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스크랩] (수필) 막걸리의 변신

주님의 착한 종 2011. 9. 8. 13:55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오시우" <oshew45@hanmail.net>
받는사람 : "정영인" <jyi10@hanmail.net>
날짜: 2011년 9월 07일 수요일, 21시 51분 47초 +0900
제목: 수필 < 막걸리의 변신 > / 정영인 ( 아래 "표시하기" 클릭 ! )
출처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글쓴이 : 너나들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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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막걸리의 변신>   - 文霞 鄭永仁 -

우리 민족의 전통주인 막걸리가 그동안 여러 모로 
푸대접을 받아왔다. 
서민의 술이고 값이 싸기 때문인가 보다. 
양주ㆍ맥주ㆍ와인ㆍ사케 등의 외국 술과 문배주ㆍ
소곡주 등 고급 전통주 때문에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던 막걸리가 국내외적으로 
날개를 펴고서 훨훨 날고 있다. 
오랜만에 서민이 기를 피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건강 발효주(醱酵酒)로써 진면목(眞面目)이
서서히 베일을 벗기 때문이다. 
그 어떤 술보다 뛰어난 효능이 하나 둘 입증되고 있다.
이런 막걸리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변신은 자유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 변신도 다 우리 서민들이 하던
오랜 생활 속에 기초를 두고 있으니, 
조상들의 숨겨진 슬기로움과 
감칠맛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막걸리로 이름 있는 빵집에서 술빵을 만든다고 한다. 
일종의 ‘막걸리빵’이다. 
이것은 예로부터 엄마들이 다 하던 솜씨이다. 
막걸리를 효모로 하여 반죽을 발효시켜 부풀렸다. 
그렇게 찐 빵은 푸근한 향기와 푹신한 술빵이 되었다. 
그런데 이 막걸리 술빵에 파네졸(Fanesol)이라는 
항암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라는 것이다.
또 쌀막걸리로 식초를 만든 것이 고유의 
색감과 풍미(豐味)가 풍겨준다고 했다. 
이것 또한 우리네 엄마들이 시어터진 막걸리를
버리지 않고 더 발효 숙성시키면 시금털털한 
막걸리 식초가 되었다. 
초파리들이 득시글득시글하게 빠져 죽은
천연식초(天然食醋)가 되었다.
게다가 화장법이 세계적인 한국은 발효된 
술지게미 성분에 비타민과 당밀(糖蜜)을 첨가하여 
노폐물과 각질 제거에 효과 있는 
화장품으로 변신하였다고 한다. 
무척 배곯이하던 시절, 
술지게미는 돼지밥이 되기 전에 
우리들의 주전부리가 되었다. 
술지게미에다 사카린이나 당원을 넣고 끓이면
달착지근하여 먹을 만하였다. 
대낮에 이놈을 먹으면 술기운에 얼굴이 
벌게지고 해롱해롱하였다. 
오해한 어른들에게 야단맞기도 하였다.
이젠 막걸리로 세수하고 목욕하는 날도 머지않다.


나는 좀 보수적인가 보다. 
막걸리를 유리잔에다 마시는 것을 보면 영 마뜩찮다. 
마치 이는 거품이 이는 맥주를 투박한 
사발에다 미시는 격이다. 
막걸리는 그전 불투명한 사발이나 양재기로
들이켜야 한다. 
그도 번쩍번쩍한 잔이 아니라 수수하고 투박하여야 한다. 
불투명한 술은 불투명한 잔에, 
투명한 술은 투명한 잔에다 마셔야 제격이다. 
와인을 종재기에다 마셔보라. 그 맛이 제대로 날 것인가? 
거품이 보이지 않는 맥주는 
마치 앙꼬 없는 찐빵이나 진배없다.
시골에서 힘든 일을 하면 참으로 으레 막걸리가 나왔다.
막걸리 동이채 나왔다. 
막걸리로 뱃구레를 채워야 일을 할 때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았다. 
또 영양이 많고 힘을 내게 하는 막걸리는 
은은하게 취하게 하여 힘을 덜 들게 하였다.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다. 
어떻게 변신할지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숨겨진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막걸리는 산뜻하고 톡 쏘거나 
시원하고 맑은 그런 술이 아니다. 
속을 가늠할 수 없는 텁텁하고 수수한 술이다. 
마치 불국사의 다보탑이 아니라 석가탑 같은 술이다. 
비단 같은 술이 아니라 무명옷 같은 술이다. 
그렇다고 양주처럼 홀짝 한 입에 털어 넣는 술도 아니고, 
와인처럼 홀짝홀짝 마시는 술은 절대 아니다. 
그냥 벌컥 쭈욱 들이키는 술이다. 손가락으로 휘젓고 
안주를 집어 먹고 쓰윽 문지르는 술이다. 
농사꾼의 손처럼 뭉툭한 술이다. 
기생오라비 같은 술이 아니다. 하이힐 신고 
우아하게 마시는 술이 아니라 
시골 아낙네의 펑퍼짐한 엉덩이 같은 술이다. 
그렇다고 깨끗하게 증류하여 
여러 가지를 섞는 칵테일 하는 술이 아니다. 
막걸리 그 자체가 술이다. 
혹 가다 술도가에서 맛 조절과 느루 먹이려고 
두어 바가지 물이나 섞을까?  
주막에서는 취할수록 묽어지는 술이다. 
더구나 아주는 무엇과도 어울리는 
청탁불문(淸濁不問)의 술이다. 
무엇과도 잘 궁합(宮合)이 맞는 술이다.   
막걸리는 양주처럼 얼음을 넣어 
덜거덕거리는 술이 아니다. 
또 와인처럼 코를 흠흠 거리는 술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케처럼 혼자 홀짝거리며 
마시는 술도 절대 아니다. 
철 가리는 술이 아니다. 
여름에는 멸치 꽁댕이 몇 개 참외 몇 조각, 
겨울에는 술국으로 시래깃국이 안성맞춤이다.


기실, 접두어(接頭語)로 ‘막’자가 붙은 말치고 
명품스럽지도 못하고 고급스럽지도 못하다. 
막된장, 막사발, 막국수, 막장, 막내, 믹되먹었다, 막말, 막무쳤다, ……. 
다 끗발 없는 서민들의 말이다. 
옛날 사대부(士大夫)지에서 이런 말을 쓰겠는? 
화투로 말하면 흑싸리 껍데기 같은 
술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술이 고도리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그랬다. 술잔을 부딪치는 이유는
소리로 맛보기 위해서란다. 
술은 다섯 가지로 맛을 보아야 한다. 
눈으로 맛보고, 코로 맛보고, 손은 맛보고, 입으로 맛보기 전에 
귀로도 맛보기 위해서 잔을 부딪는 것이라 한다. 
자, 쭈그러진 양재기에다 막걸리를 찰랑찰랑 붓자. 
그리고 힘껏 건배하자. 
막걸리의 변신을 위하여! 
그러나 일본의 변신은 눈부시다. 
‘마꼬리’로 막걸리에 대항한다고 한다.
어머니의 막걸리와 술국이 생각난다. 
어머니가 직접 빚은 농익은 막걸리, 
집에서 시루에다 키운 콩나물, 
어머니가 손수 만든 맷돌로 간 손두부, 
토종 돼지고기에다 막장을 넣고 
끓여주던 술국이 그립고 그립다.  
어디 가서 그 맛을 보겠는가? 
  

.  


2011 . 9 .  7    oshew


oshew45@hanmail.net" target=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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