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교회상식 속풀이

14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으로 주일미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주님의 착한 종 2018. 4. 10. 08:42

교회상식 속풀이 - 14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으로

주일미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어찌어찌 하다가 주일 미사에 불참한 경우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회사 업무 때문에..

특히 월말이나 연말 결산을 할 때면

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무조건 야근, 철야를 했습니다.

토요일 밤샘하고 퇴근도 못하고,

주일도 꼬박 근무를 해야만 했습니다.

 

외국 출장을 갔는데

성당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특히나 중국 같은 곳에 가면)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주일 미사를 빠지게 된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으로

대신(?)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합당한 행동이었을까요?

 

요즘도 간혹 그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 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주일 미사 참례가 신자들의 삶에

매우 핵심적인 행위란 것을 아시거나

그 중요성의 낌새를 느끼고 계신 분들이라 하겠기에

무척 예뻐 보입니다.

 

 세례는 받았지만 신앙 활동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들은

이런 것에도 무지할 수밖에 없겠지요.

 

무지함은 그 자체로 죄라 볼 수 없습니다만,

깨달음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미성숙한 사람들 때문에

그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창조된 여러 의미 중 하나는

하느님을 향해 성장하도록,

즉 나날이 완성되어 가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주일 미사에 불참한 경우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박종인 신부님(예수회)의 설명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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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소년 레지오 단원 생활하면서,

‘옥외행사’라는 명목으로 놀러 다니기도 여러 번 했는데,

놀다 보니 주일 미사를 궐하게 된 경우가 있었음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모여 앉아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을 정성껏 바치며

미사 시간에 맞춰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지 못한 점을 반성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주님의 기도를 서른세 번 바친다고 해서

주일 미사에 불참한 것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었습니다.

 

이 알 수 없는 전통은 아마도 오래 전에

성당이 많지 않던 시절,

게다가 교통편도 거의 없던 시절에

폭우로 길이 끊기고,

폭설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주일 미사에 못 갔던 신자들이

나중에 고해성사를 했더니

사제가 알려준 지혜로운 조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지역적 특수 상황들을

지역 교회의 주교가 알게 되어

한시적으로 지침을 내려준 것이라 보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주일 미사는 천재지변이나

정말 거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육체적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를 빼고는

참례하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평일 미사는

거의 빠짐없이 나온다고 하십니다.

대신 주일엔 야외로 나갈 일이 있어서

종종 주일 미사를 빠지게 된다고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나눠주시더군요.

나름 균형 있는 생활입니다.

 

그런데 주일 미사에 부여된 의미는

단순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받아 모시는 행위가 아니기에

주일 미사 참례가 그만큼 강조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일단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답을 아시는 분은,

내 안에 부활을 희망하는 마음이 있는지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즉 부활절은 일주일 중 어느 날일까요?
① 월요일 ② 화요일 ③ 수요일

④ 목요일 ⑤ 금요일 ⑥ 토요일 ⑦ 일요일

⑧ 해마다 요일이 바뀐다.

 


 

 답은 아시다시피 일요일입니다.


부활은 복음을 통해 보면

(마태 28,1; 마르 16,9; 루카 24,1; 요한 20,1)

“주간의 첫 날”에 일어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즘이야 주간의 첫 날은

월요병을 유발하는 월요일이라 하겠지만,

당시 유다 사회에서 안식일은 토요일이었고,

안식일이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첫 날은 바로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

즉 그리스도인(크리스천)들은 일요일을

“주일(주님의 날)”이라 부르며,

함께 모여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게 됐습니다.

그런 유래로 일요일이 급기야 휴일이 된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 자신의 부활을 희망하지 않으면서

그리스도 신자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라는 인물을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 삶을 본받아 살아가지만

부활은 굳이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주 멋진 사람들이지만 부활을 믿지 않는다면

그들을 크리스천이라 부르긴 어렵습니다.

부활 신앙이 그리스도교의

핵심 신앙 중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만큼, 부활절은 1년에 한 번이지만,

부활절 이외의 다른 일요일은

작은 부활절로 일컬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고행과 극기,

참회와 보속의 시기로 여기는 사순 시기 동안에는

왠지 숨죽여 지내야 할 것 같은데

주일은 예외 없이 축제의 날입니다.

 

좀 고전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지난 달력(전례력이 표시된 달력)을 들고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사순절은 말 그대로

열흘이 네 번 지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재의 수요일(사순 시기의 시작 날입니다)이었던

지난 2 14(2018년도 달력인 경우)부터

일요일만 제하고 40일을 세 보시기 바랍니다.

 

3 31일 토요일이 마흔 번째 날입니다.

이렇게 하여 사순 시기의 날 수,

40이 채워집니다.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기도하신 기간에서 유래)

 

이어서 다음 날이 일요일이고,

예수 부활 대축일이 됩니다.

이것은 일요일이 사순 시기 내에 있다 해도,

여전히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의 다른 날은 금욕적으로 살고자

금주, 금연, 단식 등을 시도해도

일요일(주일)에는 좀 제대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흠…… 애연, 애주, 탐식가들에게

너무 고급 정보를 알려 드린 듯하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평일 미사에 아무리 자주 참례한다고 해서

그것이 주일 미사와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

주일 미사는 부활이라는

아주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교회법이 강요해서

주일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부활을 기념하라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불러 모으시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하느님 백성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를 이행한다고 보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러니 산사태로 길이 막히고,

홍수로 길이 끊기거나,

심한 병환이 들어 성당에 갈 수 없거나,

여행 갔다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지 않는 한

그리스도인의 권리와 의무를 행하고자

애써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하느님께서 그 안타까움을 알아주실 겁니다.

하느님께 감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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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인(요한) 신부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