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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부호-“명문大 간판은 곧 돈”|

주님의 착한 종 2015. 9. 11. 10:38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

 

최근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허베이(河北)성 소재 헝수이(衡水) 고등학교 곳곳에 설치된 철창입니다. 감옥을 연상케 합니다.

이 학교는 지난해 6월 치러진 가오카오(高考ㆍ중국 대학입시)에서 지역 수석과 성적 10등 내 최상위권을 휩쓴 소위 ‘명문’이라고 합니다. 스파르타식 공부로도 악명(?) 높다고 하는데요.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과 올 3월 이곳 학생 두 명은 교내에서 투신해 짧은 생을 끝냈습니다. 올해 가오카오는 한달여 남았습니다. 철창사진을 본 누리꾼들이 “아이들 자살을 막으려고 미봉책을 쓴 것 아닌가. 학생이 공부기계냐”며 강하게 비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륙의 대학입시는 ‘지옥’입니다. 한국보다 심합니다. 작년엔 939만명이 응시했습니다. 호적 문제나 성적 등 여러가지 자격조건을 따지면 입학길이 바늘구멍보다 좁아지는데요. 우리의 ‘인(in)서울’ 격인 베이징 유명 대학 경쟁률은 1000대 1을 넘기도 합니다. 명문대 진학은 특히 경제적 성공과 맞닿아 있어섭니다.


중국의 학원재벌 위민훙(왼쪽) 신둥팡 창립자와 대표 ‘엄친아’로 불리는 천어우(오른쪽) 쥐메이요우핀 창업자.


이런 분위기에서 부자는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은 좋은 대학 간판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역시 돈을 벌게 해주니까요. 아울러 부모가 쌓은 재산을 계속 지키려면 자녀가 글로벌 인재로 크는 건 필수기 때문이죠. 사실상 ‘학벌숭배사회’인 중국의 트렌드를 여러모로 이용해 돈을 벌거나, 자녀를 명문대에 넣으려 안간힘 쓰는 부자들을 알아봤습니다.


중국 허베이의 헝수이(衡水)고등학교에 설치된 철창사진


▶학벌에 한 맺힌(?) 삼수생, 1조 학원재벌 되다=신둥팡(新東方)은 중국 최대 사교육업체입니다. 창업자는 위민훙(俞敏洪)이란 인물입니다. 그는 1962년 장쑤성에서 태어났습니다. 농사를 짓던 집안은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논에서 모를 심고 트랙터를 몰면서도 학교공부는 계속 했다”고 회상합니다. 


위민훙 신둥팡 창업자


그는 베이징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입시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집니다. 1977년 처음 치른 시험에선 영어과목만 33점을 맞습니다. 전문대에 진학할 성적도 안됐다고 합니다. 두번째 시험도 영어때문에 탈락합니다. 보다 못한 위민훙의 어머니는 백방으로 수소문 해 고향에서 제일 실력 좋다는 고등학교 보충수업 교실에 그를 집어넣습니다. 사교육 효과(?)가 있었는지, 1980년 그는 삼수 끝에 베이징대 서양어학 전공에 합격합니다. 


베이징 신둥팡 건물


일류대를 간신히 들어간 위민훙의 학벌 갈증은 계속됩니다. 이번엔 미국 유학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유학비를 벌기 위해 그는 모교 강사로 일하며 가정교습도 했는데요. 하지만 베이징대는 ‘오랜 과외활동으로 교육자 품위를 망쳤다’며 그를 교단에서 쫓아냅니다.

유학길은 그렇게 막혔습니다. 스스로 포기한 면도 있습니다. 그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관두면서 “대학 강사와 과외를 같이 해도 5년 이상 벌어야 미국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요. 돌이켜보면 위민훙은 빨리 성공하기 위해 좋은 학벌을 갈망했던 모양입니다.

29세(1991년)에 실업자가 된 위민훙은 학벌을 얻지 못한 열등감을 영어 사교육으로 달래기 시작합니다. 이는 신둥팡 창업으로 이어집니다. 나중에 위민훙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지 못한 게 신둥팡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고백합니다.

자본주의가 급격히 유입되던 1990년대 중국에서 명문대 입학은 유일한 출세수단이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니 자연스레 사교육이 팽창합니다. 신둥팡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급성장합니다. 



신둥팡의 입시관련 설명회에 모인 학생, 학부모들


1993년 베이징에서 학생 13명으로 시작한 신둥팡 학원은 지난해 5월 현재 중국 내 50개도시에 56개 종합학원을 세웠습니다. 캐나다 등 북미에도 신둥팡 학원이 세워졌습니다. 지금껏 이곳을 거쳐간 학생은 2000만명에 달합니다.

드디어 위민훙은 꿈에 그리던 미국 땅을 밟게 되는데요. 유학이 아닌 기업공개(IPO)를 통해섭니다. 2006년 뉴욕증권거래소 IPO당시 신둥팡 시가총액은 20억달러를 찍었습니다. 현재 시총은 41억달러(약 4조4400억원)입니다. 한국 메가스터디(4286억원)의 10배 이상입니다. 포브스 억만장자클럽에 가입한 위민훙 개인자산도 11억달러(1조1800억원)에 달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곳까지의 학력을 이루지 못한 ‘실패자’가 학생들 명문대 진학을 돕는 사교육에 적극 뛰어들어 큰 돈을 벌게 된 것이죠.



2006년 신둥팡 기업공개 당시 모습.


▶중국 대표 엄친아, 스탠포드 MBA출신인 이유는=최근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이 있습니다. 천어우(陳歐)가 만든 쥐메이요우핀(聚美尤品)입니다.

1983년 쓰촨(四川)성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엄친아’로 불립니다. 외모나 학력, 재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중요한 건 그가 화려한 학벌의 힘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천어우의 대학시절 모습.


천어우는 초등학교 때 월반을 거듭해 16세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명문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난양과기대에 진학할 정도로 수재였습니다. 이 시절 온라인 게임을 즐겼던 그는 2006년 GG-Game이라는 온라인게임서비스업체를 창업할 정도로 사업수완도 있었습니다. 다만 창업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그는 경험부족으로 큰 이익을 보진 못했습니다.

이후 그가 도전한 게 미국유학인데요. 2007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갑니다. 천어우가 당시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지난해 5월 중국기업가망(中國企業家網)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천어우 창업 초기. [출처=바이두 백과]


“당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돈 빌릴 곳이 없단 점이었다. 그런데 창업자가 스탠포드ㆍ하버드 MBA 출신이면 투자 받기가 비교적 쉽다는 걸 알게됐다. 정말 좋은 사업아이템을 만들어놨는 데 자금 조달을 못 받는 이유가 스탠포드나 하버드 MBA를 따지 못한 것이었다”

그가 굳이 세계 최고의 명문대 경영대학원 졸업장을 고집했던 건 순전히 제 2의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회가 보는 ‘학력자본’의 평판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실제 천어우는 스탠포드 졸업 후 귀국해 엔젤투자자를 만납니다. 위샤오핑(徐小平)이란 인물인데요. 공교롭게도 그는 신둥팡 공동창업자 출신입니다. 사교육업계 거물이 화려한 학력의 수재를 알아본 것일까요. 오랫동안 천어우의 가능성을 높이 사 온 위샤오핑은 그를 다시 만나 사업 설명을 들은 지 20분 만에 18만 달러 투자를 결정합니다. 그는 “창업을 경험해 본 젊은이가 스탠포드까지 졸업했다.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세운 회사 광고에 직접 출연한 천어우. 천어우 옆엔 중국어로 ‘나는 천어우다. 나는 나를 광고한다’고 씌여있다. 이 광고는 중국 청년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우여곡절을 끝에 천어우는 온라인 쇼핑몰 업계 ‘젊은 별’로 우뚝 섭니다. 2010년 3월 쥐메이요우핀을 창업한 그는 2012년 29세 나이에 포브스가 매긴 유망창업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2012년엔 뮤직비디오 형식의 광고제작에도 직접 참여해 중국 20∼30대 젊은층의 큰 호응을 끌어냅니다.

지난해 뉴욕증시 IPO에 성공한 천어우의 회사는 총 거래액 11억달러, 영업이익 6억3000만달러를 기록합니다. 11분기 연속 흑자였죠. 단골회원만 1330만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도 커졌습니다. 천어우 개인자산은 작년기준 12억달러(1조3436억원)정도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 당시 천어우(왼쪽) 및 회사 직원들(오른쪽).


▶자식 명문대 진학 목 매는 부자학부모=이렇듯 명문대 선호현상에 기대 돈을 버는 부호가 속속 생기다 보니 부자 학부모들은 자식의 진학을 돕는다는 이유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최근엔 자녀의 ‘하버드대 입학 보장’을 미끼로 돈을 챙긴 한 미국 대학 컨설턴트가 미 연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자녀의 하버드대 입학을 미끼로 접근한 컨설턴트에게 거액을 사기당한 홍콩의 제럴드 초우(왼쪽) 부부.


지난 4월 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버드 교육 대학원 외래 보조 강사 경력을 지닌 마크 짐니는 홍콩에 대형 보석상 등을 거느린 ‘초우생생(Chow Sang Sang) 홀딩스’ 전무이사 제럴드 초우에게 총 265만달러를 받았습니다. 1년에 67만달러를 버는 하버드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두 아이도 입학시켜주겠다는 조건이었죠.

하지만 이들은 입학에 실패했고, 초우는 돈을 돌려달라며 짐니를 고소했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어 매체 보쉰(博訊)은 작년 중국 부동산재벌 판스이(潘石屹) 소호차이나 회장이 하버드대에 1500만달러(약 161억원)를 기부한 것과 관련, “판 회장이 거액을 낸 것은 아들의 입학권을 따내려는 목적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에 거액을 기부했다 구설수에 오른 판스이 소호차이나 회장.


결국 중국 부호들이 명문대 간판에 집착하는 현상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부(富)를 쌓을수록 학벌을 배경으로 하는 인적 네트워크는 더 유용해지기 때문이죠. 그들만의 세계에서 어울리는 부자가 늘수록 소위 명문대 졸업장의 몸값도, 사교육 비용도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서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슬픈 현실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