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도 않는다.
서평] 신현림 시인이 엮은 <외로워하지마, 슬픔이 터져 빛이될거야>
이명화(pretty645) 기자
늦은 밤, 시를 읽는다.
홀로 깨어 앉아 시간이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를 또렷하게 듣는다.
깨어 앉은 밤의 적막을 '시어의 촛불'로 가만히 밀어내고,
기꺼이 즐거운 고독의 성찬을 홀로 베푼다.
언젠가 한번쯤은 내 마음에 담겼던 시어를 만나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시를 만나기도 하면서
명징한 언어의 날실과 씨실의 언어들로 엮은 시를 읽는다.
오래 닫아 두어 먼지 낀 우물 덮개를 열고,
차갑고도 시원한 시의 정수를 내 정신에 붓는다.
시집 <외로워하지마, 슬픔이 터져 빛이
될 거야>는
신현림 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둠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게 해 주었고,
슬픔이 기쁨으로 터져 나오게 했던 87편의 시들을 엮은 책이다.
책에는 타고르, 노자, 백거이, 루쉰, 베이다오, 파블로
네루다,
엘리타스, 인디언 격언, 료칸, 김소월, 신동엽, 틱낫한 등이
쓴 시들이 담겨있다.
고대 이집트의 지혜부터 중세, 근세, 현대 시대의 시들,
종교와 이념을 초월한 시인들의 시들이다.
이 시들을 읽은 지난밤은 거친 내 영혼의 정수리에 붓는 밤이었다.
시인의 말대로 표현하자면
"밤이 내려 친구와 얘기하고 싶어도 전화를 걸 수도 없고,
바람이 불고 창문은 덜컹거릴 때
아름다운 정신의 먹을 거리를 즐기다 보면
밤은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 차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신현림 시인은 "앞날이 캄캄할 정도로 슬프고 괴로울 때마다
한 편의 좋은 시는 어두운 인생길을 따뜻하게 비춰준 등불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란 그에게 뭐였을까? 밥이고 삶이고 희망인 듯하다.
루쉰은 '희망'이란 시에서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란 원래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태어나고 꽃을 피우는 것일까.
시인이 된다는 것은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그것을 보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시는 나태와 안일, 배부름 속에서는 지레 죽어버리는 어떤 것인가.
'죽고 싶은 만큼 외롭고 힘든 날',
나 자신에게, 그 누군가에게
"외로워하지마, 슬픔이 터져 빛이 될 거야"라고
속삭여 본다고 말하는 시인 또한,
'시'의 희망으로 길을 열어 가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가보다.
시와 열애하며 인생의 질곡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 슬픔과 상처도 시가 되고 희망이 되고,
그래서 빛의 시가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시인이 엮은 많은 시인들의 주옥 같은 시를 읽는 밤,
그 시어들이 눈과 마음에 들어왔다.
내 마음의 우물에 가만히 차 올랐다.
함께 나누고 싶은 시들 몇 자락을 옮겨놓는다.
사람의 일생에는 /
수많은 정거장이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그 모든 정거장마다/
안개에 묻힌 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든든한 어깨로 울부짖는 바람을 막아 줄 사람이/
다시없을지라도/
꽁꽁 언 손을 감싸줄 하얀 머플러가/
다시없을지라도/
등불이 오는 밤처럼 밝았으면 좋겠다./
빙설로 모든 길이 막혀도/
먼 곳을 향해 떠나는 사람은 반드시 있으리라/
수많은 낮과 밤을/
붙잡든 놓쳐버리든/
내게 조용한 새벽 하나를/
남겨 놓고 싶다...
(중략)...
헤어짐과 다시 만남이 없다면/
떨리는 가슴으로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을 수 없다면/
영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또 어떤 이름일까.
(수팅,
'이별에 부쳐' 중)
긴 한 시간 도안 혼자 앉아 있어도/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나는 일합니다. 조용히/
영혼으로 말하는 정신적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모든 것이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나는 몹시 기쁩니다.
(일레인 클리프트의 시, '일상' 중)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진정으로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어린 시절까지 먼 과거를 더듬어야/
당신의 삶의 행복이 찾아집니까?/
지금 막 그것을 발견하려 한다면/
당신은 아마 이 순간까지/
행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항상 금덩이를 찾으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얼마 가지 않아/
피곤하고 지루해지니까요./
다만 눈에 보이는 /
작은 금싸라기를/즐기며 사십시오
(M.M 마고의 '행복하십시오' 중)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누구든지 시를 읽었으면 좋겠다.
시에 목이 말랐던 소녀시절, 대학노트 빼곡하게
깨알 같은 글씨로 베껴 써넣었던 것처럼
그렇게 시를 옮겨 적어볼까.
시간이 걸어가는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깊은 밤에
시가 내게 안긴다.
시처럼 맑은 사람을 만나면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듯
내 맘에 파고드는 시를 만나면 나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시어들이 내 속에 담겨
어느 날, 어느 순간 빛으로 터져 나올 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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