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상인種 중국인" 중국은 온통 시장이다(1)

주님의 착한 종 2016. 8. 31. 08:58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교수] 


"부자되는 길은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고 공업은 상업보다 못하다."
< 사마천(司馬遷) '사기' 화식열전 편>
 
"누구든 먼저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라." <덩샤오핑(鄧小平>
 
"전시에는 군인이 꽃이지만, 평시에는 상인이 꽃이다."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총재> 
 
"중국인은 황인종이라기보다는 ‘상인종(商人種)’(1)*이다.

중국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인은 모두 상인이다."  <문협(文俠) 강효백>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아도 된다.

공자 앞에서 문자 써도 된다.

그러나 중국인 앞에서는 ‘돈’ , ‘시장’, ‘자본’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

더구나 중국인에게는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마케팅 전략은?” 이란 주제로

서구 현대경제이론을 한 수 가르치려 하지 말라.

그대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중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피식’ 웃는 중국인만 마주칠 것이다.

그대의 뇌리 속에는 대다수 중국인의 얼굴피부 밑 1㎜ 가량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석연치 않고 마뜩찮은 표정이 혜성의 꼬리처럼 오래 남게 될 것이다.

그들 중국인은 반 만년 비단장수 후예, 생래적 자본주의자, 즉 ‘상인종’ 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상인종이라는 증거는 너무 많다.

대표적인 몇 가지 골라 증언하고자 한다.

◆ 중국은 온통 시장이다 

중국의 국시(國是)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다.

우리는 뒤의 명제 ‘시장경제’보다는 앞의 수식어 ‘사회주의’에 더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기본이념과 기본정책에 감히 ‘시장(market)’이라는

노골적 자본주의 용어를 수 십년째 명시해온 나라가 중국말고 어디 있는가. 

중국에서 출판된 중문사전이나 중영사전에서 ‘市’를 찾아보면

항상 제일 먼저 나오는 뜻풀이는 ‘시장’(market)이다.

그 다음은 동사로서 ‘사다, 팔다. 사고팔다’의 뜻이 나오고,

‘도시’(city)는 서너번째쯤 나온다. 

‘도시’(都市)의 어원은 시장과 시장을 둘러싼 번화가를 의미하는 ‘市’ 앞에다가

우두머리 관아와 관아를 에워싼 관청가를 뜻하는 ‘都’를 붙여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의 정치·행정 중심지 베이징은 ‘시’보다는 ‘도’에 가까운 반면에

중국의 경제·무역·금융 중심지 상하이는 ‘도’보다 ‘시’에 가깝다.

지금 중국에서는 ‘도시’ 를 ‘성시’(城市)라고 부른다.

즉 우두머리 관청을 뜻하는 ‘도’ 를 없애는 대신에 시장 ‘시’ 앞에다

건물이나 울타리를 뜻하는 ‘城’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도시, 즉 성시를 직역하자면 ‘시장으로 그득한 울타리’라는 뜻이 된다.

여기에 약간의 골계미를 가미해서 말하자면

중국의 도시에는 ‘시장'(市長, mayor)은 없어도 되지만

‘시장'(市場,market)이 없으면 안 된다고나 할까.

상하이시는 ‘상하이시티’가 아니라 ‘상하이마켓’이라고나 할까. 

2016년 8월말 현재 중국의 성(省)급시(직할시)는 4개, 지(地)급시는 286개, 현(縣)급시는 368개다.

소상품·다품종 시장으로 유명한 저장성 이우(義烏)시를 비롯 다수 현급시는 시 전체가 온통 시장이다. 

중국은 이미 2008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대국이 됐다.

2015년말 현재 중국의 수출총액은 2조2700억 달러로.

세계 2위 미국(1조5980억 달러)과 갈수록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2)*

◆ 상인지상주의… 4억 명 초거대 중국 상인군단 

주(周) 무왕이 상(商) 주왕을 토벌하자 천하는 주 나라가 되었다.

나라 잃은 상 나라 사람들은 설 땅이 없어져 장돌뱅이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었는데,

때부터 세상은 그들을 ‘상인’으로 그들의 업을 ‘상업’으로 부르게 되었다.

상인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파는 행상을 ‘상’(商)이라 하고,

일정한 장소에 앉아서 좌판 위에 물건을 벌여놓고 파는 좌상을 ‘고’(賈)라고 했다.

'상인’하면 으레 ‘행상’을 의미했다.  

동적(動的)인 ‘상’이 정적(靜的)인 ‘고’를 압도했던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태어나기 전 약 1800년 전에,

예수가 태어나기 약 100년 전에,

신라의 초대 임금 박혁거세(BC 69~AD 4)가 알에서 깨어나기 수십년 전에,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 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부자되는 길은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고 공업은 상업보다 못하다.

문장을 희롱하는 일은 시장바닥에 앉아 돈을 버는 일보다 못하다.

비록 말업이라고들 하지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뭐니뭐니해도 상업이 최고다.” 

“1위 상인, 2위 농부, 3위 군인, 4위 선비 (商農兵士)”

이는 청 나라 옹정제 시대의 대신 유우의(劉于義)가 황제에게 올린,

청 나라때 중국 전국의 금융시장을 석권했던

산시(山西)지방의 사회적 신분 서열에 관한 보고서 핵심 내용이다. 

비단 옛날 중국뿐만이 아니다. 

“너 그렇게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면 나중에 커서 관료나 해먹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갑부 밀집 지역인 광둥을 비롯한 저장·푸젠 등

중국 동남부 지역에서 부모가 공부에 게으름 피우는 아이를 꾸짖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 이전 우리나라에서 오래 통용되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서열은 중국의 정치 중심도시인 시안, 뤄양, 베이징이나 공자·맹자의 고향 산둥성 서부, 주자의 고향 안휘성 남부에서만 일부 사용된, 중국 사회에서의 비보편적 용어다.

2015년 말 현재 국가행정공상관리총국에 등록한 중국의 소형 사영기업은 750만개,

종업원수 8700만 명이고, 개체호(個體戶 자영업)수는 3200여만개, 종업원수 6500만 명이다.

여기에 중대형 서비스업체, 백화점, 대형마트 업계, 온·오프라인 쇼핑몰 등

각종 중대형 유통업체 종사자 약 5000만명과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미등록된

극소형업체 종사자, 자영업자, 노점상이나 행상 기타 지하경제종사자 등

약 2억 명(소극적 추산)을 모두 합한 중국 상인의 수는 적어도 약 4억 명이다.

그야말로 5000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8배가 넘고,

8000만 세계 한민족 수의 5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초거대 상인군단이다. 

◆ 세계 최초지폐, 세계 기축통화, 일대일로… 

자본주의 상징, 아니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지폐를

세계 최초로 발명, 발행하고 상용해 온 사람 역시 중국인이다. 

960년 송나라 초기 쓰촨성의 한 거상은 교자(交子)라는 지폐를 발행했다.  

그리고 널리 오래 상용되었던 세계 최초의 지폐는 1287년,

원 나라 세조 때 발행된 ‘지원통행보초(至元通行寶鈔)’다.

이것은 1661년 스웨덴 정부가 서양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것에 비하면 약 400년 앞선 것이다.

스웨덴의 뒤를 이어 프랑스는 1720년, 영국은 1979년,

독일은 1806년에 각각 자국의 지폐를 발행했다. 

13세기 프랑스의 수도사 기욤 드 뤼브릭은

“중국에서 보통 사용하고 있는 화폐는 세로 가로 각각 10cm가량 되는 목면으로 만든 종이로,

그 위에는 황제의 인장 같은 표적이 적혀있다”고 루이 9세에게 보고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마르코 폴로도 1298년에 완성한 책 '동방견문록'에서

지폐 사용이 중국 전역에서 보편화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14세기 아프리카 모로코 출신의 대여행가인 이븐 바투타는

“중국의 주민은 장사를 하는데 금․은화를 쓰지 않는다.

그들은 황제의 도장이 찍힌 손바닥만한 큰 종이로 물건을 사고 판다”고 기록했다.

14세기 중엽의 이탈리아인 베고로티의 동방무역 안내서도

“중국에서는 지폐가 사용되고 있다” 고 적혀있다.  

1305년 페르시아는 지폐를 발행했는데 이것은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기록한 바있던

쿠빌라이 황제의 지폐를 모방한 것이다.

그 페르시아의 지폐 이름도 중국식 발음 그대로 ‘초우’라고 불렀다. 

2015년 11월 중국 인민폐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했다.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으로 편입된 것이다.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로서의 지위를 공식 획득하고

무역결제나 금융거래에서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비율은 10.92%로 달러(41.73%), 유로화(30.93%)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로써 위안화는 일본의 엔화(8.33%)를 제치고 세계 3대 통화로 급부상하게 됐다.

시진핑 시대의 슈퍼 메가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에 소요되는 자금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조달한다.

화폐(인민폐)와 법제, 도로, 무역과 민심의 5대 영역을 하나로 연결시켜 확장하겠다는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꿈, 즉 ‘세계의 중국화’의 구체적 표현이다. [ (2)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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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상인종은 원래 필자가 2000년에 졸저 『차이니즈 나이트』1,

「너희가 상인종을 아느냐」 편에서 세계최초로 창조한 용어다.

그 후 ‘상인종’은 필자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금 와서 필자의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겠지만 최초 발명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사용했으면 한다.  

(2)* 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rankorder/2078rank.html#rs
2015년 한국의 수출총액은 5,355억달러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제5위를 차지했다.

세계유일의 적대적 분단국이라는 악조건과 각종 낡고 썩은 법령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인구의 2.5배 이상인 일본에 비해 불과 900억 달러 차이나는,

세계 5위의 눈부신 수출실적을 거둔 것은 우리 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덧붙여 2016년 수출실적은 저조할 것 등 사드배치건에 관한 우려들이

훗날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 참 좋겠다. 

(3)* http://baike.baidu.com/view/10850.htm?fromtitle=%E4%B8%AA%E4%BD%93%E6%88%B7&fromid=10586419&type=syn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