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중국이 통계 방식 바꿔 가며 성장률에 집착하는 이유

주님의 착한 종 2016. 8. 2. 08:24



지난 1월의 일이다국가통계국장 이던 왕바오안(王保安)은 국내총생산(GDP) 등 통계 실적을 발표하던 그 날

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다.

회의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식구들에게 야반도주해야 한다며 짐을 급히 싸라고 한다.

갑작스런 상황인데다 옮길 짐도 가지 수가 잡다하게 많아서 일이 생각보다 지체된다.

게다가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울며 불며 긴박한 사정을 알리다 보니 짐 싸는 데만 이틀이나 걸린다.

그 사이 기율검사위원회에서 낌새를 채고 달려와서 왕 국장 가족을 모두 체포한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국가통계국은 내부적으로 큰 충격에 휩싸인다.

경제학 박사 출신에다 잘나가던 고위 관료가 하루 아침에 해임된 것도 충격이지만

통계조작 혐의로 전임 통계국장이 불명예 낙마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닝지저(寧吉喆) 통계국장이 부임했지만 올 상반기까지 발표된 중국 GDP 통계를 보면 

 들쑥날쑥한 숫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중국 GDP341000억위안(5850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 GDP297000억 위안으로 나와 있다. 단순 계산해도 15%나 증가한 것이다.

15%는 전성기 때의 성장률이다. 각종 물가 요소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답이 안 나온다.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이고 생산자 물가도 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체감 물가 상승률 50%를 반영해도 6.7%의 성장률이 나올까 말까다.


제조업 지수를 보면 상반기 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성장했다.

그런데 기업의 수익은 마이너스다.

개별 조사를 해서 집계하는 372000개의 규모 이상의 제조업기업 매출은 1-5월 사이 225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나 줄었다. 통계대로 해석하면 공업 성장은 잘 했는데

결국 정부에서 세금으로 다 걷어가고 말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372000개 기업 중에 적자 기업은 62000개로 비율은 16.7%.

작년 말에는 적자기업이 49000개로 비율이 13.1%였다.

반년 사이 중국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이 3.6%포인트나 늘어난 점은 주목거리다.


5월 말까지 외자유입액은 542억 달러로 지난해 538억 달러 보다 0.7% 늘었다.

그러나 실제 투자액은 5월말 현재 143억 달러다.

1년 전의 190억 달러에 비해 47억 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나머지는 주식 등 비 제조 분야로 돈이 몰렸음을 짐작케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각 성 시별로 지방의 통계국에서 GDP 수치를 취합하고 있어서 조작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중국 통계 당국은 아예 GDP 등 통계 산출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기로 했다.

유엔 차원에서 권고하는 연구개발을 성장에 포함 시켜야 하는 데다 인터넷 신경제 등

최근 중국서 성장하는 분야를 반영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에는 새 방식으로 산출한 GDP를 발표했다.

유엔 등 5개 국제기구에서 연합으로 작성하는 국제표준 통계 시스템인 국민계정시스템을 반영했다.

GDP를 계산해보니 평균 1.06%더 상승하는 걸로 나왔다.

신경제가 중국경제에 공헌도가 높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신 경제 요소들을 가미해서 시험해본 결과 매년 GDP도 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GDP 증가분은 8798억 위안으로 당초보다 1.3% 더 늘어났다.


이에 따른 GDP 성장률 증가분도 0.04%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특히 3차 산업과 다른 구성 요소에 대한 수정을 한 결과

지난 10년 간 매년 경제 총량이 증가하는 추세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2차 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더 상승했고 반면 1차와 3차 산업 비중은 하락했다.

또 고정 자본이 늘어났고 정부 소비 지출은 조금 감소했으며 수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중국 통계 당국 입장에서는 국제 표준을 따랐더니 성장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본 것이다.

2009년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만든 국민계정(2008 SNA)에서는

이른바 연구 개발 지출의 자본화를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나 창조 산업에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통계 방식 변경에 적기를 찾은 셈이다.


특히 연구개발은 전통 방식으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중간비용으로 소모성 경비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개발은 최근 국제적으로 고정자본 형성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이고

미래 생산 활동 중에 계속 사용해야 하는 개념으로 바뀌는 추세다.


'2008 SNA'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미 시행중이고 다른 OECD 국가들도 개혁을 추진 중이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모든 국제사회에서 모두 채택하는 방식인데 중국 만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내친김에 제3차 전국 경제총조사에 이 자료를 활용해 보니

1952년 이후 GDP 수치도 수정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총량이 증가했는데 매년 평균 1.06%나 됐다.


GDP 구조도 달라졌다.

2015년 기준으로 1-3차 산업비중이 각각 9.040.550.5에서 8.940.950.2로 변화한 것이다.

2차 산업 부가 가치 증가가 조금 더 나오고 공업 생산 증가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8%에서 34.3%0.5%포인트 높아졌다.


2015의 경우 소비지출은 766억 위안 감소한 것으로 나왔으며

자본총액은 9564억 위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GDP1.3% 정도 더 올라갔다.


쉬센춘(许宪春) 국가통계국부국장은 제10회 중국 경제 성장과 주기 포럼에 참석해서

신경제 정부 통계가 직면한 도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새로운 통계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한마디로 디디(滴滴) 택시 등 공유경제를 GDP 통계에 포함하고 중파오(众包)

새로운 서비스도 GDP 항목에 넣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신경제를 경제성장에 반영할 경우 중국 GDP1.3% 더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유엔 등 국제표준의 국민계정을 반영하는 차에 산업 분류를 다시해서

공유 경제 등 신 경제 요소들을 편입시킨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국은 공유경제를 사회주의시장경제에 딱 맞는 경제 모델로 보고 있다.

쉬는 물건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새로운 생산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디택시 등 비 화폐 경제인 공유경제가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디디택시의 O2O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3억 명 이상이 다운 받은 상태다.


운전기사만도 1500만 명이고 하루에 거래량은 이미 1400만 건을 돌파했다.

서비스 영역도 택시를 비롯해서 전세차나 카 쉐어링 대리기사 버스 사업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방대한 하루 주문량으로 볼 때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상당한 현금 거래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디택시의 한 고위 임원은 “20161월 디디플랫폼 전체 매출 총액이 8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는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런 전자 상거래 형 소비와 서비스가

생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소비는 통계국에서 발표하는 수치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가통계국의 숫자 통계 방식에는 비 현금 교역 대부분이 제외돼 있다.

인터넷 발전으로 모든 사람이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쉬고 있는 자동차나 책이나 부동산을 이용해 얼마든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데

GDP통계에는 포함시키기 어렵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매 분기 공표하는 GDP 숫자는 농업과 공업 건축업 등 2차 산업과 3

차 서비스 산업을 합친 부가가치총액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기업에서 보고하는 숫자를 반영하고 있고 규모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표본 조사를 통해 추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요즘은 공유경제 부문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인터넷에 물건을 팔고 사고 할 수 있게 돼 있다.

인터넷으로 차를 예약 하거나 오락이나 외식업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부소득 가계소득 기업소득 처럼 GDP를 구성하는 중요한 지불이나 소득이 빠져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산업과 새로운 업태 새로운 상업 모델을 집계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정부가 장려하는 전략적인 신종산업 뿐만 아니라 신상품이나 전자 상거래 플랫폼도 포함된다.

또한 대형 상업 몰 외에도 산업 단지나 인터넷 금융을 비롯해서

창업 인큐베이터 중소기업 창조분야 등도 조사 대상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계를 조작한다는 의심을 받아온 중국정부가

새로운 통계방식을 통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문학 매일경제 영남 취재 본부장 m_hy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