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한중 FTA와 중국 투자의 환상

주님의 착한 종 2015. 9. 5. 08:53

 

이평복 고문(청도 IBS 컨설팅 대표)

 

 

 

“중국의 역사도시 서안(西安)에서 도굴꾼에 대한 단속령이 내려졌다. 귀한 골동품이 농가의 개밥그릇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 한 도굴꾼은 비싼 값에 개를 구입하면서 슬쩍 밥그릇도 챙겨가려 했다. 그러자 농부는 ‘내가 이 개밥그릇 하나로 개를 얼마나 많이 팔았는데 가져가려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2001년 중국이 WTO 가입 당시, 중국에서 유행했던 농담이라고 한다. 허름한 농가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개 밥그릇’으로 쓰이는 춘추전국시대의 골동품을 본 사람은, 누구나 눈이 번쩍 뜨여 탐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개 밥그릇’만 사겠다고 하면, 주인장이 눈치 챌 까봐, 잔꾀를 부렸는데, 알고 보니 주인장은 한 수 위였다.

 

카페의 운영자로서 요즘 카페가입자의 자기 소개문을 읽거나 ‘중정공’같은 중국 관련 카페를 웹 서핑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이 한중 FTA가 불러일으킨 환상에 휩쓸려(중국에 대해 털끝만 한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 중에는 중국에서 탑차를 끌고 장사하고 싶다는 대학생도 있고, 한류를 타고, 네일숍, 웨딩 세레모니 업체를 열겠다는 사람, 20만~30만 원 들고 와 분식집, 커피숍을 차리겠다, 심지어 한국요리학원을 차리겠다는 사람까지 정말로 다양한 분야로 밀려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몰려와도 "환잉꽝린(迎光临)"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상관없이 한 투자자당 최소한 수십만 위안의 자본금이 중국 땅에서 인테리어업자든, 복무원이든, 임대주든, 식재료상이든 간에 뿌려져서, 자기 나라의 내수경기 부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 고성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직면한 중국은, 서비스업의 빗장을 열고, 곳곳에 자유 무역지대까지 만들어, 유통, 서비스업의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 오래 산 사람들은 다 안다. 이미 중국의 서비스업도, 과포화에다가 과잉투자 상태라는 것을…길거리를 걷노라면, 중국인 상점도, 몇 개월이 채 못 되어 간판을 바꾸어 다는 집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중국시장의 거대한 소비 수요에 환상을 품고, 자신의 아이템에 자기도취에 빠져서 마지막 남은 ‘전 재산’까지 털어서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몇 달 전, 청도의 중심가에 문을 연 떡볶이 가게는 며칠 전 근방을 지나다 보니 문이 잠겨 있고, "가게 양도"이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가게의 정문에는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슬로건을 한중 2개 국어로, 간판을 만들어 붙여 놓았건만, 의심 많은 중국인 소비자들은 "상인의 약속" 선언 같은 것은 ‘절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마도 몰랐던 모양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본인의 중국 노무관리과정에 참석한 한 기업체 경영자는 이미 중국산 제품이 팔리는 ‘新 에너지 재료’ 사용 제품을 중국으로 가지고 가서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여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길래 휴식시간 10여 분 동안 만류했다. 그 분은 어차피 한국에 있어도 전망이 불투명하니, 되든 안 되든 중국에서 마지막 도전을 해보겠다. “중국 시장이 엄청나게 크니, 자기 제품도 단 몇 % 정도라도 시장점유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논리를 계속해서 펼치셨다.

 

중국은 치열한 가격경쟁사회다. 아무리 시장 수요가 방대하다 해도 특별한 기술과 브랜드가 없는 한, 한국기업이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연히 비싼 가격을 치르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냉엄한 현실을 애써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니 필자도 더 이상의 설득은 포기하고 말았다.

 

한국이 특기를 자랑하는 분야도 국경 밖을 나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 외국인이 몰려오는 업종이라 해도 그 나라에 가서 투자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도 이미 ‘경제발전’이 둔화되고 '정상'상태로 돌아오고 있어 수요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 그 동안 초고속성장을 배경으로 임대료에, 인건비에, 세금부담도 덩달아 올라갔지만, 광고비도 한국 못지 않게 치솟았다. 장쑤성(江省) 위성TV의 유명한 짝짓기 프로그램인 ‘非’의 1분당 광고비는 2년 전부터 이미 10만 위안에 달했다고 한다(2013년 초, 한 프로그램의 20분 광고비, 총 200만 위안).

 

중국 모 도시에서는 한국 투자가가 천만 위안에 육박하는 거액을 투자해 임차 건물을 개조해 성형외과를 근사하게 만들었지만 손님이 없는 데다 매월 나가는 수십만 위안의 고정경비를 견디지 못해 1년도 못되어 손들기 일보 직전이라고 한다(성형분야도 반(反)부패활동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무지막지하게 광고비를 투자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기 어렵다고 한다.).

 

'개 밥그릇’이 탐이나 필요도 없는 ‘개’ 구입에 비싼 값을 치렀지만, 정작 필요한 ‘밥그릇’은 손에도 못 넣고, 주인장에게 핀잔만 당하고 쫓겨난 골동품상. 그 유머를 접한 필자의 머리 속에는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불쑥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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