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중국인이 인정하는 '미인'에 대한 분석 보고서

주님의 착한 종 2011. 10. 6. 10:47

 

▲ 온바오 포토사이트에 소개된 중국의 대표적 모델들

내가 어릴 때부터 느껴 왔고 또 지금도 느끼고 있는 잘 생긴 남자에 대한 기준과 요즘 젊은이들이

느끼고 있는 그것은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이른바 ‘남자답다’라는 개념이 보편적 기준으로 작용해서 기본적으로 오관이 뚜렷해야

했으며 그런 가운데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했다.

말하자면 신성일이나 안성기 스타일이어야 미남형으로 간주되었고, 또 영상 매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요즘 입에 오르내리는 이른바 ‘꽃미남’형의 인물들은 전에는 ‘곱상하게 생겼다’라고 표현

되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미남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려웠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어 표현도 우리랑 같아서 ‘화메이난(花美男)’으로 불리며 요즘은 이러한 인물

유형이 주변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뜻인 ‘꽃미남’과 ‘화메이난’이란 단어 생성 시에 어느 쪽이 어느 쪽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방송가의 연예 프로에 정상급 미인으로 등장하는 젊은 여성

연예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가져 왔던 유형의 미인들이 아니다.

예전의 시각으로 보면, 적어도 체중에 관한 한 미인은커녕 정상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약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과 방송매체의 역기능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 여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체중과 몸매에

집착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편 시대를 거꾸로 뒤집어 이야기하면, 각종 민화에 나타나는 우리의 전통적인 미인상은 지금의

잣대로 보면 그다지 미인이라 할 수도 없다.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공들은 아마 지금의 미인상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은 서양도 마찬가지이다.

한때 명화냐 음화냐를 두고 사회적 시비를 불러 왔던, ‘마야 부인’을 그린 ‘고야’에게 있어서 요즘의

미인상은 아마도 초현실세계 이야기였을 것이다.

시절이 변하면서 이제 그때와는 다른 인물형이 때를 만나 이전에는 얻기 어려웠던 찬사와 선망을

받고 있다.

미에 대한 기준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동일 지역 내라 할지라도 이처럼 시대에 따라서 계속 변해 가니 이를 두고 이상스럽다거나 불만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까지야 없으리라.

매우 자연스런 흐름의 하나일 터이니 나와 직접 관계되는 일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지켜볼 따름이다.

그러면 이 부분에 관한 중국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우선 중국 고전을 통해 개인적 주관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유형을 찾아 보자.

“분두(粉頭, 하얀 목덜미라는 뜻으로 여체의 미칭)의 피부는 떡처럼 매끄럽고 손을 찌를만한 것은

아무 것도 솟아있지 않았다. 허리를 껴안으니 이것이 연옥온향(軟玉溫香 부드럽고 따뜻한 여체라는 뜻)이라고나 할까.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설 ‘금병매(金甁梅)'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체에 대한 묘사이다.

방중술을 다룬 경전으로 넘어가 보자.

‘옥방비결(玉房秘訣)'에는 이상적인 여인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비교적 장황하게 그리고 있다.

즉 “신체는 중키에 알맞게 살이 찌고, 성격은 그윽하고 고상하며, 조심성 있고 정열적일 것, 용모는

검은 머리에 가는 눈, 살찐 귀와 입, 코는 약간 높은 듯하고 비강은 약간 위로 오른 듯, 부드럽고도

하얗고 엷은 피부, 윤기 있는 피부색, 우아한 몸놀림, 사지의 관절뼈는 풍만한 지방으로 덮이고,

골격이 굵으며 포동포동한 몸매, 살집은 솜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을 것,

목소리와 말투는 낮은 소리, 탄력이 있으면서도 보들보들하고 기름처럼 매끄러워야 한다.

또 털이 없고, 만약 있다 하더라도 명주실처럼 매끄러우며 더구나 액즙이 많을 것" 등을 들고 있다.

뜻글자인 한자의 특성을 한껏 살려 매우 함의있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달리 생각하면

여인을 너무 해부학적 관점에서 갈기갈기 찢어발겼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요즘이라면 페미니즘에 입각한 사람들로부터 몰매 맞기 딱 좋은 얘기만 골라가며

욕심껏 잘도 묘사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산둥에서는 각 지역별 미녀를 평가하는 기준지표 '산둥 미녀기준(齐鲁美女标准)'이

발표되어 흥미를 끈다.

발표된 '산둥 미녀 기준'은 미모의 대학생과 직장인 수천 명을 견본으로 하여 머리, 얼굴, 몸매 등

신체 37개 부위에 대해 연구 조사하고 분석을 거친 기준지표로, 각자의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시키면

미녀 기준과의 격차를 알 수 있다.

예전 미인의 기준은 '버들잎 눈썹, 살구씨 눈, 옥 같은 코, 앵두 같은 입술'이었지만 이번 기준지표가

말하는 미인은 '코 높이 41 ~ 53mm, 입술 높이 16 ~ 24mm' 등 모든 것이 정확한 수치로 평가되고

있어 미인의 평가기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표된 미녀 기준표는 성형의학 임상부문에서 연구용으로 사용될 전망이란다.

중국에서는 매년 ‘중국 국제 미인주(China International Beauty Week)’가 열린다.

비즈니스에 ‘무슨무슨 주(周)'를 잘도 동원하는 중국사회지만 이것 역시 착안만으로도 대단한

비즈니스 감각이라 하겠다.

어떻든 이때마다 시나(sina), 소후(sohu) 등 웹사이트들이 마련한 ‘중국미인 토론장'이 후끈하다.

한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특정 여성 연예인들을 거명하며 어느 부위가 어떻고 이미지가 어떻고

하는 등 품평을 늘어놓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미인의 조건을 두고 상하이푸퉁대학(上海普通大學)의 심리학과 쟈밍교수는 “중국인과 외국인의

미인에 대한 기준은 서로 다르다. 중국인들은 서구적인 미인형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동양적 매력의 영화배우 장쯔이를 들 수 있다.

오래 전 그는 ‘피플’지 선정 세계 미인 50명 중에 포함되었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그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세계인들은 동양적 미에 경탄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서구적인 미를 선호한다는 반증이다.

서로간 자기에게 갖추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연모이리라.

그런 한편 한때 인터넷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푸룽(Furong)양은 새로운 형태의 미인상을

보여주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용모의 그는 자신의 사진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문장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해

강한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현대적 개념의 미인을 선보였다.

또한 한때 중국 전역을 달구었던 ‘수퍼 걸(超級女聲)' 프로에 등장하는 프로가수 뺨치는 젊은

여성들을 보고 있노라면 강한 생동감이 화면 밖에까지 뻗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현대적 미인상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해 가며 앞날을 개척하는 개성미에서 찾아야

될 듯하다.

우리가 ‘성형’이라 부르는 의료파트를 중국에선 ‘정형(整容)’이라 부르며 전문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들도 미비한 법률 틈새를 비집고 부분적으로 많이들 나서고 있다.

우리가 정형외과라 부르는 파트는 여기선 ‘뼈과(骨科)’라 부르고 있다.

호칭의 차이는 그렇다치고 한국의 성형의술이 중국에서 각광을 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의미있어 보인다.

한때 너무 지나친 쏠림현상을 보였기에 일부 무자격자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고, 이에 따라 지나친

붐을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있었다.

중국 아가씨들이 한국의 성형의술에 기대어 바꾸고자 하는 자신의 용모는 필경 서구형 미인이다.

그걸 한국 의료진이 맵시있게 잘 해 낸다는 이야기이겠다.

사실과는 물론 다르지만 한국 여성들이면 다들 성형을 하는 줄로 착각하고 있는 중국인들도 그 동안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의 의학과 의료수준은 세계적이다.

오랜 기간 우수한 인적자원들이 대거 의대로 몰려드는 등 사회적 투자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더니

마침내 이루어 낸 우리의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자산이다.

이로 인해 우수한 의료인력이 포화를 넘어 과잉으로 치닫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 그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해졌지만, 한국 내에서의 의료 수혜환경은 의료파트를 불문하고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모자라면 수입, 넘치면 수출이니 중국을 향한 특정 의료분야 진출에 기대되는 바가 자못 크다.

이미지 구축이 이만한데 더 이상 별도로 홍보비용을 계산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이제 남은 건 단추를 꿰는 일일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