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치
난 가끔 불경스러운 것이 궁금할 때가 있다.
초보자도 아니고 새삼 궁금할 것도 아니지만 보고도 믿어야 하고
보지 않고도 믿어야 한다면 그냥 가끔 궁금해하기로 했다.
그건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 하느님과 무슨 약속을 한 것 같기는 한데
당최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이다.
기억나지 않는 약속을 지킬 수 없으니 매일 되물을 뿐이다
"저 여기 왜 온 거죠? 잘 가고 있나요?"
때론 낯선 교차로에 진입했을 때 누군가 네비게이션을 달아 주면 좋으련만
달아 줘도 사용법을 모르니 또 묻는다.
"오른쪽? 왼쪽"?
가끔 그분은 내 망각의. 늪을 건너 '네가 가는 길이 네가 갈 길" 이라고
결정적 힌트를 주실 때가 있다.
그야말로 대박 찬스다.
그러나 알아들을 귀가 없는 나는 선택의 순간에 또 묻는다
"뭐라고요?"
한없이 자상하신 그분은 부드럽게 나의 오감을 열어
생의 해답은 길위가 아닌 발걸음의 평화에 있다고 속삭여 주신다.
그러나 난 가끔씩 그분께만은 길치이고 싶은 '행복한 바보'다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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