다)을 외칩니다.
동네북은 연신 아는 것이라곤, “구지마오 쭝신” 밖에 모르는데..
잠시 동네북은 이 난국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그때 당시는
휴대폰을 챙겨 다니지 않았을 때였고. 그다지 휴대폰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도대체, 북경역에서 곧장 가야 하는지, 뒤돌아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난처한 상황에 마주쳤습니다.
마침, 같은 기차에서 내린 사람인 듯, 방향이 같으면 같이 가자는 의미의
합승을 요구하게 되었고, 그 사람의 휴대폰으로 민박집을 연결하여,
간신히 민박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북경 첫 새벽의 맞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민박집엘 들어서면서..
간밤 한 마디도 하여 보지 못한 말들을 시부렁거리면서..
밤 기차에서 제대로 이루지 못한 잠을 보충합니다.
동네북
말도 안 통하는 중국에서 첫날부터 헤매다.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 사람들 말 빠르게 하면, 정말 한 마디도 못 알아
듣겠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렇지만 용기.. 높이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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