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13 축복의 인사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지난 ‘교회상식 속풀이’에서는 성호경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미사를 시작하면서 성호경 이후에
사제와 신자들이 나누는 인사,
즉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제는 미사를 시작하면서 신자들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이에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화답합니다.
지난 대림절부터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뀌었지요?
그렇다면 이 인사와 화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인사에서
미사를 시작하는 순간에 긋는 성호에 이어
또 다시 삼위일체 하느님을 만납니다.
이 인사에서 ‘주님’은 삼위일체 하느님,
즉 ‘성부 · 성자 · 성령’을 의미합니다.
이는 다른 인사법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와 더불어
사제는 ‘긴 인사’, 즉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고 신자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는
바로 이 인사의 줄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인사법은 본디 유다인들의 전통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구약시대 유대인들이 언제나 야훼께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신앙 안에서 이런 인사를 건넸습니다.
구약성경에도 이 인사가 등장합니다.
엘리멜렉 가문의 재산가 보아즈가 베들레헴에 와서 수확꾼들에게
“주님께서 자네들과 함께하시기를 비네”하고 인사하자
수확꾼들 역시
“주님께서 어르신께 강복하시기를 빕니다”(룻 2,4)
하고 응답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미사에서 사제가 신자들과 나누는 인사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또한 주님의 천사가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에게 나타나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판관 6,12)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오뎃의 아들 아자르야가 아사에게
“여러분이 주님과 함께 있으면
그분께서도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2역대 15,2)
하고 언급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복음서에서도 이 인사가 등장합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는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루카 1,28).
오늘이 마침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라서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옵니다.
단순하게 보이는 이 인사는
그저 단순히 인사를 건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다시 말해서 이는 결국 사제가 신자들에게 건네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축복을 의미합니다.
이 인사가 건네지는 성경의 다른 구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민수기, 사무엘기 상권(17,37)에서도 그러합니다.
▲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페루지노의 작품 ‘수태고지’(1489년)
우리는 미사 가운데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를 대신하여
좀 더 긴 형태의 두 가지 인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2코린 13,13)와
“은총과 평화를 내리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갈라 1,3)가 그것입니다.
이
두 인사는 모두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성경 안에서 볼 수 있는 이 인사가 서로 다른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 듯하지만,
실상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에서 보면 모두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Dominus vobiscum”
즉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이지요.
우리가 지금 미사에서 사용하는 형태 그대로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제는 이 인사를 전하면서 양팔을 신자들을 향해 벌립니다.
이 ‘팔 벌림’은 사제가 모든 신자들의 손을 잡고
그들을 자신의 양팔 안에 끌어안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지금 이 자리에 주님께서 공동체와 함께하신다는 점을
일깨우는 동작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에서는
“사제는 이 인사로써 모여 있는 공동체에게
주님의 현존을 선포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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