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농사짓는 것보다 효율 떨어진다는 제조업 경쟁력

주님의 착한 종 2016. 10. 20. 09:45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원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타개하려고

 그동안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의치 않아 10월 8일부터 회사 문을 닫습니다.”


국경절 연휴 직후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구에 위치한

푸잉준다(福永骏达)전기 정문에 내걸린 폐업 공고문이다.

열흘 남짓한 국경절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자마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SNS에 이 소식을 전한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살아가기 막막한 상황에서

 출근할 직장마저 없어졌으니 어찌 살라는 말이냐”는 호소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중국에 진출한 지 30년 만에 1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릴 만 큼 규모를 키워온

홍콩계 대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선전의 푸창(福昌)전자 장쑤중진(江苏中瑾) 광저우루이화(瑞华)제화를 비롯해서

동관의 징츠커지(京驰科技)나 Y퉁광전 밍푸(明朴)가구 이롄신(镒联鑫) 전하이(震海)

진바오(金宝) 후이저우의 홍차오(鸿桥)복장 난하이자루이(南海嘉瑞)제화

창스커지(创仕科技) 중셴웨이(中显微)그룹 등

영향력이 큰 기업들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터였다.

푸잉준다는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2014년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인건비도 오르면서 경영난에 처한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7일에는 공장 전체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사태를 맞는다.

파업은 자회사인 후이리우진(汇利五金) 공장까지 포함해서 37일간 이어진다.

당시 노조 측은 “매일 10시간에 격주 토요일 근무를 하고

주말 수당과 매 분기와 연말 보너스를 받아 왔다.

최근 2년 사이에는 공장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급여와 보너스를 삭감하고

근로시간도 주 5일에 9시간 근무만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월 급여는 3000 위안(약 51만 원)도 안 된다.

이 돈으로는 공장이 위치한 선전에서 살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6일 근로자 연명으로 이런 사정을 사측에 전달했으나

사측에서 개선해 주지 않아 파업을 벌인다”라는 선언을 한다.

요구 조건은 근로시간을 회복시켜주고 기본 수입을 보장해달라는 것과

추가근무나 출장 등 수당을 물가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고

분기 보너스를 월급으로 환산해주고 기숙사 식당 등

근로자 주변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것 등이다.

만약 회사경영이 어려울 경우 노동법에 따른 감원을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다 고물가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외에는 달리 선택의 카드가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사측도 급여를 삭감해야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는 데다

사장 아들마저도 경영을 승계하지 않으려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37일간 파업을 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선을 넘고 만다.

1년 간 노사를 이어준 유일한 끈은 신노동법 하나 뿐 이었다.


사측은 결국 80%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파업을 끝냈지만

1년 만에 1만 명 이상의 대량 실업자를 만드는 결정을 하고 만다.

이 회사의 분규 사례는 선전으로 대변되는 중국 남부에 형성된

이른바 ‘세계의 공장’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공장지대는

못 쓰는 고철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된 채 방치되고 있고

수 억명 이 일자리를 잃는 추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제조업체의 노동비용은 그동안 얼마나 상승했을까.

옥스퍼드연구원에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 제조업 단위 노동력 생산 증가율은 40%다.

중국보다 80% 정도 높지만 고용노동력 비용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중국의 노동 비용은 일본이나 타이완보다 높고 인도 보다는 두 배나 높다.

중국의 제조업 평균 임금은 연간 4만7241위안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4000위안이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4달러50센트다.

물론 중간 간부급으로 가면 연봉이 10만 위안도 넘는다고 하지만 미국과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 효율까지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보스턴자문에 따르면

미국서 1달러를 들여 생산된 상품을 중국서 만들려면 96센트가 든다.

중국에서는 제조업 임금이 지난 10년 간 두 배로 올랐다.

2004년 시간당 4달러35센트에서 2015년에는 12달러47센트로 올랐다.

미국에서는 생산력을 조정치 제조업 평균 임금은 22달러32센트로

2004년부터 최근까지 상승률이 30%선이다.

단순히 임금 수준만 놓고 보면 중국 임금이 낮지만

산출을 감안한 임금은 미국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중국서 값싸고 좋은 상품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중국 인건비의 수혜그룹은 공장 근로자들이다.

공장 노동자 임금이 사무직을 앞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고

특히 전문 기술직 임금은 대졸보다도 높아지면서 교육계에도 파급을 주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니 모두 소를 키우고 그러니 소 값은 내려가고

대신 돼지가 귀해지는 현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임금 상승의 이면에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이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급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미국 뉴욕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은 비로 공장 건설비용이나 주거 생활비용을 끌어올리며

노사 분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특유의 고비용 구조인 세금도 한 몫 거든다.

영업세에다 부가가치세 그리고 기업소득세에 개인소득세 등 각종 세금에다

5대 사회보험 등 준조세와 각종 수수료를 합치면 

한 사람을 고용하면 1.5명 분의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다.

행정운영비용도 만만치 않다.

민간기업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받아 수출입에 뛰어들지

웬만해서는 내수를 생각하지 않는다.

내수에 뛰어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유통망 등을 뚫어야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거래처 관리에서부터 접대도 어려운데 각종 행정 수속 과 심사 과정 등

민간기업으로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절차들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수출 못한 물건을 창고에 쌓아놓고 내수시장에는 내다 팔 생각도 못하는 이유다.

이에 대한 기업전략도 모자라다.

모방과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보니 설비나 생산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장인정신도 부족하다.
‘세계의 공장’소리를 듣던 중국 제조업이 요즘 농업분야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대목이다.


현문학 매일경제 영남 취재 본부장 m_hy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