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불륜같은 추억 만들기..

주님의 착한 종 2005. 6. 7. 11:36

 

평화 형님은 고궁 나들이를 시작하셨다는데

그런데 평화형님 부부 나들이에는 꼭 다른 사람이 끼어있잖아요?

특히 묘령의 여인들

 

제가 꼭 그래요.

뭐 매일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가 밖에 나가면,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매일 가사에 관한 이야기들이고,

아이들 진학 이야기, 시부모 모실 이야기, 장모님 건강 이야기 등등.

하나라도 재미있는 주제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평화형님네 처럼, 대자 대녀 가족과 동행한다든지,

친구 부부와 함께 간다든지, 꼭 그랬었는데

실비마님은 그게 불만이었던 같더라구요.

 

얼마 전부터 콧구멍 청소하러 가자구 그랬었는데,

그것도 둘이서만,

차일 피일 하다가는 마님 심기가 사나워질 것 같아 실행에 옮겼습니다.

주일날 미사 끝나고 집에 와서 간단히 라면으로 점심 때우고

바람 쐬러 나가자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평상시에는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었을 마님이

그날 따라, 스커트에 샌들을 신었네요.

, 내 각본에는 이게 아닌데…

 

일단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는데,

!! 초지진 넘어가는 다리 가기 전,

대명 포구 못 미처부터 장난이 아니네요.

아무튼 강화에 들어서서 외포리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이 3시간..

외포리에서 석모도 행 배를 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40분 정도..

 

마님과 석모도를 세 번 가보았었는데

우리 마님, 이번에도 역시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기가 어디냐고 묻더라구요.

 

아무튼, 차를 배에 실은 시간이 6시 반 경,

석모도에서 강화로 나오는 마지막 배가 7시 반이니까,

나는 못 돌아올 걸로 알고 있었지만,

마님께는 석모도를 쭉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마지막 배를 타자

하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예전에 총각놈들이 많이 하던 수법있잖아요.

통행금지 시절에, 여자 친구에게 시계 좀 보자고 하고는

보는 척 하다가 시계를 한 시간쯤 뒤 돌려놓고는 결국 통금에 걸려

집에 못가게 한다거나,

섬에 가자고 해놓고는 배를 놓치게 한다거나,

야외로 나가서는 미적미적.. 거리다가 막차를 놓치는 그런 수법,… ㅎㅎ

(뭐 절대로 제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생각은 몇 번 했었었는데, 실행은 한 번도 하지 못한 건.

 하느님도 아시는 일이라니까요. ㅎㅎ)

 

석모도에 내려보니, ㅎㅎㅎ

배를 기다리는 차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5~6백 대는 되어 보이는데

우리 마님 까무러칠라고 하데요.

나는 능청스럽게, 괜찮아, 늦어도 다 실어다 주는 거야…

 

보문사에 들러서 낙조를 보리라 했었는데

마님 차림이 언덕을 올라갈 형편이 못되어서,

그냥 입구까지만 갔다가 돌아 나왔습니다.

반대 방향을 계속 돌면 결국 섬을 한 바퀴 도는 셈이잖아요.

그런데, 얼씨구… 이 쪽 길도 자동차로 꽉~~~

 

하여튼 줄의 맨 끝에다가 차를 세우고,

앞 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물론 실비 마님 들으라고요..

배가 연장 운행을 하더라도 일몰 후에는

항만청에서 출항 허가를 안 내어주게 되어있고,

아무리 대기 인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8시 반 정도면 끝일 거라고

합니다.

(당연하지요. 내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있나요)

 

포기하자고 마님 설득합니다.

그리고는 잠자리부터 해결하자고 되돌아 오면서 팬션이니 민박이니

들러보았지만, 방은 하나도 없네요.

, 이젠 내가 당황스럽네요.

차에서 마님을 주무시게 할 수는 없고

 

이젠, 방 잡는 건 거의 포기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저녁이나 맛있게 먹자고

아주 한적한 횟집으로 갔습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식당 주인에게 방을 못 구했는데,

혹시 빌릴만한 아시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주인 왈.

불륜 같으면 모른 척 하는데, 부부시니까 구해 주겠다며

걱정 말라고 식사나 하라고 합니다.

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석모도에 왔으니 벤댕이 회 무침 작은 것 하나에, 광어회 하나 시켜놓고

참이슬 마셔가며 이야기 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서비스 라며, 자기네가 직접 만들었다는 도토리 묵을 가져오고,

그래서 주인과도 한 잔 하는데,

이번에는 안주인이 게장을 한 접시 가져다 주네요.

 

자기들 경험으로,

이런 곳에 중년 남녀가 달랑 한 쌍 오는 곳은 90%가 불륜이랍니다.

처음에는 마님 옷차림을 보고 우리도 그런 부류라 생각했는데

둘 다 묵주반지를 끼고 있고,

음식을 시킬 때도 나는 많이 시키려고 하는데

마님은 안 시키려고 하고, 식사 전 기도를 하고…

하는 것을 보고는 진짜 부부인 줄로 확인을 했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장모님네 2층에 방이 하나 있는데,

통나무와 황토로 지은 방이라서 몸에도 좋고,

바다도 보이는 언덕이라 전망도 좋다며 그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합니다.

 (물론 가격은 비쌌어요. 방 하나에 오만원이라니…)

 

그래도 우리는 감지덕지하며 느즈막하게 음식 다 먹고,

술도 거나하게 되어 민박집에 갔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산책도 하고,

그리고는 …

 

이 이상 쓰면 심의에 위배될 공산이 크므로

나머지 이야기는 여러분의 상상에 맞깁니다. ㅋㅋ  

아무튼 불륜 같은 추억을 남기며 밤은 깊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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