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한 알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나의 형님 김동한 신부님
많은 이들을 위해서 이 사랑을 사시다 가신 분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 세상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큰 빈자리를 남겨 두고 가신 분이기도 합니다.
왜정 때 일본 상지대학에 다니다가 학병에 끌려갈 때는
부산 부두에서 전쟁터에 가면 죽을 위험도 없지 않아서인지
형님은 내 손을 잡고 사나이 눈물을 줄줄 흘리셨습니다.
나는 눈물로 일그러진 형님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빨리 배에 올라야만 했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1946년 12월에 늦게 귀국선을 타고
저녁 때 부산 부두에 내렸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혹시 성당에 가면 그 동안 여러 날 굶은 처지에
무언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서 물어 물어
범일동 성당을 찾아갔다가 뜻밖에도
거기에서 보좌신부로 있는 형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생사를 점칠 수 없는 처지에서 헤어진 지 근 3년 만에
살아서 다시 만나는 기쁨을 우리 둘이서 손을 마주잡은 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형님은 참으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나를 이 세상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자기 몸처럼 사랑해 주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많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다가 가셨습니다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형님은 진정 그 밀알 하나가 되셨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많아지는 그 사랑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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