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한인사회에는 '빨대'가 있다

주님의 착한 종 2011. 10. 6. 10:32

 

 

'빨대’
중국 한인사회에 제법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가다 보니 머릿 속에 그려지는 어떤 이들의 유형이 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분들,

예를 들어서 “어렵다, 어렵다!” 노래 부르면서 외식도 자주 하고 자녀는 학비가 아주 비싼 학교를

보내며 양주 한 병에 1천위안(17만원)이 넘는 KTV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세계적인 석학이나 외국 유명 기업인들- 피터 드러커나 워렌 버핏 같은- 혹은 중국 고대

사상가들을 입에 담기 좋아하고 관념과 이론, 추상에 밝다.

그러나 현실의 어려움을 추상에 기대는 것일지 몰라도 이런 분들 일수록 정작 본인들이 하는 사업은

대개 어렵다.

다른 도시로 출장인지 관광인지를 자주 다니지만 왠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야근을 하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다. 퇴근 후 술자리는 잦다.

사무실은 있지만 몇 안되는 직원도 딱히 바빠 보이도 않는다.

일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주로 QQ나 싸이월드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은 늘 ‘사업’을 하고 있단다.

그 사업이란 항상 본 궤도에 진입하기 전이고 그 분들이 호언장담을 하는 것과 달리 결과는 항상

신통치 않다. 아니, 사실 손 대는 것 마다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쯤 계획대로 되어 있을까?’하고 물어보면 슬그머니 업종이 바뀌어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동네 선술집에서, 때로는 시내 고급 식당 등지에서 그 분들은 자주 손님을 만난다.
주로 한국에서 새로 오신 분들과 접촉한다고 한다. 그럴 때면 옷도 아주 깔끔하게 입고 평소와는

달리 꽤 교양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 분들이 하는 사업은 좀 기괴하거나 유별나다.

‘토끼머리에 뿔나면..’ 식의 조건이 붙는 이른바 대박사업인데 물론 대박 터진 적은 한번도 없다.

그 분들이 사업을 접고 간 뒷자리에는 항상 투자를 하고 피해를 봤다는 분들의 눈물과 한숨과

분노가 있다.

그 분들의 생활은 곤궁하다가도 갑자기 윤기가 흐르고, 몇 달 안 보이다가 갑자기 나타기도 하면서

꾸준히 한인사회에서 잡초 같은 생명력을 이어간다.

평가의 호불호가 늘 양극단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사기꾼이라 손가락질 하지만 한쪽에서는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 세운다.

‘신(神)의 세치 혀’ 를 지닌 그 분들과 몇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월세 보증금을

빼서라도 그 분들에 투자하게 된다는 신통방통 괴력을 지녔다는 소문은 한인사회에 유령같이 떠돈다. 그 분들 중에는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재벌들의 비자금 담당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美 FBI에서 일했다는 분들도 있는데 직접 누가 확인하거나 검증된 적은 없다.

그 분들, 한마디로 그냥 ‘이상한 분’들인데 딱히 그런 유형의 분들을 뭐라고 정의하기도 힘들다.

결국 고심 끝에 선량한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나는 그 분들을 ‘빨대’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빨대란 누구인가
그렇다. 중국 한인사회에는 사기꾼도 아니고 선량한 사업가도 아닌 알쏭달쏭하고 오묘한 ‘빨대’라는

분들이 여럿 존재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사기꾼과 사업가의 중간 계층에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면서 자리 잡은

기묘한 존재다.

빨대란 현지에서 허황된! 사업을 도모하다가 여러 번 말아 먹고 입 소문이 나서 현지 교민들의

신망을 잃고 더 이상 투자를 유치할 수 없으니 막연히 중국으로 갓 들어오는 신규 이주민만을

바라보며 사는 분들을 일컫는다.

사업이라는 것은 늘 리스크를 동반하기 마련이고 또한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죄가 아닌데

왜 빨대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명명하냐고 투덜대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뜨끔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러나 빨대들의 사업은 ‘석탄광산에 언젠가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면’ 식으로 이뤄지기 힘든 미래의

희박하고 가혹한 조건이 붙으면서 본인 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도박 같은 사업이다.

인허가 자체가 아예 나오기 힘든 업종인데도 ‘일단 인허가 나오면..’식의 황당한 투자 유치도 있다.

성공을 반드시 확신하는 사업도 될까말까 한 판국에 “일단 한방 터지면..” 같은 잭팟 논리를 내세우며

자기 돈으로 베팅하는 게 아니라 남의 돈 잔뜩 긁어다가 도박장에 쏟아 붓는 식이다.

물론 투자자들에게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애절한 절규도 따라 붙는다.

이런 사업은 위험과 수익을 포트폴리오하는게 아니라 거의 ‘모 아니면 도’식의 몰빵사업이다.

사업아이템을 찾아 전세금 깨고 중국으로 건너 와 한인사회를 두리번거리는 실정 모르는 초짜

교민들이 그들의 레이더에 포착되면 단숨에 목에 빨대가 꽂히고 고혈이 빨린다.

일단 빨리기 시작하면 단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다.

빨대들의 특징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계속 빨아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더…’, ‘그래…조금만, 아! 더..좋아, 좋아! ’ 하는 식으로 추가로 돈을 요구하며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빨아댄다.

모기처럼 때가 되면 한번씩 빨아대기도 하고 드라큘라처럼 단번에 많은 양을 대놓고 쭉쭉 빨기도 한다.

엄청난 이권을 내주는 것처럼 말만 번지르르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가치가 없는 영업권을 초짜

교민들에게 선뜻 내주면서 거액의 권리금을 받아 챙기는 빨대들도 적지 않다. 

"내 제품 일단 좋다. 물론, 네가 비용 들여서 네가 판다"

"수익은 나줘! 너도 조금은 먹고" 식의 전혀 손 안대고 코푸는 봉이 김선달식 조건도 있다.

이미 사업성 자체가 희박해서 아무도 손대지 않는 아이템을 모조 금가루 뿌리고 잘 포장해서 말이다.

빨대 vs 선량한 사업가
물론 해당 아이템이나 영업권이 경쟁력이 있고 훌륭하다면 투자자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빨대들은 생산적 가치 창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받아 챙기는 권리금이나 투자금

자체가 목적이다.

성공이 희박한 사업임을 눈치채고 발을 빼려고 할 때는 이미 빨릴대로 빨린 뒤다.

투자금 반환을 요청한들 빨대들은 잽싸게 투자금을 다른 사람 명의로 변경해놓고 돌려줄 수 없다고

둘러댄다. 성실한 투자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변두리 낡은 오피스텔을 전전하며 몰래 10위안

짜리 도시락으로 배를 채울 때 빨대는 깨끗한 집기와 이쁜 여비서까지 고용해 깔끔한 빌딩에서

노닥거리면서 저녁에는 시내 고급음식점에서 와인잔 옆에 두고 칼질을 한다.

걸핏하면 총영사니 대기업 총경리니 만나본 적도 없거나 그저 먼 발치에서 지켜본 그나마 인지도

있는 사람들을 의형제인양 팔아먹는다.

빨린 이의 얼굴은 울상이 되고 잠 못 자고 여위어 가는데 빨대는 두둑한 뱃살을 자랑하며 표정은

더 근엄해진다.

빨대들은 평판 관리를 위해 이런 저런 한인 단체에도 가입해서 봉사 비스무레한 일도 하고 가끔

기부금 내는 척도 한다.

그러나 명심하라! 빨대는 사기꾼이 아니다!

빨대를 사기꾼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오늘도 음지에서 성실히 작업하는 사기꾼들을 모독하는 행위다.

사기란 고의성을 전제로 하는 불법 행위인데 빨대들이 추구하는 사업은 전혀 가능성 없는 사업은

아니다.

빨대들의 주장대로 석탄광산을 파다 보면 언젠가 다이아몬드가 발견될지 모른다.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그들의  생각이 공상인지 고의 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덕적 비난을

받을지언정 빨대들을 형사 소추할 수도 없다.

미꾸라지처럼 살살 피해가기 때문에 고소해봤자 무혐의 처분이 나오거나 각하 된다.

빨대는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활용한다.

사기꾼들은 사기를 친 후 제 발에 저려 다른 도시로 튀지만 빨대는 끄떡없이 교민사회의 유지로

둔갑해가며 버젓히 활동한다.

이 점이 빨대와 사기꾼의 차이고 우리 선량한 교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빨대는 ‘생계형 준사기꾼’에 가깝다.

본인도 한때 빨렸으면서 갓 들어온 초짜 교민들이 빨리면 무척 고소해 하며

‘나도 학습비용 지불했으니 너도 좀 당해봐야지’라는 왜곡된 보상심리와 무관심 속에 빨대들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군대에서 맞아 본 놈이 때리기도 잘 하는 것 처럼 빨려본 이들이 빨기도 잘해 빨대로 거듭나기도 한다.

빨대에 대응하는 3박자 법칙
예전부터 주사가 있고, 최근의 술자리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이 후에도 그럴 것 같다고 강하게

추정되는 동료가 있다면 고객을 접대하는 술자리에 결코 동행하지 않는 게 좋다.

예전에도 사기 전력이 있고, 지금도 사기 치고 다니는데, 앞으로도 사기칠 것으로 강하게 의심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멀리 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사업이 망해서 중국에 왔는데, 지금 벌려 놓은 사업도 신통찮은데다가,

앞으로 구상할 사업 계획조차 황당한 수준이라면 적어도 그 사람과 사업상의 교류는 접는 게 낫다.

이런 판단기준을 편의상 빨대에 대응하는 ‘가치판단 3박자 법칙’이라고 명명해 보자.

빨대의 과거를 살피면 현재가 보이고, 현재를 보면 미래가 자연스레 투영된다.

필자가 몇 년전 중국 진출 초창기에 만났던 분들 중에서 위의 부정적인 3박자가 일치 되는 분은

대부분 빨대로 변모해 있거나 고급 노숙자로 전락해 있는 분들이 많다.

일부는 자신의 능력보다는 중국을 탓하며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갔거나 귀국 준비 중이다.

그러나 예전에도 잘 되었고, 지금도 노력하면서, 앞으로도 잘 될 것 같은 긍정적 3박자가 일치 되는

분들은 어김없이 전부 그 어렵다는 중국살이를 이겨내고 자리 잡았다.

성실한 이들은 묵묵히 일하면서 점포를 몇 개 마련하거나 작더라도 탄탄하고 건실한 사업의 의젓한

사장이 되어 있지만 일단 자신의 과거를 두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시켜 뻥치는 뻥장이 부류와

올림픽을 맞이하여 있지도 않은 ‘신기술 사업을 도입하네’, ‘획기적 사업이네, 어쩌네’하며 가라오케만 순례하던 망상형 부류들은 어디론가 싹 사라지고 안 좋은 풍설만 들려온다.

그 중에는 늘 ‘조선족이 어떻네’, ‘중국이 어떻네’ 투덜거리다가 세월 다 보낸 일명 ‘투덜파’ 들이

여럿된다.

3박자가 아니라더라 2박자 이상 맞는다면 성공할 확률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누구나 투자가치 판단의 착시현상을 경험하기 십상이라

접근하는 빨대들을 판단할 때는 요긴한 법칙이다.

<과거이력(P) + 객관적 현재상황(P2) + 주관적 미래전망(F)> = 투자가치V

열심히 논 빨대, 중국을 떠나라
휘청대는 상대방의 미래가 뻔한데 자신의 정서적 위안을 위해 굳이 중국에 남아 있으라고 붙잡는

이도 교민사회에 적지 않다. 이들도 역시 조심해야 할 부류다.

‘희망을 준다’는 미명하에 별다른 근거도 없이 그저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물귀신처럼 중국

잔류를 잡아 끄는 경우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노래 부르며 같이 죽자는 심보인가. 성과는 도전하는 자의

 몫이지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밝은 날’도 없다.

5백위안(8만3천원), 1천위안 최저 생계비를 남에게 빌려가면서 식물인간 상태로 소주병 까면서

중국 생활 연명하는 이들도 많다.

망하려면 차라리 빨리 망해야 더 나은 새 출발을 기약할 수 있다.

쓰레기도 확실히 썩어 거름이 되어야 장미꽃을 피울 수 있다. 이때도 PP2F를 스스로 점검해 보자.

미국에서 망하면 접시닦이라도 하고 한국에서 망하면 과일상자라도 나르지만

중국에서 망하면 그런 것도 없다.

노가다를 뛰어도 일당 1백위안도 벌기 힘든 나라가 중국이다.

3박자가 부정적으로 일치 하는 이들에게는 하필 중국이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대자본이나 대기업이 커버 가능한 13억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기껏 반경 수 킬로미터 이내의

한인사회를 떠도는 장돌뱅이 현실로 꿈과 생시처럼 오락가락 해서는 안된다.

자본이나 별다른 기술도 없는 사람으로 과거에도 망한 전력이 있고, 지금의 사업도 거의 벼랑 끝에

몰리고 있고, 구상한 사업 역시 가망 없어 보이는, 즉 3박자가 어긋난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단호히 NO!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빨대들과 뻥장이들이 공존하는 이 사회에 P+P2+F 의 잣대를 들이대면 대개 답이 나온다.

이제 중국에서 선량하게 일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답을 줘야한다.

G2로 성장하면서 모든 것이 제도화 되어가는 중국에 당신이 꿈꾸는 헛된 차이나 드림은 없다고.

13억이라는 허상과 빨대질을 버리고 이제는 빨리 중국을 뜨는 게 좋다고 과감히 조언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