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조희팔 추정 인물과 맞선 본 여성 "조희팔 맞다"|

주님의 착한 종 2016. 1. 7. 08:52

복수의 중국 인사가 "조희팔과 닮았다"고 제보해

<시사IN>이 제430호에 커버스토리('칭다오 조 사장은 조희팔?' 참조)로 보도한

중국 칭다오의 '조 사장'이 한·중 공조수사 착수 40여 일 만인 2015년 12월 중순께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는 12월19일 중국 현지에서 칭다오(청도) 공안국 관계자와 칭다오의 한국 총영사관 주재관 등을 만나

'조 사장'이 칭다오 공안국에 구금돼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조 사장'이 체포된 지 10여 일이 지나도록

중국 공안 당국은 한국 정부에 체포자의 신원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칭다오 총영사관 곽 아무개 영사는 "중국 공안이 조 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한국인을

체포했다는 공식 통보만 해줬지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는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실제 잡힌 인물이 누군지 정체가 파악되지 않아

조희팔을 잡아놓고 보안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공조 수사 파트너인 한국 측에 체포자 사진의 제공 등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칭다오 공안국의 한 관계자는 "국제 사건이라 칭다오에서 체포자 사진을 마음대로 유출할 수 없다.

충분히 조사한 뒤 때가 되면 베이징 공안을 통해 한국 대검에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정희상
12월 중순 ‘조 사장’을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칭다오 공안국 건물.

 

이번 한·중 공조 수사는 2015년 11월3일과 25일 두 차례 <시사IN> 취재진이 중국 현지를 방문해

약 일주일 동안 조희팔 추정 인물에 대해 확보한 각종 탐사취재 결과물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먼저 지난 9월20일께 조희팔 추정 인물을 만나 칭다오 시내 한 카페에서 1시간가량 맞선 성격의

면접을 보았다는 중국인 여성 2명을 찾아내 조희팔 사진을 보여주고

"이 사람이 맞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두 여성이 만난 조희팔 추정 인물은 칭다오 외곽 40분 거리 현 농촌마을에서

조선족 조폭들의 보호 아래 큰 농장을 운영하는 조 사장이라는 사람이었다.

두 여성이 맞선을 본 조 사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자필 메모지도 확보했다.

한자로 직접 쓴 조 사장의 이름은 조 환이었다.

당시 이들이 만난 칭다오 시내 한 카페 관계자로부터는

두 여성과 사진 속 조 사장이 9월에 만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추가 증언도 받았다.

이 카페 관계자는 기자가 내민 조희팔 사진을 보고, 9월에 두 여성과 만난 남자가 맞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산다는 현에서 만난 주민 2명도 같은 얘기를 했다.

각각 따로 만난 이들은 기자가 갖고 있던 조희팔 사진을 보고 "우리 마을에서 농장을 하는 한국 사람이다.

공안 복장 차림으로 장날마다 나타나곤 하는데 서기가 보호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기자는 이렇게 수집한 조희팔 추정 인물의 목격자 정보와 자료를 칭다오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전달하고

중국인 제보자 2명을 이 아무개 영사가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한국 검찰이 메모지 속 이름을 조회했더니…
영사 면담 결과, 취재 내용과 제보자들이 쏟아낸 정보가 매우 구체적이라

'조희팔로 의심해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칭다오 총영사관은 이 정보를 본국에 긴급 보고했고,

곧바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베이징의 중국 중앙공안 국제협작국 사이에

'조 사장' 체포를 위한 공조 수사 체제가 가동됐다.

베이징에서는 산둥성 공안에, 산둥성은 다시 칭다오 공안에 지시를 내려서 수사하는 방식이다.

10월10일 상하이 근처 우시시에서 조희팔 조직의 2인자 강태용 체포 작전을 성공시킨 바로 그 공조 라인이었다.

공조 초기에는 중국 공안의 소극적 태도로 수사가 더뎠다.

그러다 추가 취재 정보를 한국 대검과 법무부에 넘긴 11월 말 이후

중국 공안의 수사 속도와 기류가 다소 바뀌는 조짐이 보였다.

12월2일 오전 칭다오시 공안국은 핵심 증인인 두 중국인 여성 제보자를 처음으로 직접 불렀다.

두 여성은 한국 영사 2명의 안내로 공안국 조사실에서 강도 높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2시간30분 동안 꼼꼼한 조사를 마친 공안 수사관들은 두 여성에게

"맞선 본 남성이 조희팔일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중국 여성 △△씨는 "중국에서 서슬 퍼런 공안에게 거짓말을 할 경우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데

왜 없는 말을 하겠는가. 우리가 면접한 인물이 사진 속 조희팔이라고 90% 정도 믿지만

결국 잡아봐야 100%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답변했다.

수사관들은 "'만일 조희팔이 맞는다면 한국 정부가 당신들에게 크게 감사할 것'이라고 한 후

조사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중국 공안은 두 여성이 조 사장을 만난 칭다오시 외곽의 한 카페를 찾아

"사진 속 조희팔이 두 여성과 맞선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라고 증언한

카페 관계자를 수사한 것으로 현지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중 공조 수사라지만 중국에 은신한 '조 사장' 검거 작전은 전적으로 중국 공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수사 진척 상황을 제대로 통보해주지 않자

답답한 한국 검찰은 별도 확인 작업에 나섰다.

두 중국인 제보 여성이 조희팔 추정 인물로부터 받은 메모지 속 이름 '조 환'이란 인물이 따로 있는지

조회한 결과 10년 전 한국에서 출국한 한 명을 찾아냈다.

소소한 전과 2범으로 재산도 변변찮은 평범한 인물이었다.

국내에 남은 그의 마지막 모습은 10년 된 출국 증명사진 2장뿐이었다.

12월7일 검찰은 칭다오 총영사관 측에 실재 인물 조 환의 증명사진 두 장을 보내

여성 제보자들에게 보여주도록 했다.

영사관 관계자는 "사진을 본 두 여성은 맞선을 본 인물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봐도 조희팔 사진과는 영 딴판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칭다오 현지에서 영사관 측 협조로 실재 인물 조 환의 10년 전 증명사진을 직접 확인한 결과

한 장은 파마머리이고 다른 한 장은 앞머리가 눈썹까지 덮은 모습으로

원래 대머리인 조희팔과는 전혀 달랐다.

튀어나온 광대뼈, 옅은 눈썹, 입과 코의 생김새 등 실재 인물 조 환의 전체적인 얼굴 윤곽이

조희팔과 판이해 10년 세월이 흘렀다 해도 조희팔의 모습과 흡사하게 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중국 공안의 수사가 답답하게 진행되어 기자는 12월19일 칭다오에 세 번째로 들어갔다.

두 여성과, 카페에서 세 사람의 맞선 장면을 목격한 카페 관계자 등 3명의 핵심 제보자를

한 식당으로 초청해 조희팔 사진을 재차 확인해달고 요청했다.

세 사람은 "이 사람이 확실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카페 관계자는 맞선을 보던 날 중국인 여성 △△씨의 헤어스타일까지 기억했다.

"그때는 어깨에 닿는 긴 머리였는데 지금은 짧게 잘랐네요."

△△씨는 "그 시간 카페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고 해도

석 달 전 내 머리 길이까지 정확히 기억하다니 놀랍다"라며 그의 기억력에 탄복했다.

 

 

ⓒ시사IN 정희상
‘조 사장’ 핵심 목격자가 조희팔의 사진을 보고 ‘바로 이 사람’이라고 확인하는 장면.

 

그때 일행이 펼쳐둔 조희팔 사진을 넘겨다본 식당 여주인이 자기도 몇 번 본 얼굴이라고 끼어들었다. "우리 집은 칭다오에 사는 조선족에게 소문난 맛집이라 멀리 현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사진 속 인물(조희팔)도 작년까지 몇 번 들른 적이 있다. 건달 4명과 같이 다녔는데, 한번은 예쁘장한 몽골족 여자를 끼고 나타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 식당 여주인은 조희팔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사진 속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한 사람이 추가돼 목격자가 총 6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때 식당 여주인의 남편이 조희팔 사진을 보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이나 만들라"고 버럭 화를 내며 아내를 일행에서 떼어놓았다.

칭다오 공안의 수사를 받은 카페 관계자는 그 직후 보복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3일께 카페를 찾은 공안 2명이 주인에게 CCTV 위치와 개수를 묻고 총 8대의 카페 내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맞선 목격자인 카페 관계자는 "CCTV 속에서 세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확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안이 다녀간 뒤 카페 주인이 나를 불러 내일(12월4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농장을 운영한다고 소개한 현의 한 농촌 마을에서 사진 속 조희팔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던 주민 2명은 '공안의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당신들이 왔다 간(11월27일) 뒤로는 공안복 차림으로 다니던 사람(사진 속 조희팔)이 마을 장날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자료
칭다오의 ‘조 사장’은 맞선 성격으로 만난 두 여성에게 자필로 ‘조0환’이라는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체포된 이와 대질신문에 응할 용의가 있다"

12월19일 저녁 칭다오 총영사관에 연락을 취했더니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조 사장이 칭다오 공안에 잡혔다는 것이다. 곽 아무개 영사는 "12월 중순에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정식 통보는 오지 않았고 구두로 '조 환이라는 이름을 쓰는 한국인 한 사람을 체포해 구금했다'라고만 알려왔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 체포 소식을 들은 두 여성은 놀라워하며 "왜 체포된 사람의 사진을 가져와 우리가 맞선 본 인물이 맞는가 물어보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체포자와 대질신문에 응할 용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두 제보자의 뜻을 총영사관 측에 전하자 "대검 국제협력단에서도 체포된 인물이 두 여성과 맞선 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맞는지 사진 확인과 대질신문 두 가지를 국제 공조 라인을 통해 요청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공안이 들어주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을 체포한 한·중 공조 수사의 한국 측 파트너인 대검 국제협력단 관계자는 "조 환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희팔의 지문을 중국 공안에 보내 대조 확인을 요청했다. 12월 말까지는 결과를 보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칭다오 총영사관에서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영사 면접권을 산둥성 정부에 신청해두었다고 밝혔다. 영사 면회 담당인 곽 아무개 영사는 "영사 면회를 해보면 누구인지 육안으로 대략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만일 본인이 영사 면회를 거부하면 조희팔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구금자를 면회할 때 영사라 해도 모든 소지품의 휴대가 금지돼 있어 체포자 사진은 찍을 수 없다고 한다. 곽 영사는 "영사 면회 허락이 늦어져 날마다 '희망고문'을 당하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정희상
2015년 9월20일께 중국인 여성 두 명이 조희팔과 흡사한 인물과 만났다는 칭다오 시내의 한 카페.


이처럼 중국 공안이 체포 인물에 대한 공식 확인을 늦추다 보니

총영사관 주변에서는 비선 정보 라인을 통해 갖가지 미확인 설이 나돌고 있었다.

 "조희팔이 아닌 조 환이라는 인물을 잡았는데 10년 사이 그가 조희팔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

목격자들이 착각했을 수 있다" "중국이 조희팔을 잡아놓고 한국 정부와 거래하기 위해 숨기는 것일 수 있다" 등등.

조희팔 핵심 목격자 3명의 확신에 찬 주장으로 보면 현재 칭다오 공안에 구금돼 있는 조 사장은

조 환이라는 이름으로 신분 세탁을 한 조희팔이거나 조희팔과 흡사한 모습으로

얼굴이 변한 실재 인물 조 환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조 사장이 체포된 뒤 두 여성 제보자는 맞선을 주선한 조폭으로부터 신변 위협이 시작됐다고 호소했다.

한족 여성 제보자 △△씨는 "요즘 네가 한 일을 알고 있지? 조용히 식당에서 만나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이들의 신변 위협 소식을 듣고 12월22일 조희팔 사기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 관계자 2명이 칭다오를 찾아

두 여성 제보자를 만났다. 이들은 이틀 동안 제보 여성들로부터 조희팔 추정 인물의 특징과 그간 진행된 공안 수사 등에 관한

얘기를 듣고 "두 여성이 조희팔을 만난 게 확실해 보인다. 피난처 제공 등 신변 안전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칭다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최종 확인 결과 만일 조희팔이라면 우리도 보람 있는 일이다.

조희팔이 아닌 다른 인물로 판명될지라도 현지에서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챙겨온 영사들로서는

두 중국인 여성 제보자가 일부러 거짓 제보를 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양쪽 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만간 나올 결과를 기다려보자"라고 말했다.

정희상 전문기자 minju518@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