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김수한 추기경

빛이 되는 사람들

주님의 착한 종 2018. 2. 19. 08:37




빛이 되는 사람들

 

옥에 갇힌 사람, 병고에 신음하는 사람에게

인간다운 삶의 길. 희망과 광명을 줄 수 있을까요?

 

무사히 실의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으로 소생의 힘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의 믿음이 그것을 가능케 할까요?

경제가 발전하면 그것이 가능할까요?

교회를 많이 세우면 가능할까요?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답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우기 가운데 누구이든

그리스도를 완전히 현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바로 인간이 갈망하는

그 빛이요 희망이며,

그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부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오늘의 세상 속에

그리스도를 현존시키냐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명실공히 일치되어 있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를 현존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빛 자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는 빛입니다.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그리스도와의 일치와 결합을

우리는 이룩할 수 있습니까?

복음을 읽기만 하면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그 기도를 생활화함으로써 가능합니다.

복음의 요구, 바로 그리스도의 요청을

철두철미하게 삶으로써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복음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가난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우리 마음을 텅 비워야 합니다.

온갖 이기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재산에 대한 욕망, 명예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 등을 일체 버려야 하며,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자기 생명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빛의 선지자가 요한처럼

"나는 줄어들고 그는 늘어나야 한다"

그 같은 완전한 자아로의 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합니다.

내 자신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손에 맡겨진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내 시간도 없고, 내 욕망도 없을 만큼.....

 

그리스도는 본시 빛이셨지만,

왜 불멸의 빛이 되셨습니까?

십자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렌 켈러가 왜 시력장애자들에게 빛이 되었습니까?

자신의 어둠과 싸워 이겼기 때문입니다.

 

간디가 왜 빛이 되었습니까?

어떤 환경에서도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왜 순교자들이 빛이 되어 있습니까?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어둠에 싸워 이긴 사람만이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진리를 위해 생명을 내던진 사람만이 빛이 될 수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던진 사람만이 빛이 될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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