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우한 국경절 기념식에서 느낀 중국 발전의 '체감온도'

주님의 착한 종 2011. 10. 1. 11:26

오늘 우한시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6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국내외의 귀빈과 기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시장의 축사와 우한시에서 해마다 모범 기업인들에게 

수여한 황학루(黄鹤楼)상을 올해도 수여했다.

행사가 끝나고 노래와 춤을 선 보이기도 하고, 각 나라에서 온 많은 외국인들과 우한의 고위 공무원

및 기업 대표들과의 교제의 시간도 있었다.

노래는 중국의 민속적인 노래도 있었지만 카우보이 차림의 미국풍 노래도 있었고 섹스폰 연주와

현대 무용도 있었다.

음식은 여러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부페식으로 한 듯 했지만 음식 중에는 우리 김치볶음도 있었고

프랑스식, 대만식, 미국식도 있었다.

각국의 전통적인 음식을 골고루 준비한 것에서 나름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의 변화를 실감한 자리였다.

확실히 중국은 현재 빠른 변화의 과정에 있음이 틀림 없어 보였다.

행사 시작과 함께 울려퍼지는 중국 국가 소리는 여느 때보다 더 웅장하고 활기찬 듯 했고,

기립해서 국가를 경청하는 중국인들의 표정에는 자긍심마저 엿보였다.

가슴이 철렁거리고 한편으로는 묘한 두려움(?)마저 들었다.

중국이 결국 여기까지 오고 있다는 알 수 없는 “떨림”이 가슴 한 구석에서 요동치는 듯 했다.

15년전에 처음 우한 땅을 밟던 기억이 떠 올랐다.

당시 비행장에서 내린 우한은 참으로 어설프고 촌스러운 도시였다.

군용 비행장을 겸한 낡고 비좁은 비행장은 승객 운반용 버스조차 없었다.

시내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가 즐비했고 아파트 창문에는 각종 색갈의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시내에서 타 본 인력거는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가는 형태였다.

그런 우한이 오늘 이토록 변한 것이다.

필자는 늘 중국에 와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이 변화의 대륙에서 현재를 살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륙이 변화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운이 좋아서 100년에 한 번 볼수 있다는 개기 월식도 재작년에 우한에서 볼 수 있었다.

대낮의 도시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뀌고 그래서 가로등이 낮 12시에 켜지는 일대 장관을 보았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을 이곳에서 본 것이다.

밝은 대낮의 풍경이 서서히 어두움에 잠겼다가 다시 대낮으로 바꼈던 당시의 광경을 생각하며

불현듯 중국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이 창조한 우주의 질서도 이런 파격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데 하물며 인간의 세상에는

우리가 예상 못하는 변화와 창조는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까?

한국에서 느껴보는 중국과 이렇게 변화의 현장에서 과거와 현재의 중국을 바라보며 느끼는 정도는

차이가 많다.

온도에도 체감 온도가 있듯이 우리의 느낌과 놀라움의 정도에도 실제적인 체감의 정도가 있다.

오늘 행사장에서는 놀랍게도 중국 사회가 분명히 보여주어야 하는 사회주의적인 냄새는 별로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 서구적이고 더 자유스럽고 그래서 중국인들의 모습에서는 더 국제적인 모습이

풍기기도 했다.

열심히 모든 테이블을 돌면서 예쁜 와인 잔을 부디치며 건배를 제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고백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알콜 도수가 센 '바이주(白酒)'는 없었고 대신에 붉은 포도주가 향기를 내고

있었으며 중국어는 곧바로 영어로 통역됐다.

테이블마다 중국 고위 간부들을 배석하여 실제적인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경축 행사가 해마다 아주 거창하게 열린다.

보통 일반인들도 추석보다는 국경절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휴무도 보통 1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된다.

춘절(春节)과 함께 양대 명절인 셈이다.

일반 중국 백성들은 10월이 시작되는 이 좋은 계절에 국경절을 이용하여 여행을 가기도 하고

고향을 찾기도 한다.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국가 성립를 기념하는 기념 행사가 있다. 바로 광복절이다.

그러나 중국의 국경절과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행사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오늘 행사장에서는 일본 기업체들도 상을 받고 축하를 받았다.

순수하게 중화인민공화국이 창립된지 62년을 기념하고, 다시 보다 더 나은 중국의 창건을 위해서

이웃 여러 나라들과 협력하여 나가자는 행사 였다.

반면에 우리의 광복절 행사는 어떤가?

우리 모두는 우선 광복절을 생각하면 일본의 지배에서 해방된 날로 기억한다.

3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우리의 광복절 행사는 독립운동과 일제의 압박 같은 과거 역사의

되새김으로 이어져 왔는 듯하다.

미래 지향적이 아니라 조금은 보수적이고 그래서 과거 지향적이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고 일본이 다시 부흥의 날개를 펼치며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때도

우리의 광복절 행사는 계속 일본으로 부터 해방이라는 것이 주제였다.

중국의 어제 62 주년 국경절 행사는 보란 듯이 국가 창립 62주년을 보여 주며 자랑하는 듯 했다.

세계 최고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이 왜 유독 국경절 행사에서는 겨우(?) 60여년의 국가

 역사를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까?

더구나 개혁 개방을 실시하고 여기까지 달려 온 중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62년의 시간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왜 일까?

중국은 62년, 아니 실제로 개혁 개방이 된 지 30년 동안의 결실이 현재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나라다.

세계 경제 대국 2위를 이렇게 빠르게 달성한 나라가 또 있나? 여지껏 없었다.

미국의 200년 역사 그리고 유럽의 장구한 역사와 메이지 유신부터 개방이 시작된 일본의 수 백년의

역사와 견주어 볼 때 중국의 62년의 성과는 중국 정부가 가슴을 펴고 자국민 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세계 만방에 뽐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62년에 세계 2위의 경제국이 되었다면 1위를 차지하게 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중국은 우리에게 62년 국경절 행사를 통하여 그 것을 물어 보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중국 예찬론자도 아니고 더구나 중국의 모두를 찬양 일색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여전히 내 나라 한국을 사랑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중국도 보다 면밀한 시각과 내면의 속 깊은 곳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사회주의적 모순과 시스템의

오류가 많은 나라다.

야경이 화려하게 빛나는 무수한 건물과 걸핏하면 정전이 되는 모습에서 바로 그런 상반되는 모순을

보기도 한다. 교통 질서와 문화 의식 그리고 사회적인 시스템이 아직은 후진적이고

그래서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개방과 빠른 성장 뒤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의 국경절 행사를 바라 보며 필자가 느끼는 것은 분명히 중국은 미래 지향적인

자부심으로 달려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국의 정책적인 방향과 리더쉽은 일반 백성

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를 갖게 해주고 있다.

한국을 향한 우리 해외 교포들의 자부심은 어디쯤에 있을까?

우리 나라 축구가 중국을 이기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끼고, 농구팀이 중국에 지는 모습에서 안타까워

하는 것이 조국을 향한 애정과 사랑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중국 길거리에서 현대차를 만나고,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전시장에서 인기를 차지하는 모습만이

대한민국을 향한 자부심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우리에게 정신적인 자부심과 긍지를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보다 미래 지향적인 조국의 모습을 기대 해 본다. (dw6784@hanmail.net)

 

 

작성자
우한과학대 국제교육원, 우한한우중상무유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