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김수한 추기경

밀알 한 알

주님의 착한 종 2018. 1. 31. 12:42




밀알 한 알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나의 형님 김동한 신부님

많은 이들을 위해서 이 사랑을 사시다 가신 분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 세상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큰 빈자리를 남겨 두고 가신 분이기도 합니다.

 

왜정 때 일본 상지대학에 다니다가 학병에 끌려갈 때는

부산 부두에서 전쟁터에 가면 죽을 위험도 없지 않아서인지

형님은 내 손을 잡고 사나이 눈물을 줄줄 흘리셨습니다.

 

나는 눈물로 일그러진 형님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빨리 배에 올라야만 했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1946 12월에 늦게 귀국선을 타고

저녁 때 부산 부두에 내렸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혹시 성당에 가면 그 동안 여러 날 굶은 처지에

무언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서 물어 물어

범일동 성당을 찾아갔다가 뜻밖에도

거기에서 보좌신부로 있는 형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생사를 점칠 수 없는 처지에서 헤어진 지 근 3년 만에

살아서 다시 만나는 기쁨을 우리 둘이서 손을 마주잡은 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형님은 참으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나를 이 세상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자기 몸처럼 사랑해 주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많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다가 가셨습니다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형님은 진정   밀알 하나가 되셨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많아지는 그 사랑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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